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년간의 치밀한 준비와 침투로 헤즈볼라 제압
헤즈볼라, 이란에 기기보내 점검하려하자 더는 못 미뤄
[사나=AP/뉴시스] 27일(현지시각) 예멘 사나 국제공항에서 한 남성이 전날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깨진 유리창을 바라보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사나 국제공항과 함께 후티 반군이 사용하는 발전시설, 호데이다와 살리프 라스카나티브 등 기반 시설을 폭격했다고 밝혔다. 2024.12.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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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9일 이스라엘의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해 결정적 타격을 가한 페이저(삐삐)와 무전기 폭파 작전은 약 20년간 체계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준비한 결과라고 심층 분석했다.
이스라엘이 9월 중순 삐삐와 무전기 폭파 작전을 감행한 것은 헤즈볼라 내부에서 의혹을 품고 기기를 이란에 보내 점검하려 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매체는 전했다.
2006년 철수 굴욕 이후 정보전 강화
이스라엘은 2006년 헤즈볼라와의 전쟁에서 군인 2명이 납치 살해당한 뒤 34일만에 레바논에서 철수하는 굴욕을 당했다.
하산 나스랄라(헤즈볼라 수장)는 이스라엘과의 갈등에서 자신감을 보이며 이스라엘을 거미줄에 비유했다. 멀리서 보면 위협적이지만 쉽게 무시할 수 있는 위협이라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이스라엘은 정보수집에 기반한 작전을 강화했다.
이스라엘 해외 정보기관인 모사드는 헤즈볼라 내부의 인적 자원 네트워크를 확대했다.
모사드는 헤즈볼라가 비밀 시설을 짓는 것을 돕기 위해 레바논에서 사람들을 모집했다. 이들은 은신처 위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감시를 도왔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군사최고 책임자 푸아드 슈크르는 물론 4명 애인의 신원도 포함됐다.
헤즈볼라의 파즈르 미사일에 추적 장치를 심어 비밀군사 기지, 민간저장 시설, 개인 주택에 숨겨진 탄약에 대한 정보를 파악했다.
8200부대는 헤즈볼라 지도자들의 구체적인 위치, 은신처, 미사일 및 로켓 포대에 대한 정보를 2012년 입수했다. 이는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할 경우 헤즈볼라의 보복 능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이스라엘은 2006년 전쟁이 끝났을 때 약 200명의 헤즈볼라 지도자, 요원, 무기 보관소, 미사일 위치에 대한 ‘목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이스라엘이 9월 공습을 시작했을 때 그 수는 수만 명으로 늘었다.
지도부 위치 파악 후 다음 단계는 ‘부비트랩’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내부에서 나중에 폭발시킬 수 있는 폭약과 부비트랩 장치를 심어 공급하는 계획을 세웠고 이를 ‘버튼’이라고 불렀다.
이스라엘 엔지니어들은 전자 기기의 배터리에 PETN 폭발물을 넣고 작은 폭탄으로 만드는 데 능숙했다.거의 10년 동안 헤즈볼라를 속여 위장 회사로부터 군사 장비와 통신 장비를 구매하게 하는 것은 모사드가 맡았다.
2014년 이스라엘은 일본의 기술 회사 iCOM이 인기 있는 IC-V82 워키토키 생산을 중단했을 때 기회를 잡았다.
오사카에서 조립된 이 기기는 너무 인기가 많아서 아시아 전역에서 복제품이 만들어져 온라인 과 암시장에서 판매되었다.
8200 부대는 헤즈볼라가 모든 최전선 병력을 지휘할 동일한 장치를 특별히 찾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그 장치에 맞게 가슴 주머니가 달린 특수 조끼를 군대에 디자인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배터리에 폭발물을 넣은 자체 무전기 복제품을 제조했다. 최초의 이스라엘산 복제품은 2015년 레바논에 도착했는데 1만 5000개 이상이 배송됐다.
헤즈볼라 지도부, 삐삐 사용 충분치 않아 한때 중단
헤즈볼라의 페이저 사용이 충분히 널리 퍼져 있지 않다고 판단해 한때 이 계획은 일단 보류됐다. 하지만 이스라엘 휴대전화 해킹 능력이 커지자 헤즈볼라, 이란 등은 스마트폰 사용에 신중하고 대신 페이저 사용을 확대했다.
삐삐는 전투원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지만 위치가 노출되지 않고, 해킹될 수 있는 카메라와 마이크도 없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이스라엘은 이를 계기로 페이저 보류 작전을 재고하고 위장 회사를 통해 헤즈볼라에 삐삐를 판매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때 대만 브랜드 ‘골드 아폴로’를 표적으로 삼았다.
2022년 5월 BAC 컨설팅이라는 회사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등록됐다. 한 달 후 불가리아 소피아에 노르타 글로벌이라는 회사가 로빈슨 호세라는 노르웨이 시민 이름으로 등록됐다.
BAC 컨설팅은 골드 아폴로로부터 AR-924 러기드라는 페이저 모델을 제조하기 위한 라이선스 계약을 구매했다.
기존 모델보다 부피는 크지만 방수 기능이 있고 경쟁 제품보다 배터리 수명이 더 길다고 홍보했다.
모사드는 이스라엘에서 호출기 생산을 감독했다. 모사드 요원들은 중개인을 통해 헤즈볼라 구매자에게 호출기를 판매하고 대량 구매 시 할인된 가격을 제공했다.
헤즈볼라에 노출 직전 작전 개시
올해 초 적어도 한 명의 헤즈볼라 기술자가 무전기(워키토키)에 숨겨진 폭발물이 들어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이를 재빨리 간파해 공습으로 해당 기술자를 죽였다. 이어 9월 11일 헤즈볼라가 일부 호출기 검사를 위해 이란으로 보낸다는 정보가 입수되었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비밀 작전이 허물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9월 16일 네타냐후 총리는 최고 보안 책임자들과 만나 호출기를 폭발시키는 작전 수행 여부를 검토했다.
다음 날 오후 3시 30분(현지시각), 모사드는 수천 개의 호출기에 암호화된 메시지를 보내라고 명령했고 몇 초 후 호출기가 폭발했다.
모사드는 호출기를 폭발시킨 다음 날 무전기도 폭파했다. 무전기 대부분은 헤즈볼라 지도자들이 아직 이스라엘과의 전투를 위한 전투원을 동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창고에 보관되어 있었다.
호출기와 워키토키 폭발로 수십 명이 사망했고 사상자 대부분은 헤즈볼라 요원들이었다.
이스라엘은 이어 9월 20일 베이루트를 공습했고 군사 작전을 총괄하는 이브라힘 아킬을 포함한 여러 사령관이 사망했다.
9월 23일 이스라엘 공군은 대규모 작전을 수행해 2000개 이상의 표적을 타격했다. 나흘 후인 27일 지하 벙커에 은신해 있던 최고지도자 나스랄라 폭격 사망은 2주간 공세의 정점이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drag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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