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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글로벌 아이] 항공기 사고와 ‘버드 패트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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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정원석 도쿄 특파원


2009년 1월 15일, 미국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 이륙한 지 2분 만에 새 떼와 충돌했던 US 에어웨이즈 1549편은 양쪽 엔진이 고장 나면서 맨해튼 허드슨 강에 불시착했다. 탑승자 155명 전원이 생존한 ‘허드슨 강의 기적’으로 영화화되면서 널리 알려진 사고이다.

기장의 침착한 대응을 다룬 영웅담으로 회자하지만 향후 항공기 사고 방지에서 되새겨야 할 내용이 있었다. 시스템을 개선해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조류 충돌)를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 필요성이었다. 해당 사고에서 비행 경력 40년이 넘는 베테랑 조종사가 강 위로 동체착륙을 시도한 기지와 운은 통제 가능한 변수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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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탄을 쏘거나 스피커를 이용해 새 떼를 쫓는 ‘버드 패트롤’. [사진 일본 국토교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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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전 세계적으로 항공 수요가 늘면서 새 떼 충돌은 늘고 있었다. 일본 정부는 US 에어웨이즈 사고를 계기로 같은 해 2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조류 충돌 방지 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이를 정례화한다. 여기서 논의된 여러 대책 가운데 하나가 지난 1982년부터 시행해온 ‘버드 패트롤’(새를 총포나 스피커 등을 이용해 쫓는 방식)이다. 일본은 버드 패트롤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적극적으로 늘려나가기로 한다. 당시 일본 국토교통성 자료는 버드 패트롤 방식이 도입된 공항은 그렇지 않은 공항에 비해 이착륙 시 조류 충돌률이 2분의 1로 줄어들었다며 버드 패트롤을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꼽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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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탄을 쏘거나 스피커를 이용해 새 떼를 쫓는 ‘버드 패트롤’. [사진 일본 국토교통성]


그 결과 2011년 일본 전역의 공항에서 1만 대의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5.01건에 달했던 조류 충돌 사고는 2017년 이후 3건대로 떨어졌다.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벌어진 무안공항의 버드 스트라이크 발생률은 0.09%였다. 1만 대가 오가며 9번 충돌한다는 것으로 국내 14개 지방공항 가운데 발생률이 가장 높을 뿐 아니라, 일본과 비교하면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무안공항은 조류 충돌 위험이 큰 곳이었다. 무안갯벌 습지 보호구역이 있어 철새 도래지로 꼽히는 곳으로 공항 활주로 확장 사업을 추진하던 2020년에도 조류 충돌 저감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꾸준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무안공항에는 조류를 쫓는 야생동물 통제대가 사고 당일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만일 사고 원인이 조류 충돌로 인한 기체 오류로 판명이 난다면, 야생동물 통제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반드시 규명돼야 할 사안일 것이다.

영국의 소설가이자 철학자인 올더스 헉슬리는 이렇게 말했다. “경험이란 단순히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그가 일어난 일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이다.”

정원석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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