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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선회각 안 나오는데 착륙 시도, 왜”…풀리지 않는 참사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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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엔진·랜딩기어 관련 있나
사고기와 같은 기종 항공기
최근 랜딩기어 고장 줄이어
② 관제탑과 정상소통 했나
선회각 충분히 확보 못한채
활주로 중간부터 터치다운
③ 동체착륙후 감속 왜 못했나
엔진 역추진·스피드 브레이크
대체 제동장치 정상작동 의문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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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명의 희생을 초래한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을 놓고 항공 업계 전문가들조차 설명하기 어려운 미스터리가 속출하고 있다.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활주로 외벽 및 로컬라이저(방위각)와의 충돌 등 명확한 사안도 있지만 조종사 과실, 관제 부실, 기체 결함 등을 놓고서는 많은 혼선이 오가고 있다. 현재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지만 향후 조사를 통해 의문점이 풀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선 항공기가 1차 착륙 시도에 실패한 후 복행(고 어라운드)을 한 뒤 비정상적으로 급선회하고 2차 착륙을 매우 서둘렀다는 점이다.

착륙을 시도하던 항공기는 조류 충돌 경보를 받고 2분 뒤인 8시 59분 조난 신호인 ‘메이데이’를 선언했다. 그러고 나서 곧바로 9시에 복행한 뒤 방향을 바꿔 활주로에 재접근을 시도했다.

공항 재접근 때 선회 구간이 매우 짧았고 급히 착륙을 시도하는 바람에 항공기는 활주로 시작점으로부터 1.2㎞ 지점에 뒤늦게 ‘터치다운’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상적으로 사고가 발생한 항공기와 동일한 기종은 500~1000m 지점에 터치다운한다. 사고 여객기는 2800m 활주로 중 3분의 1 정도를 낭비한 셈이다.

항공기는 동체 착륙 이후 1.6㎞를 미끄러져 간 후 활주로 끝단에서 264m 떨어진 로컬라이저와 충돌했다.

익명을 요구한 타 항공사 기장은 “거대한 항공기가 선회각을 충분히 갖지 못한 상태에서 바로 착륙을 시도했기 때문에 터치다운이 늦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급하게 착륙을 시도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 있었는지, 아니면 관제탑과 제대로 소통이 이뤄졌는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에서 실시한 동체 착륙 자체는 진입 각도 등의 측면에서 매우 양호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동체 착륙 이후에도 항공기가 전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돌진한 점이 의문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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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전날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충돌 후 폭발한 제주항공 여객기의 흔적과 잔해가 남아 있다. 2024.12.30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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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에서 동체로 착륙하더라도 속도를 줄일 수 있는 다른 제동장치가 많다. 항공기가 활공하고 있을 때 날개의 플립을 펼쳐 속도를 줄일 수 있고, 착륙 후에는 스피드브레이크와 엔진 역추진으로 감속시키는 방법이 있다. 따라서 이 같은 감속장치와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살필 필요가 있다.

김규왕 한서대 비행교육원장은 “스피드브레이크는 랜딩기어가 내려오면 자동으로 작동하면서 속도를 줄인다”며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으면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지만 이것도 작동이 안 됐거나 조종사가 정신이 없어 조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엔진이 역추진되면 열리는 ‘뚜껑’은 작동한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역추진이 됐는지는 지금까지 나온 데이터로 알 수 없고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버드 스트라이크로 비행기가 이 정도로 무력해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사례는 지극히 드문 일이라는 점에서 애초에 기체 결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엔진이 고장 났다고 해서 랜딩기어까지 고장 난 상황을 두고 전문가마다 해석이 분분하다. 국토교통부는 “통상적으로 엔진 고장과 랜딩기어 고장은 상호 연동되는 경우가 없다”고 밝혔다. 또 수동으로 레버를 당기면 중력에 의해 17~18초 사이에 랜딩기어가 내려오는데, 이마저도 작동하지 않은 것인지 혹은 조종사가 수동으로 조작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하다.

최근 다른 나라에서도 사고기와 같은 기종의 항공기가 랜딩기어 고장 문제를 다수 겪은 바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보잉은 이번 여객기 사고를 조사하기 위해 전문가를 파견하기로 했다.

지난 10월 에어인디아익스프레스 소속 보잉 737-800 기종 여객기가 랜딩기어 문제로 이륙 후 2시간 반 만에 회항한 적이 있다. 승객 150명 이상을 태우고 인도 티루치라팔리공항을 출발한 여객기는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공항으로 향했으나 유압 시스템 고장으로 랜딩기어를 접을 수 없었다. 이후 4000피트(약 1219m) 상공에 머물면서 문제 해결을 시도하다가 결국 회항했다. 이 밖에 TUI항공 소속 보잉 737-800 여객기가 지난 7월 이륙 직후 랜딩기어가 접히지 않는 문제를 겪어 출발지인 영국 맨체스터공항으로 복귀하기도 했다.

다만 사고기는 보잉의 베스트셀러로 전 세계적으로 많이 팔린 만큼 사고나 결함 횟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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