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회장은 국회 앞에서 농성 중이었다. 단식 14일 째였다. 같은 시각, 거제도에선 강인석 부지회장과 조합원들이 한화오션 조선소 안에서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었다. 목숨을 내걸고 곡기를 끊었던 이들의 투쟁은 그날 밤 벌어진 윤석열의 내란과 그 후폭풍 속에 목소리를 잃었다.
이들은 2022년 6월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고 외치며 옛 대우조선해양(현재 '한화오션')에서 51일간 파업을 벌인 당사자들이다. 0.3평 철장에 스스로를 가두고 옥쇄 투쟁을 했던 하청 노동자의 절규에 비로소 조선소의 참혹한 노동 현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 후로 2년이 넘게 지났지만 조선소 하청 노동자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간판만 대우조선해양에서 한화오션으로 바꿔 달았을 뿐, 이들은 여전히 고위험, 저임금, 장시간의 노동을 한다.
2022년 파업 투쟁으로 소송 폭탄까지 떠안았다. 회사는 다섯 명 노동조합 간부들에게 47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조합원 수십 명을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형사 고발했다. 검찰은 12명 노동자들에게 도합 징역 20년 4개월을 구형했다.
혹한의 날씨, 탄핵 정국 속 언론의 외면 속에 이들은 계속 파업과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2024년의 마지막 날, 강인석 부지회장은 42일째 단식 농성 중이다. 뉴스타파가 지난 26일 거제도 조선 하청지회 사무실에서 김형수 지회장과 강인석 부지회장을 만났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기자 : 강인석 부지회장은 오늘(12월 26일)로 노숙 농성 44일째, 단식 농성은 37일째다. 앞서 김 지회장은 22일 단식을 했다. 건강은 괜찮은가.
강인석 : 이전에도 단식 투쟁을 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길게 하는 건 처음이다. 컨디션이 좋았다가 나빴다가 한다. 계속 혈당 체크를 하며 버티고 있다. 사실 몸보다는 원청의 차별과 윤석열의 내란으로 마음이 더 힘들다.
김형수 : 단식 중단 후 병원에선 입원하라고 했지만 할 수 없었다. 조합원들이 농성 중인데, 그럴 수가 있나. 지금은 회복 중이다.
기자 : 다시 단식 농성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강인석 : 2022년 6월에 유최안 부지회장이 0.3평 철창에 스스로를 가둔 옥쇄 투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조선소 하청 노동자의 삶을 알았지만, 그 후로도 바뀐 게 없다. 오히려 후퇴했다. 노동 조건을 개선하려고 하청업체와 원청업체에 교섭을 요구하면 하청업체는 원청에 책임을 떠넘기고, 원청 한화오션은 "우리는 당신들의 사용자가 아니다"라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심지어 한화오션은 원청 노조에 허용한 천막농성장까지 우리에게는 불허했다. 그래서 먼지와 분진 날리는 조선소 도로 위에서 노숙을 하게 된 거다. 우리의 삶을, 현실을 바꾸려면 또 다시 목숨 걸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다고 봤다.
기자 : 2024년의 조선소 하청 노동자의 상황이 어떠한가.
강인석 : 한화오션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이후, 상용직(하청업체 무기계약직)은 줄고 단기 계약직만 더 늘었다. 언제 죽을지 모를 고위험 업무를 하면서 임금은 여전히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내가 7년 차 도장 노동자인데, 월급이 250만 원 정도다. 문제는 나와 30년 차 숙련공의 임금이 똑같다는 것이다. 이렇게 계속 살 수 있겠나. 조선소에 다니는 노동자 평균 연령이 40~50대인데 이렇게 해서 가족을 책임질 수 있겠나. 우리는 절박하다.
뉴스타파가 한화오션에서 일하는 10년 차 발판 설치 하청 노동자의 2024년 2월 급여명세서를 받아 확인한 결과, 시급은 9,881원이었다. 한 달 동안 307시간을 일하고 세후 276만 원을 받았다.
기자 : 2022년 파업 이후 조선소에 외국인 노동자가 대폭 늘었다.
