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신태현 기자 holjja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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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 없는 탄핵 정국으로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원·달러 환율 급증으로 건설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다수의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업계 특성상 환율 안정화에 따라 분양가 추가 인상 여부와 중소 건설업체 유동성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3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일 원·달러 환율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 대비 5.0원 오른 1472.5원을 기록했다.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유지하더니 27일 종가(1467.5원)에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최고치를 또 한 번 경신했다.
국책연구기관과 증권사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길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측은 일반적인 환율 변동성(3~4%)을 고려하면 현 환율 기준 최대 1530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대내 정치 불확실성이 환율의 단기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며 “(대통령) 탄핵과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이뤄지면 1500원을 넘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을 통해 수급하는 철근·콘크리트 등 원자잿값을 끌어올려 공사비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 수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에 따르면 10월 공사비지수는 130.32로, 2020년 1월(100)에 비해 30% 이상 올랐다.
현장에서도 원자잿값 상승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11월 자재비 경기실사지수(건설업체가 구매하는 자재비의 체감 수준)는 54.6으로 기준선(100) 대비 현저히 낮았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차입금이 늘며 수익성 하락 가능성도 커진다. 한국은행의 ‘2024년 3분기 기업경영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건설업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으로 이자 등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정도)은 205.35%로, 지난해 같은 기간(255.60%)보다 50.25%포인트 감소했다.
평균 부채비율은 129.27%로 전년 동기(127.08%) 대비 2.19%포인트, 차입금의존도(25.90%)는 0.57%포인트씩 각각 올랐다. 매출이 줄어들며 차입금 대비 매출액 비율은 32.90%로 지난해 3분기(37.97%)보다 하락했다.
재무 건전성 악화는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중소 건설업체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국토부 집계 결과 올해(30일 기준) 전국 부도 건설업체는 30개로 2020년 이후 가장 많았다. 이 중 85.2%(23곳)가 지방을 거점으로 영업하는 회사다.
해외 수주에 적극적인 일부 건설사엔 환율 상승이 곧 순 자산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환차익은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24개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52.4%가 환율 상승 시 매출 증대 효과보다 원가 상승 부담이 크다고 응답했다. 또 31.8%가 환율 상승이 당기순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고 답변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 상승으로 인한 원가 리스크가 증대되고 있으며, 금리 인하 지연과 민간 소비 심리 침체로 국내 건설 경기 침체의 장기화가 우려된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정부 주도의 1기 신도시 재건축, 3기 신도시 조성, 가덕도 신공항과 같은 대형 사업 추진이 지연될 경우 위기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상승이 내년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공사비 상승은 결국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 3.3㎡당 분양가는 4720만7000원으로 전월(4695만2000원) 대비 0.5%(25만5000원) 올랐다. 전년 동월(3414만5100원)과 비교하면 38.01% 상승한 동시에 사상 최고치다.
이태용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공사비 증가로 사업성이 저하되면 금융 지원이 어려워지고, 결국 소비자에게 분양가 부담이 전가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투데이/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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