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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금)

'새떼 충돌' '동체착륙' '콘크리트 둔덕'…재난에 인재 겹쳐 화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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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발단은 재난이었지만

콘크리트 로컬라이저가 사고키운 원인으로 지목

국토부 "로컬라이저는 규정에 맞게 설치"

미국 조사단과 함께 블랙박스 분석은 곧 시작

아시아경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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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국토교통부의 발표와 항공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사고는 원인은 자연적 요인과 인적 요인이 함께 작용했다. 사고기와 새떼 충돌이 재해라면, 작동 불능의 선체와 활주로 끝의 콘크리트 로컬라이저는 인재로 구분된다.

사고의 원인을 밝힐 열쇠인 블랙박스는 김포공항에 있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분석실로 옮겨져 미국 조사단과 합동으로 해독 작업에 들어갔다. 다만 블랙박스가 훼손돼 작업이 수개월까지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고 4분 전 조종사 "메이데이! 버드 스트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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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전날 조류충돌이 이번 사고의 발단이 됐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28일 사고가 나기 4분 전인 오전 8시 59분, 조종사는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를 외쳐 조난 신호를 보낸 뒤 "버드 스트라이크, 버드 스트라이크, 고잉 어라운드"를 외쳤다고 전했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조종사가 8시59분에 처음이자 유일하게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메이데이’(구조요청)를 선언하고 복행하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관제사와 소통이 원활해지지 않았고, 다시 착지를 시도하다가 사고가 났다"고 밝혔다.

무안공항 주변은 철새 도래지다. 88종의 조류가 출연하는 곳이다. 이중 청둥오리 등 6종은 조류 충돌 위험성 분석 결과 ‘3단계 위험 수준’으로 꼽히는 조류다. 이달 진행된 국립생태원 조사에서도 무안 저수지서 1792마리, 무안·목포 해안 4315마리, 현경면·운남면에서 1만2779마리의 철새가 관찰됐다. 정부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무안공항의 조류 예방 활동 인력은 주중 2명, 주말 1명이었다. 여건이 열악한 지방공항의 특성상 인력 운용도 부족했다.

사람이 부족하면 기계로라도 탐지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안 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은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확인한 결과 국내 15개 공항 중 조류탐지 레이더가 설치된 공항은 단 1곳도 없다"고 했다. 조류를 탐지할 열 화상 카메라가 설치된 공항도 김포공항·김해공항·제주공항 등 3개뿐이다. 박 의원은 "공항에 조류 탐지 레이더, 열화상 카메라 등 조류 충돌 방지 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항시설법 개정안을 발의할 방침"이라고 했다.

1차 착륙 시도 때는 바퀴 정상 작동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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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객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한 뒤 화재가 발생해 승객 대부분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발행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놓인 사고 기체 잔해에서 소방대원들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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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의 발단은 재난이었더라도,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숨질 만큼 큰 사고로 이어진 데는 인적 원인도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새와 충돌해 한쪽 엔진에 이상을 일으켰다 하더라도 또 다른 엔진과 제동장치, 랜딩기어(바퀴)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은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다.

사고 여객기는 1차 착륙을 시도할 당시 바퀴가 정상 작동했던 모습이 포착됐다는 목격자들의 진술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충돌로 이어진 2차 착륙에서는 바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로 선체는 활주로에 동체 착륙해 약 10초 동안 큰 마찰을 일으키며 미끄러졌다.

국토부는 이런 의문점에 대한 답이 블랙박스 분석 이후에나 나올 것으로 봤다. 주종완 실장은 "(데이터 다운로드를 포함한) 블랙박스 조사가 어느 정도 가능할지, 이런 부분부터 검토가 들어갈 것"이라며 "기체 이상 부분은 블랙박스 조사를 해야 정확하게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키운 콘크리트 둔덕, 법적 문제는 없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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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객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한 뒤 화재가 발생해 승객 대부분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발행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사고현장에서 소방대원과 과학수사대가 사상자를 수습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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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체 이상 말고도 또 하나 인재로 지목된 건 활주로 끝에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동체착륙 한 사고기는 속도를 못 줄이고 활주로를 벗어나 약 250m를 더 나가 높이 2m, 두께 4m, 가로 40m에 이르는 구조물과 충돌해 두동강 나며 폭발했다. 이 구조물의 정체는 ‘방위각’으로 불리는 로컬라이저다.

로컬라이저는 공항 활주로 끝에 설치하는 안테나 모양 시설이다. 전파를 내보내 항공기가 활주로 가운데 정확하게 착륙하도록 하는 역할을 해준다. 비행기가 기상 상황에 따라 어느 방향으로든 착륙할 수 있게 활주로 양 끝단에 모두 설치돼 있다. 사고기는 무안공항 활주로 남쪽에 있는 로컬라이저와 부딪혔다. 활주로 북쪽의 로컬라이저는 현재 활주로 공사로 인해 없는 상태였다.

국토부는 사고기가 콘크리트 위에 세어진 로컬라이저와 부딪치며 사고를 키웠다는 논란에 대해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는 관련 규정에 맞게 설치됐다"고 선을 그었다. 공항시설법에 따르면 ‘공항부지에 있고 장애물로 간주되는 모든 장비나 설치물은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해야 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는 착륙대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내 위치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라며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는 종단안전구역 외에 설치돼 해당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로컬라이저가 사고 규모를 키우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기영 인하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콘크리트 둔덕이 없었다면 아무래도 피해 규모를 줄였을 수는 있을 것"이라며 "국토부 규정을 보니, 로컬라이저 토대 높이를 이렇게 높이 쌓는 게 맞는지 의문이다. 지지대를 연약한 지반에 세우고, 토대를 지표면과 같은 높이로 하지 않은 부분을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무안=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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