강인석 : 윤석열 정부가 이주노동자 취업 규제를 완화하면서 조선소에 외국인 노동자가 대폭 늘었다. 하청 노동자 처우를 개선해 달랬더니 이주 노동자를 늘린 거다. 전체 2만 2천 명 직원 중 5,000여 명은 외국인으로 추정된다. 일할 때 서로 말이 안 통해서 번역기를 돌려가며 일하고 있다.
김형수 : 가장 문제는 이렇게 해서는 안전이 담보될 수 없다는 것이다. 조선소에서는 해마다 사람이 죽는다. 폭발해 죽고, 끼어 죽고, 추락해 죽는다. 지금까지는 정주 노동자들의 사망이 많았는데, 앞으로는 이주노동자 산재가 심각해질 거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올해 12월 기준 조선소에서는 18명의 산재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화오션에서만 5명의 노동자가 폭발, 추락, 온열질환 등의 중대재해로 사망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강인석 : 결론부터 말하면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일단 기본적으로 ‘상생협의체’에 처우개선 당사자인 우리 하청 노동자를 배제했다. 원청과 하청업체 그들만의 잔치였다. 예를 들어 하청 노동자 임금체불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하청업체에 4대 보험을 유예해 주는 정책을 내놨는데, 하청업체 경영 부담만 덜어줄 뿐 실질적으로 노동자 임금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한화오션 사내 하청업체에선 올해도 15억 원(지난 5월 기준)의 임금체불이 발생했다.
기자 : 현재 한화오션을 상대로 약속을 지키라며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강인석 :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당시 원청 노동조합인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와 이런 약속을 했다. 정규직 노동자에게는 RSU(성과조건부 주식 지급) 방식으로 300%를, 하청노동자에게는 2024년부터 매년 100%씩, 총 300%의 성과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올해 한화오션은 3분기까지 689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자신들이 세운 경영실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성과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작년에 지급됐던 상여금 50%, 상생격려금 100만 원도 올해는 지급되지 않았다. 임금을 대폭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이미 했던 약속을 지키라고 것인데 한화는 계속 묵묵부답이다.
김형수 : 임금 인상도, 안전 대책도 원청이 움직이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우리가 올해 19개 하청업체와 교섭을 했지만 하는 말은 한결같다. ‘경영상황이 어렵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다. 하청업체들은 스스로가 ‘인력공급업체’라고 말한다. 이런 하청업체를 상대로 교섭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그래서 한화오션에게 직접 대화하자고 요구하지만 한화오션은 근로계약상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장에 나오지 않는다.
하청지회의 주장에 대해 한화오션은 성과금 지급 등의 약속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인수 당시 노사합의 과정에 참여했던 원청 노조,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측은 “하청지회 주장처럼 구두 합의를 한 게 맞다”고 했다. 다만 대우조선지회 측은 “한화오션은 약속을 문서로 남기는 걸 싫어한다. 문서화를 하려다가는 결론을 낼 수가 없어서 구두합의를 했다. 대우조선해양 시절에는 구두합의도 지키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기자 : 2022년 파업으로 조합원 여럿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오는 2월 19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김형수 : 2022년 파업 이후 대우조선과 한화오션은 하청 노동자들에게 총 70건에 달하는 고소·고발을 했다. 형사 재판을 받는 와중에도 계속 경찰서를 오가며 조사를 받고 있다. 이중 검찰은 1차로 22명을 기소했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조합원 12명에 도합 징역 20년 4개월, 10명의 조합원에게 벌금 3,300만 원을 구형했다. 내가 가장 많은 형량인 징역 4년 6개월을 받았다. 변호사는 이게 살인미수범과 같은 형량이라고 하더라. 내가 그리 큰 죄를 지었나 싶었다. 당초 12월 11일이 1심 선고였는데, 어찌 된 일인지 내란사태 이후 선고가 연기됐다.
기자 : 파업 당시 하청지회에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고소한 건은 번번이 불송치되고 있다.
강인석 : 파업 과정에서 많은 조합원들이 폭행을 당하고, 부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갔다. 정말 심각한 폭행만 추려서 경찰에 고소했는데, 번번이 무혐의로 불송치하더라. 우리는 아주 작은 것도 어마무시한 죄명을 붙여가며 기소하면서 말이다. 이 역시 하청 노동자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라고 생각한다.
