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소방대원들이 전날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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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전남 무안 제주항공 참사 현장. 179명이 목숨을 잃은 이곳에서 이틀째 수색 작업에 나선 소방대원 A씨는 10년 전 세월호 참사 당시가 떠올라 고통스러웠다고 토로했다. 10년 넘게 소방대원으로 일한 A씨는 “구조 작업을 하면서 유족들의 슬픔을 느꼈다”며 “사고 원인을 떠나 안전하게 돌아올 것이라는 가족들의 믿음이 깨졌다고 생각하니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친구 등이 모여 함께 보내는 연말에 일어난 사고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더 컸다고 덧붙였다.
약 10년 만에 또 대규모 인명 사고가 나 씁쓸하다고 A씨는 말했다. 구조·수색 작업이 끝나도 그 과정에서 보고 느낀 잔상이 남기 때문이다. A씨는 “세월호 참사의 경우 일부 희생자를 선실에서 찾을 수 있어 그나마 신원 확인이 용이했다. 하지만 무안 참사 희생자는 누구도 탑승석에서 발견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색대는 시신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어 같은 사람도 여러 번 찾아야 했다고 한다. A씨는 “하루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가게 해주고 싶었는데 늦어져서 죄송한 마음”이라며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수전사령부 전문재난구조부대 소속 군인 30여명은 수습하지 못한 유해를 찾기 위해 사고 인근 갈대밭과 활주로를 수색했다. 이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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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찾은 사고 현장은 여전히 참혹했다. 여객기가 활주로 내 둔덕과 충돌한 지점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좌석 파편 등이 널려있었다. 안내 책자와 비상 호흡 장치 등이 부서진 기체 조각과 함께 곳곳에 흩어져있었다.
신원 확인이 더뎌지면서 유족들은 마음이 찢어진다고 호소했다. 시신이 크게 훼손돼 지문 등으로 누구인지 확인하기 쉽지 않고, 검시에도 오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오후 8시 기준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희생자 수는 15명이다. 한 유족은 시신을 확인한 뒤 “이 상태로는 장례를 할 수가 없다”며 비통해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온전한 상태의 시신은 5구뿐”이라며 “다음주 수요일까지 장례 절차를 진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30일 특수전사령부 전문재난구조부대 소속 군인 30여명은 수습하지 못한 유해를 찾기 위해 사고 인근 갈대밭과 활주로를 수색했다. 이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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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전사령부 전문재난구조부대 소속 군인 30여명은 발견하지 못한 유해를 찾기 위해 사고 지점 인근 갈대밭을 훑었다. 희생자 흔적이 남아있는 지점엔 노랑·빨강 깃발이 꽂혔다. 이들은 활주로에 있는 하수구와 여객기 파편 등도 샅샅이 살폈다
일부 부대원은 이날 오전 수색 종료 뒤 철수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을 쉬었다. 전날 구조 작업에 참여한 구조대원 B씨는 “응급 환자 여부, 중증도 확인이 무의미할 만큼 참혹한 현장”이라며 “유족들 마음이 찢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C씨는 “부서진 비행기 잔해물 등이 뒤엉켜 있어서 수색하며 심적·신체적으로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공항 입구에서 교통을 통제하는 정모 경장은 “유족들이 어디에서 가족을 찾을 수 있냐고 물을 때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서 죄송했다”고 말했다.
사고 지역을 둘러싼 철망 앞엔 추모의 메시지와 국화 2송이가 놓여있었다. ‘국립한국교통대 비행훈련원 정비팀 일동’ 명의로 된 메시지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안타까운 죽음, 평생 기억하겠다”고 적혀있었다. 이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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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현장을 찾아 애도를 표하는 시민도 있었다. 사고 지역을 둘러싼 철망 앞엔 국화꽃 두 송이가 놓였다. ‘국립한국교통대 비행훈련원 정비팀 일동’ 명의로 된 쪽지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안타까운 죽음, 평생 기억하겠다”며 “좋은 곳에서 편안히 쉬길 기도하겠다”고 적혔다. 추모하러 온 시민 중 한 명은 “사람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지 않냐”고 소리치며 안타까워했다.
무안=이찬규·이아미·전율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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