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새벽 차량 돌진 테러가 발행한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거리에 출입 통제선이 설치돼 있다. 뉴올리언스/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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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인파를 덮쳐 15명을 숨지게 한 테러 차량에서 이슬람국가(IS)의 깃발이 발견되면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다시 관심이 쏠린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현재 용의자 섐서딘 자바르(42)가 범행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과 그가 돌진한 차량에서 나온 이슬람국가 깃발을 확인하고 그가 이슬람국가와 연루된 정황이 있는지 조사 중이다.
이번 테러가 이슬람국가와 연계됐다는 게 밝혀지면, 지난 2016년 플로리다 올랜도의 나이트클럽에서 49명이 숨지고 53명이 부상당한 총격 사건 이후 이슬람국가가 미국에서 자행한 가장 대규모 공격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1일 보도했다.
이슬람국가는 알카에다에 뿌리를 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으로, 2011년 시리아 내전으로 권력의 공백이 생긴 틈을 타 이라크와 시리아 국경지대에서 세력을 키웠다. 2013년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를 창설, 2014년 6월 이라크 제2도시 모술을 손에 넣으며 이슬람국가(IS)의 건국을 선언했다. ‘이슬람 원칙’에 따라 통치하는 ‘칼리프 국가’라고 자칭한 이들은 이후 ‘이교도’ 처단이 사명이라며 대륙을 넘나드는 잔혹한 테러를 자행해 악명을 떨쳤다.
이라크와 시리아 영토 상당 부분을 장악했던 이들은 2016년부터 미국의 지원하에 시작된 이라크군과 쿠르드족 중심 시리아민주군(SDF),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정부군의 공세를 받으며 수세에 몰리다 2017년 7월 이라크 정부군이 모술을 탈환하는 데 성공하면서 패퇴의 길로 들어섰다. 이슬람국가의 와해는 2019년 10월 미국의 기습 작전 당시 최고지도자 아부 바크르 바그다디가 사망한 사실이 공식 확인되면서 가시화됐다. 이후 이슬람국가는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으나 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몰락하기 시작한 지난해 시리아에서 재기할 조짐이 포착됐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7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의 공격이 배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두 달 뒤에는 시리아 내 20개 이상의 시리아민주군 구금시설에 9000명 이상의 이슬람국가 조직원이 수감되어 있으며, 이슬람국가의 주요 목표는 이들의 석방으로 조직의 부활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달 아사드 정권이 붕괴한 직후 미 중부사령부가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의 거점 등을 타격한 것도 이들의 재건을 막기 위한 조처였다고 외신은 전했다.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린 무장세력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시리아 내 감옥 수감자들을 대거 풀어줘, 이슬람국가 조직원들도 풀려난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 됐으나 미군은 이들이 수감된 시설의 외곽을 경계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슬람국가의 시리아 기지에 대한 폭격은 12월 말 프랑스군에 의해서도 이뤄져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가 세력을 넓힐 수 있다는 서방의 우려가 감지된다.
과거 참혹한 테러로 주목받았던 이들은 지난해에도 이란과 러시아에서 대규모 사상자를 부른 공격을 자행했다.
이슬람국가는 지난해 1월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4주기 추모식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의 배후에 자신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84명이 숨지고 280명이 다쳐, 1979년 이후 이란에서 일어난 폭탄 공격 가운데 가장 많은 사상자를 냈다. 이 공격은 이슬람국가의 아프가니스탄 조직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이 실행에 옮겼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해 1월 3일(현지시각) 폭탄 테러로 적어도 84명이 숨진 이란 중부 케르만시의 ‘순교자 묘역’에서 4일 이란인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케르만/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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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가 호라산이 두 달 뒤 실행에 옮겼다는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크로커스 시티홀’ 총격 테러에서는 137명이 숨졌다. 당시 미국 대테러 당국은 이슬람국가가 외부 공격을 증대하려는 중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7월에는 오만의 시아파 모스크 인근에서 벌어져 6명이 숨진 총격 테러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슬람국가의 테러는 이들이 건국을 선언한 2014년부터 끊이지 않았다.
이슬람국가는 그해 여름 이라크 북서부 지역에 거주해온 소수민족 야지디족 수천명을 학살하고 여성과 여아들 수천명을 성노예로 삼았다. 조로아스터교계 종교를 믿던 이들이 ‘이단’을 숭배한다는 이유에서였다. 2014~2015년에는 인질로 붙잡힌 미국과 일본, 영국, 프랑스의 언론인, 자원봉사자, 구호활동가들을 참수하고 그 영상을 공개했다. 생포된 요르단의 공군 조종사는 불태워 살해하는 모습을 유포하기도 했다. 당시 이들의 주장은 이슬람국가 격퇴에 나선 연합국에 대한 보복이자 경고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른바 ‘충격과 공포’ 전술로 잠재적 동조자들을 향한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15년 11월 이슬람국가는 프랑스 파리 바타클랑 극장과 시내 술집과 식당 등을 동시에 공격해 130명이 숨지게 한 파리 동시 다발 테러를 저질렀다. 불과 4개월 뒤인 2016년 3월에는 벨기에 브뤼셀 국제공항과 지하철에서 연쇄 폭탄테러를 일으켜 32명이 사망했다.
2017년 영국 잉글랜드 맨체스터에서는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의 공연이 끝난 직후 이슬람국가 조직원이라고 자처한 사람이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해 22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이밖에도 이슬람국가에 영감을 받았다며 테러를 자행한 ‘외로운 늑대’들이 있었다. 2016년 7월에는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니스에서 프랑스 혁명 기념일 축제를 즐기던 사람들을 향해 19t 트럭을 돌진해 86명이 숨지고 400명 이상이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수사당국은 테러범과 이슬람국가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며 홀로 급진화됐다고 판단했으나, 이슬람국가는 자신들의 소행이었다고 주장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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