기자 : 2022년 파업 이후 대우조선이 47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했고, 한화오션도 소송을 유지하고 있다. 두 분 모두 손해배상 청구의 당사자인데 어떤 기분이 들었나.
강인석 : 차라리 470만 원이라면 걱정했을 것 같다. 내 월급이 250만 원인데, 470만 원을 갚으려면 얼마나 더 일을 해야 하나 계산이라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470억 원은 체감이 안 된다. 헛웃음도 나오고, 노조탄압이라는 생각에 분노도 치밀었다. 현재 470억 원 소송은 형사재판 결과를 보고 진행하겠다는 민사재판부 판단에 따라 중단된 상태다.
김형수 : 470억이라는 숫자에 ‘0’ 몇 개인지 세 보지도 않았다. 기자는 몇 개인지 당장 떠오르는가. 그만큼 우리가 평소 상상할 수 없는 액수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5명 중 한 명이 손해배상금을 면제받아도 나머지 사람들이 갚아야 할 총액은 줄지 않는다는 거다. 예를 들어 내가 만약 그냥 죽어버려도 내 몫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나머지 네 명이 내 몫까지 다 책임져야 하는 거다. 얼마나 잔인한가. 이런 손해배상 청구 제도는 없어져야 한다.
기자 : 470억 원 손해배상 소송을 계기로 일명 ‘노란봉투법’이라고 불리는 노조법 2, 3조 개정 논의가 재점화됐다. 노란봉투법이 왜 중요할까.
김형수 : 현행 노조법 3조(손해배상 청구의 제한)에도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조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명확하게, 파업한 노동자에게 기업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법에 ‘사용자’라는 개념이 애매하다 보니, 원청은 자신들이 사용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다. 노조법 2조에 사용자 개념을 실질적으로 노동의 댓가를 받는 사용자로 바꿔야 한다.
현행 노조법 2조에는 사용자 개념이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등으로 명시돼 있다. 노조법 2조 개정안에는 근로계약 체결 관계를 떠나 노동자에게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상을 ‘사용자’로 정의했다. 간접 고용 노동자, 특수 고용 노동자 등 그동안 노조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던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받게 되는 조항이다. 개정안은 21대, 22대 국회에서 두 번이나 통과됐는데 윤석열이 모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게 나라냐, 명태균이 뭐길래 투쟁을 짓밟았나”
대우조선해양 파업하면 이제 ‘명태균’을 빼놓을 수 없다. 윤석열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인물, 선거 브로커 명태균은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 현장을 시찰하고 윤 대통령에게 강경진압을 주문했다. 인터뷰 당일인 지난 12월 26일,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내용이 담긴 명태균 육성을 공개했다.
조선소고 뭐 이 내용을 잘 몰라요. 그래서 거기 문제가 심각한데 정부에서 저번 주에 대통령한테 내가 보고를 했어요. 이00 부사장인가? 대우해양조선 보고서를 내가 만들어 달라고 했지 하나 만들어주더라고. 그래서 내가 보고하고 나서 한덕수 총리가 긴급 (관계장관회의) 소집한 거 아니야. 그리고 또다시 보고를 했지 강경 진압하라고.여기엔 2022년 7월 경 명태균이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이 준 보고서를 받고, 윤석열 부부에게 '강경 진압하라'고 보고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 윤석열 정부는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에 공권력을 투입할 것을 시사했다.
거기 데모하는 놈은 150명이고, 하청 일하는 놈 만 명인데 그 150명 때문에 만 명 다 죽게 생겼던데, 그전에 하여튼 내가 대통령하고 사모님한테 이야기한 게 있어서 보고를 올렸으니까 가서 눈으로 쳐다보기라도 해야 되지
- - 2022년 7월경 명태균이 파업 현장으로 이동하며 지인과 나눈 통화(출처 : 더불어민주당)
금속노조는 명태균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하청지회는 명태균 파업 개입 의혹의 진상규명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기자 : 오늘 공개된 명태균 육성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김형수 : 명태균 녹취를 들어보면 명태균이 하청 노동자를 ‘놈’이라고 표현한다. ‘거기 하청 일하는 놈 만 명인데, 그 150명 때문에 만 명 다 죽게 생겼던데’라고 말한다. 위험한 환경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노동자를 ‘놈’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정부 관료들이 움직이고 땀 흘리지 않는 자들이 땀 흘리는 노동자를 ‘놈’이라고 부르고, 아무 자격 없는 자가 국정을 뒤흔들고 우리 파업을 매도했다는 데 분노한다.
