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국제공항 못 떠나는 제주항공 참사 유족
임시 안치 격납고 길은 유족 비명 종일 울려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이튿날인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대합실에서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무안=박시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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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는 다음 주 수요일(내년 1월 8일)까지 장례도 못 치른다는 말이잖여. 우리 손주는 신원 확인 연락도 아직 못 받았는데. 곱게 보내주지도 못하고 아이고…"
전남 무안국제공항은 30일 경찰 브리핑에 또다시 눈물바다가 됐다. 한시라도 빨리 주검이 된 가족을 품에 안고 싶은 유족들은 예상보다 시신 수습이 늦어질 거라는 비보가 전해지자 통곡했다. 유가족들이 임시 거처로 머무는 공항 내 텐트촌에서 한 할머니가 통곡하자 이내 텐트마다 설움 섞인 울음이 공항 청사로 퍼졌다. 가족 이름 대신 110번, 79번 등 신원 확인 번호가 붙여진 텐트에서 지내는 유가족들은 다음 주 수요일까지 피붙이나 형제 등의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다는 소식에 망연자실했다.
제주항공 소속 여객기 사고가 발생한 29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유가족들을 위한 셸터가 마련돼 있다. 무안=박시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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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오 전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이날 오후 2시 공항 2층 대합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희생자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보냈는데, 최대한 역량을 집중해 유전자(DNA) 검사를 해도 일러야 내년 1월 8일에야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망자 179명의 시신이 대부분 심하게 훼손돼 수습하고 일일이 신원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는 비보였다. 나 부장은 "시신 다섯 구 정도 외에는 온전한 모습으로 유족께 보내드리기 힘들 수 있다"며 "나머지 분들은 DNA 정보가 확인되는 시점까지는 장례 절차 등을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다만 조속한 시신 수습을 바라는 유족 마음을 헤아려 시신이 온전하지 않더라도 유족이 동의하면 인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검안의가 '우선 인도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걸 전제로 유족 각서를 받고 인도하는 방향을 국과수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희생자 시신은 전부 임시 안치소로 옮겨진 상태로 141명(30일 오전 9시 기준)만 신원이 확인됐다. 경찰은 지문으로 신원을 파악하고, 지문이 소실됐거나 등록되지 않은 희생자는 DNA로 확인한다.
30일 오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중앙안전대책본부 관계자들이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탑승객 유가족 상대로 간담회를 하고 있다. 무안=박시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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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일부가 안치된 격납고로 향하는 공항 1번 출입문 쪽은 비명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주검이 된 가족을 확인한 유족들은 공항 청사로 돌아오면서 주저앉았다. 한 여성은 "데려와" "말도 안 돼" "나도 데려가"라며 비명을 토했다. 한 서린 울음에 사람들이 몰리자 재난심리회복 지원센터 봉사자들은 다른 유가족들에게 끼칠 영향을 우려해 텐트 문을 급히 닫았으나 텐트마다 유족들의 서러운 울음이 새어 나왔다.
아들 부부가 변을 당해 무안공항을 찾았다는 고모(72)씨는 공항 1번 출입구 앞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고씨는 "사실 많이 무섭다"며 "우리 새끼 마지막 얼굴을 보러 갔는데, 살점 몇 개 보여줄까 봐 무섭다. 그래도 끝까지 봐야지, 우리 애 얼굴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전날도 벤치에 앉아 밤을 지새운 고씨는 이날 오후 내내 자리를 지켰다.
무안=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무안=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
무안=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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