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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휴머노이드 학습, 챗GPT보다 어렵다... 감각-동작 연결할 '신체화AI'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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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은 인간 감각·동작 모방하는 '물리적' 인공지능
구글의 로봇팔 시뮬레이션, 테슬라의 모션캡처슈트
행동 데이터 확보에 사활... 컴퓨팅 인프라도 중요
섬세한 동작용 부품 품질 우위 위해 집중 투자 필요
한국일보

10월 2일 대전 유성구 레인보우로보틱스에서 이 회사가 개발한 이동형 양팔로봇이 팔을 뻗어 보이고 있다. 정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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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국내 로봇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 주주가 되면서 지능형 첨단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가속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 이어 인공지능(AI) 기반 휴머노이드를 미래 ‘황금알 낳는 거위’로 키우겠다는 포석이다. 국내 최대 기업이 휴머노이드 투자를 본격화하자 학계의 로봇 전문가들도 상용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다만, 휴머노이드의 두뇌(AI)와 신체(하드웨어)에서 모두 후발주자인 한국으로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31일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협동·양팔로봇 및 자율이동로봇을 제조·물류 등 업무 자동화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협력의 핵심은 “로봇이 현장에서 발생하는 상황별 데이터, 환경 변수 등을 AI 알고리즘으로 학습하고 분석해 작업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자체 AI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접목할 계획이다.

언어 넘어 감각과 동작까지 학습하는 신체화 AI


챗GPT를 비롯한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생성형AI가 인간의 능력 중 대화하고 추론하는 걸 흉내 낸 인공지능이라면,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감각과 동작, 판단까지 모방하는 '물리적' 신체를 가진 인공지능이다. 이 때문에 휴머노이드의 두뇌에는 현실 세계에서 사람, 사물, 환경 등과 상호작용하며 적절한 동작을 해내는 ‘신체화(임보디드·embodied) AI’가 필요하다. 이를 개발하는 건 지금까지의 생성형AI보다 난도가 훨씬 높다. 언어 데이터를 넘어 시각, 촉각 등 복합적인 학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AI 기술을 선도하는 빅테크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휴머노이드를 학습시키고 있지만, 아직 ‘정석’을 찾진 못했다. 구글은 전 세계 연구진과 함께 RT-X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수천 개의 로봇팔 동작을 시뮬레이션한 ‘행동 데이터 사전’을 만들고 있다. 이를 이용해 로봇에 '강화학습'을 시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시뮬레이션에 기반한 연습문제 풀이는 실전과 차원이 다르다. RT-X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김범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김재철AI대학원 교수는 “사람과 달리 로봇이 현실에서 균형을 잡기 쉽지 않은데, 중심을 잡으면서 다양한 동작을 수월하게 하는 데이터는 아직까지 확보가 안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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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재철AI대학원 교수 연구진이 진행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화면. 수천 개의 집게 모양 로봇팔이 다양한 물건을 밀어보는 식으로 강화학습을 하고 있다. 이 같은 방대한 학습을 기반으로 연구진의 로봇팔은 처음 보는 물체도 밀어서 원하는 곳으로 옮길 수 있게 된다. 김범준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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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테슬라는 자체 개발 휴머노이드 '옵티머스'에 ‘모방학습’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로봇과 신체 조건이 비슷한 사람에게 모션캡처슈트를 입히고 행동 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로봇에 적용하는 것이다. 다만 하나의 동작이 다른 동작으로 ‘재사용’되기 쉽지 않아 실제 로봇을 공장에 투입하려면 수백만 시간 분량의 데이터 학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똑같이 물건을 잡는 동작이라도 리모컨을 잡을 때와 마우스를 잡을 때 미묘한 차이에 대한 최적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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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분야 후발주자인 한국은 로봇용 신체화AI의 학습 속도를 높일 컴퓨팅 인프라부터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교수는 “로봇 학습은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시뮬레이터를 통한 반복 과정인 만큼, 국가 차원에서 GPU 기반에 투자하고 개발을 하는 게 가장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중국산 저렴한 하드웨어와도 경쟁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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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 유니트리의 양산형 휴머노이드 G1이 10월 1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국제 지능로봇시스템 콘퍼런스'(IROS) 전시장에 앉아 있다. 아부다비=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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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하드웨어 기술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중국 기업들과 차별화할 만한 경쟁력을 갖추는 것 역시 과제다. 중국은 정부가 나서서 휴머노이드 산업을 지원한 결과, 자국 내에서 부품을 자급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됐다. 이에 유니트리 같은 기업들이 2,000만 원대의 저렴한 로봇을 내놓고 있는데, 하드웨어의 품질 역시 수준급이라는 평가다.

유범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은 “국산 휴머노이드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현장에 쓰이려면 가격 경쟁력이 필수”라며 "섬세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관절 모듈과 센서 등 주요 부품에 품질 우위를 위한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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