유로 2004 출전 수비수 알렉세이 부가예프
마약 밀매로 징역 9년 확정된 뒤 입대한 듯
우크라이나군과의 교전에 투입된 러시아 군인들. EPA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러시아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 프로축구 리그 FC 토르페도 모스크바에서 오랫동안 선수로 뛴 알렉세이 부가예프(43)가 이날 우크라이나군과의 전투 도중 숨졌다. 부가예프의 부친은 러시아 스포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안타깝게도 알렉세이의 사망 소식은 사실”이라며 “바로 오늘(29일) 일어났다”고 말해 아들의 전사를 확인했다.
러시아 언론은 “격렬한 전투로 인해 시신 수습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1981년생인 부가예프는 러시아 국내 리그에서만 뛰어 국외에 널리 알려진 선수는 아니다. 2004년 포르투갈에서 열린 UEFA 유럽 축구 선수권 대회(유로 2004)에 러시아 대표팀 수비수로 출전한 것이 유일한 메이저 대회 출전 경력이다. 당시 러시아는 조별 리그 A조에서 스페인, 포르투갈에게 잇따라 패하고 조 최하위로 처지며 토너먼트에 출전하지 못하고 탈락했다.
2010년 29세 나이로 현역 선수 생활을 마감한 부가예프가 이후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그는 2023년 10월 신종 마약인 메페드론 495g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되며 다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마약 밀매 혐의로 기소된 그는 약 3개월 전인 9월24일 러시아 법원에서 유죄 선고와 함께 징역 9년 6개월 확정 판결을 받았다.
러시아는 2024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뒤 사상자가 늘어나며 병력이 부족해지자 교도소에 수감 중인 죄수들을 상대로 모병에 나섰다. 정부를 대신해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이 러시아 전역의 교도소를 돌며 사면 혜택과 2000달러(약 295만원)의 월급을 미끼로 많은 죄수를 용병으로 모집한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8월 바그너그룹 설립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사망하며 바그너그룹 자체가 와해된 뒤로는 러시아 국방부가 직접 나서 죄수들을 꼬드겨 전쟁에 끌어들이는 중이다. 부가예프 역시 사면의 유혹에 넘어가 군 입대를 결심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죄수들은 제대로 된 훈련이나 장비도 없이 최전방에 배치돼 인명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훈 논설위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