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일 년 내내 힘겹다. 국내 모든 분야가 위기에 직면했지만, 무엇보다 건설업계는 혹독한 한 해를 보냈다.
건설업계는 1월부터 혹독한 겨울에 머물러 있다. 1월 11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시작됐고, 이후 중견 건설사 여러 곳이 부실 부동산 PF에 얽혀 부도가 날 수 있다는 소문이 업계를 떠돌았다. 급기야 ‘4월 위기설’이 일파만파 퍼지자, 정부는 5월 부동산 PF 대책을 발표해 진화에 나섰다. 하반기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증가로 분양 경기가 반짝 회복됐지만, 오름세는 오래가지 못했고 지방에선 미분양 주택 적체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건설업계의 부침은 연말 쏟아진 각종 수치로 뚜렷하게 나타났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부도를 신청한 건설사는 27곳으로 2019년 이후 가장 많았다. 연말까지 부도 업체가 추가된다면 올해 30곳을 넘길 것이 유력하다. 폐업 건설사도 올해 약 3400곳에 달해 지난해에 이어 3000곳을 넘길 전망이다.
여기에 12월 들어선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등으로 부동산 매수 심리가 얼어붙었다.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도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줘 이후 소비심리 악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모두 건설 업계에 악재다.
이런 악재 속에서도 건설업계와 당국은 내년 업황 회복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23일 건설 경기를 살리기 위해 공공 부문에서 공사비를 현실화하고 민자사업 활성화하는 ‘건설산업 활력 제고 방안’을 내놨다. 민간 부문에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 확대를 통해 신속한 착공을 지원한다.
건설업계는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10대 건설사 가운데 8곳은 수장을 교체하고 내부 조직 다잡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대표를 포함해 임원과 팀장급을 젊은 세대로 교체하고 불필요한 조직 ‘살 빼기’도 한창이다. 환경과 스마트시티 등 신사업을 발굴해 수익성 강화도 노린다.
“그래도 내년엔 나아지겠죠.”
건설업계 관계자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내년 전망을 묻는 말에 아홉 가지 부정적 전망 속에도 한 가지 ‘희망’을 얘기했다. 신화 속 ‘판도라의 상자’에선 온갖 고통과 질병이 쏟아졌지만 그럼에도 희망만큼은 남았고, 인간은 한 줌 희망으로 온갖 고통과 질병을 이겨낼 수 있었다. 건설업계도 손에 희망을 쥐고 새해를 맞이할 때다.
[이투데이/정용욱 기자 (drag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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