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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동체착륙에도 큰 손상 없었는데…해외서도 '콘크리트 구조물'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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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제주항공 참사]

머니투데이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소방대원들이 전날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사진=뉴스1(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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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비상착륙하던 여객기와 충돌한 '둔덕'에 대해 외국 항공전문가들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어느 공항에나 설치된 착륙 보조장치이지만 언제든 비상착륙이 일어날 수 있는 활주로 인근에 단단한 콘크리트로 구조를 세운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미국 연방항공청 항공사고조사관 출신 데이비드 소시는 29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활주로는 랜딩기어 없이 비상착륙이 가능하도록 지어져야 한다"며 "(제주항공 여객기와 충돌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왜 그 위치에 있어야 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 콘크리트 구조물은 로컬라이저라 불리는 방위각 시설로, 항공기가 활주로와 정렬해 똑바로 진입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무안공항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 공항에 설치돼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제주항공 여객기와 충돌한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끝단에서 264m쯤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 흙으로 만든 토대 위 콘크리트 구조물에 로컬라이저 안테나가 심어진 형태로, 안테나 길이를 빼면 구조물 높이는 2m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여객기가 이 구조물과 1차로 충돌하면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강정현 국토부 항공운항과장은 30일 무안공항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고 "(둔덕이) 시설 기준에 따라 설계·시공된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 부분은 좀 더 사고 조사를 해서 결과를 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콘크리트 재질 관련해선 "위치는 제대로인데 재질이 문제 같다"고 했다.

무안공항 측은 로컬라이저 내구연한이 끝나 장비 교체작업을 하면서 기초재 보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활주로 끝 부분 경사로 때문에 흙으로 수평을 맞추고 그 위에 로컬라이저 시설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전문가들의 의문도 이 로컬라이저 기반에 콘크리트를 써야 하는 이유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영국 공군 출신 항공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먼트는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비행기는 착륙 당시 시속 200마일(321㎞)의 속도를 내고 있었다. 활주로를 미끄러지며 이탈했는데 이때까지도 기체 손상은 거의 없었다. 이 둔덕에 부딪히기 전까지는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조종사가 처했던 상황을 고려하면 가능한 한 최상의 착륙을 했다고 본다"며 "착륙 활주가 끝날 무렵 기체엔 큰 손상이 없었고,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 항공기가 둔덕에 부딪혀 불이 나면서 탑승자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현역 시절 이번 사고 여객기와 같은 보잉737-800 기종 기장으로 근무했다는 우크라이나 파일럿 데니스 다비도프는 무안공항 사고를 리뷰한 유튜브 영상에서 "누가 이 안테나(로컬라이저)를 왜 이렇게 단단하게 지었는지 모르겠다"며 "평소 운항하면서 안테나를 크게 신경쓰지 않은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지은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로컬라이저를 더 높게 세우고 싶으면 콘크리트가 아니라 철골을 이용한다"며 "철골도 (충돌 시) 기체에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콘크리트보다 훨씬 피해가 덜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나는 공항 건축 전문가가 아니"라며 보잉737-800 기장으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개인 의견을 낸 것일 뿐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로컬라이저) 시설은 거리·시설 주변 확보 사항 등에 대한 규정이 있다. 재질이나 소재 등에 대한 제한은 있는 파악이 필요하다"며 "만약 콘크리트 구조물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등은 향후 조사를 통해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들어 사고가 잦았던 보잉737 맥스 기종 사례를 거론하면서 보잉737-800도 기체 결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이에 대해 델타 항공 기장 출신 앨런 프라이스는 AP통신 인터뷰에서 "보잉737-800은 안전이 검증된 기종"이라며 "맥스 기종과는 다르다. (보잉737-800은) 아주 안전한 항공기"라고 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전형주 기자 jh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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