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정국 장기화…환율 변동성도 ↑
KDI "외환보유액 매도로 환율 방어, 되레 불안정해질 가능성"
박근혜 탄핵 때와 달리 환율 강세 장기화 우려
김현정 의원 "탄핵 심판 빨리 이뤄져야"
국민의힘 의원들이 27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이 상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 가결 의결정족수(재적의원 과반수 찬성)를 문제 삼으며 우원식 의장에게 거센 항의를 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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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답변서에 따르면 KDI는 "(환율상승을 막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이용해 경제기초여건과 괴리된 환율수준을 유지할 경우, 외환시장이 오히려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수의 신흥국에서 환율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소진하다가 외환위기가 발생한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8년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달리 환율 강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2월 3일 계엄사태 이후 4일부터 13일까지 시티그룹, 스탠다드차티드 등 해외투자은행들의 원달러 환율 전망치는 중간값을 기준으로 갈수록 상승해 내년 1분기 1435원, 2분기 1440원, 3분기 1445원으로 나타났다. 환율 강세가 1년이상 지속할 수 있다는 얘기다.
BNP파비아스와 노무라은행은 2025년 매분기 환율이 상승해 3분기에 각각 1445원과 1500원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웰스파고는 3분기에 이르러 환율이 1460원대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계엄선포 이전인 올 11월 8일을 기준 올 4분기 1315원, 내년 1분기 1305원, 2분기 1300원 수준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던 기존의 전망을 바꾼 것이다.
환율이 내년 9월까지 강세를 보이며 1500원대를 넘나들 것이란 전망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다르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가결된 2016년 12월 9일을 전후해 환율은 상승세를 타며 1209원까지 치솟았으나 2017년 1월부터 하락세를 보이며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이 이뤄진 3월 10일께 1130원대로 떨어졌다. 김 의원은 이번 정치리스크가 8년전 국정농단보다 더 크고, 내용과 규모면에서 대외신인도에 더 나쁜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은 김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자료를 통해 "최근 환율상승은 국내총생산(GDP)개선 효과가 크지 않은데 비해 수입가격을 높여 수입의존도가 높은 설비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올해 8월 이후 외국인의 국내주식 순매도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 불확실성에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의 변동성 추가 확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계엄사태 여파로 환율이 계단식으로 상승할 때마다 외환보유액으로 달러를 매도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스무딩 오퍼레이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코스피와 코스닥은 소폭 하락 출발 후 반등세로 돌아섰다. 원·달러 환율은 다시 1470원대 중반에 올라섰다.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허영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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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KIEP는 KDI와 마찬가지로 외환보유액을 활용한 장기간 대규모 달러 매도는 외환보유액을 급하게 줄여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KIEP는 환율을 낮추려는 금리 인상은 가계·기업의 이자 부담을 높이고 경기침체를 부채질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개입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의미다. KIEP는 ▲국민연금 외환스왑 규모와 환헤지비율 확대 ▲일본, 스위스, 호주, 캐나다와 체결한 통화스왑 활용 ▲미국·유럽과의 양자 통화스왑 신규 체결로 무역 결제에 따른 달러화 수요을 줄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한 현재 250만원인 해외증권투자 수익 공제 한도를 일시 상환해주고, 해외재산 매각 자금이 국내로 돌아올 경우 양도소득세를 일시 감면해서 내국인의 해외투자자금을 국내 유입을 촉진하는 대안도 내놨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국내 증권투자분에 대한 세금 우대, 밸류업 제도 강화 등도 제시했다.
한편 신한은행 S&T센터도 현재 1300원~1450원(평균 1360원)을 유지하지만 최근 국내외 상황에 따라 상향 전망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S&T센터는 “탄핵정국처럼 향후 정치의 불확실성으로 당분간 변동성이 확대될 수 밖에 없어 1350원~1500원(평균 1420원)수준을 염두에 두고 분석하고 있다"면서 "환율변동의 영향으로 인해서 내년도 한국경제 성장률은 2%를 밑돌며 저성장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산업연구원 역시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 트럼프 당선과 같은 달러 강세 요인과 비상계엄 선포, 탄핵과 같은 국내 정치 리스크로 인한 원화 약세 요인이 맞물려 3회에 걸친 미연방준비은행의 금리 인하도 아랑곳없이 원달러 환율이 30일 1474원까지 치솟았다"면서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계속되면, 2025년 고환율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외환보유고 관리를 통해 시장심리와 환율을 안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통화스왑을 적시에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 의원은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1500원까지 오른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면서 "환율이 오르면 수입 원자재값 상승, 물가 급등, 생활비 증가, 내수 위축 등 국민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외국인 투자자 이탈, 국가신용등급 하락, 경제성장둔화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위기를 속히 끝내기 위해서는 윤석열 탄핵 심판과 단죄가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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