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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미답의 영역' K-휴머노이드에 뭉칫돈…VC에 베팅 이유 물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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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人사이드]
홀리데이로보틱스 투자 스톤브릿지 최동열 투자부문대표
에이로봇 시드 라운드 주도한 하나벤처스 조경훈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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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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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벤처캐피탈(VC) 입장에서 휴머노이드는 미답의 영역이다. 뚜렷한 비즈니스모델(BM)을 찾기 어려운데다 연구개발(R&D)에도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VC에게는 선뜻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그럼에도 올해 의미있는 휴머노이드 투자가 나왔다. 홀리데이로보틱스와 에이로봇이다. 두 회사 모두 시드 라운드로 각각 스톤브릿지벤처스(이하 스톤브릿지)와 하나벤처스가 투자를 주도했다.

VC가 바라본 홀리데이로보틱스와 에이로봇의 투자 포인트는 무엇이었을까. 또 이번 투자를 진행하며 제시한 마일스톤은 무엇이며 향후 투자 회수 전략은 어떻게 될 것인가. 투자를 진행한 최동열 스톤브릿지 투자부문대표와 조경훈 하나벤처스 본부장에게 직접 들어봤다.


투자포인트 #1=팀워크와 기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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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로보틱스 주요 팀원 /사진=홀리데이로보틱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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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공통적인 투자 포인트는 뛰어난 R&D 역량을 뒷받침하는 맨파워다. 그 중에서도 창업가의 기술적 성과에 높은 비중을 뒀다. 홀리데이로보틱스는 AI(인공지능) 딥러닝 기반 비전검사 기업 수아랩 창업자인 송기영 대표가 올해 3월 AI, 로봇공학 전문가와 함께 설립한 회사다.

송 대표가 설립한 수아랩은 2019년 미국 코그넥스에 2억달러(약 2300억원)에 매각됐다. 국내 딥테크 스타트업의 해외 인수합병(M&A) 사례로는 최대 규모다. 최동열 대표는 "송 대표는 딥러닝 비전검사라는 패러다임을 성공적으로 사업화했고, 그 과정에서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조경훈 본부장은 "로봇기술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한국에선 관련 회사가 많지 않다"며 "에이로봇의 경우 기술력과 인력 충원 가능성 등을 높이 샀다"고 밝혔다. 에이로봇의 창업멤버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한재권 교수는 국내 로봇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미국 버지니아대 재학 당시 미 최초 성인형 휴머노이드 로봇 '찰리'를 설계 제작했으며 로보티즈에서는 구조용 휴머노이드 '똘망'과 2018 평창동계올림픽 때 스키 로봇 '다이애나'를 개발했다.


투자포인트 #2=BM과 가격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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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로봇이 판매하는 웰컴로봇(리셉션 로봇) '에이미'(왼쪽부터)와 휴머노이드 '엘리스' 전체 모습과 업무를 수행 중인 엘리스. /사진제공=에이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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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투자 포인트는 매출을 낼 수 있을만한 가시적인 BM이 있는지 여부다. 최 대표는 "일반적으로 SF(공상과학소설)에서 나오는 청소, 요리를 해주는 휴머노이드는 아직 먼 얘기"라면서도 "휴머노이드 일부는 제조업 영역에서 활약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제조 현장에선 산업용 로봇이 사용된다. 절삭부터 볼트 조립까지 다양한 현장에 쓰인다. 그러나 산업용 로봇을 사용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최 대표는 "예를 들어 조립이 끝난 휴대폰을 컨베이어벨트에 정리할 때가 문제"라며 "휴대폰 모델마다 크기나 형태, 무게가 다르다 보니 모델이 바뀔 때마다 이에 맞춰 산업용 로봇의 세팅을 일일이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인간 손을 구현한 휴머노이드를 이용한다면 이렇게 일일이 조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각 모델에 맞춰 휴머노이드가 대응하고, 대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홀리데이로보틱스는 인간의 손가락 움직임을 99% 모사한 휴머노이드 손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 다음 중요한 건 가격경쟁력 확보다. 조 본부장은 "에이로봇에 투자한 이유는 다년간 반려로봇과 웰컴로봇으로 일부 매출을 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그러나 이것보다 더 큰 이유는 리니어 액추에이터를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와 온디바이스 경험"이라고 말했다.

리니어 액추에이어터는 로봇의 핵심 부품으로 움직임을 주관하는 관절 역할을 한다. 에이로봇은 리니어 액추에이터를 자체 개발해 원가 절감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로봇이 스스로 학습하는 셀프러닝 고도화에 초점을 맞췄다. 최 대표는 "다양한 환경에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셀프러닝은 휴머노이드에 있어 필수"라며 "로봇의 셀프러닝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향후 성장세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포인트 #3=M&A 가능성

휴머노이드에 투자한 VC들의 가장 큰 고민은 투자 회수다. 아직 휴머노이드 생태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제 실적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현재 가장 현실적인 투자 회수는 인수합병(M&A)"이라며 "손이나 팔 같이 특정 부위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해 글로벌 대기업 등에 매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현대차에 인수된 보스턴다이내믹스 역시 1992년 설립 이후 수차례 손바뀜이 있었다. 2013년 구글, 2017년 소프트뱅크그룹에 인수됐다. 현대차에 인수될 당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는 11억달러(약 1조2469억원, 당시 환율 기준)로 직전 대비 6000억원 증가했다.

한국형 휴머노이드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생태계 조성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본부장은 "AI(인공지능)의 발달로 휴머노이드에 대한 기대는 커졌지만, 경기침체가 걸림돌"이라며 "정부가 나서 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한 충분한 기술적 기반이 뒷받침 돼야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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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thkim1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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