원청 직원들이 감시하는 농성장…"우리를 '하퀴벌레'라 불렀다"
지난 12월 25일 성탄절, 강인석 부지회장이 있는 농성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1박 2일을 보냈다. 이 의원이 다녀간 뒤 한화오션은 천막 설치와 전기 공급을 허용했다. 노숙농성 44일 만이었다.
한화오션 측은 “하청노조가 천막을 설치하려던 장소가 작업장 바로 앞이라 안전관리 차원에서 불허했다”고 해명했다. 44일 만에 천막 설치를 허용한 이유에 대해선 “인도적 차원”이라고 답했다. 뉴스타파가 해당 장소가 실제 위험한지 확인하기 위해 농성장 출입을 요청했지만 거부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법률원 김두현 변호사는 “노조법상 병존적 시설 점거는 합법이다. 천막 설치를 막은 건 명백히 부당노동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강인석 : 원래 천막농성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원청 직원들이 막았다. 노사협력팀 등 인사, 총무과 직원들과 정규직 현장 관리자 100여 명이 힘으로 밀고 들어왔다. 조합원을 쓰러뜨리고 천막을 부쉈다. 원청 노동조합은 올해도 사업장 안에 천막을 쳤는데 우리만 차별했다. 천막 설치를 막는 과정에서 원청이 휘두른 폭력에 조합원들 다수가 부상을 입기도 했다. 명백한 노조탄압이다. 한화오션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후 이런 방식의 노조탄압이 심해졌다.
기자 : 지난 농성 기간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강인석 : 지난 농성 기간 가장 힘든 게 원청 직원들의 조롱과 멸시였다. 100여 명이 넘는 생산직 직·반장들이 우리를 에워싸고 실시간 감시했다. 도로 위 깔개 하나 놓고 농성하는 사람들 옆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컨테이너까지 설치해 상주했다. 심지어 온수기까지 가져와 커피를 타 마시며 우리를 감시했다. 단식농성을 하는 사람 앞에서 말이다. 마치 세월호 참사 유가족 옆에서 피자를 시켜 먹었던 ‘일베’의 모습처럼 보였다. 하청 노동자도 같은 노동자인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김형수 : 우리를 감시하는 사람들은 인사팀도 있지만, 생산직 직·반장들도 많았다. 다 현장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인데 우리를 감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자의적으로 와 있는 것이라고 했지만, 그렇게 보지 않는다. 결국 한화오션 경영진이 시킨 일이 아니었겠나.
기자 : 익명 SNS에 하청 노동자를 가리켜 ‘하퀴벌레’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강인석 : ‘하퀴벌레’는 하청과 바퀴벌레의 합성어다. 원청 직원들이 만들었다. 최근에는 나더러 ‘단식 하퀴’, 즉 단식하는 하퀴벌레라고도 하더라.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되는데, 나도 사람인지라 그게 참 안 됐다. 단식 중에 화를 내면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져서 외면하려고 했는데, 농성장에 날아든 추위보다 먼지보다 그 모멸감을 견디는 게 가장 힘들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기자 : 최근 파업 기금 후원이 늘었다고 들었다. 하루 7건 내외에서 최근 천 건 가량으로 늘었다고.
강인석 : 폭발적으로 늘어난 건 12월 20~22일 3일 정도다. 이른바 ‘남태령 집회’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농민들로 구성된 ‘전봉준 투쟁단’의 트랙터 시위를 가능하게 했던 20~30대 시민들이 어디선가 이야기를 듣고 우리에게 후원을 보낸 거다.
‘X(옛 트위터)’에 내가 단식 중인 사진 등이 공유되고 있던데, 어디선가 우리 이야기가 나왔던 거 같다. 그런데 우리에 대한 후원만 는 게 아니다. 300일 넘게 고공 농성 중인 한국옵티컬 노동자들, 쿠팡 비정규직 노조 등 힘들게 투쟁하고 있는 많은 사업장에 후원이 늘었다.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사람들의 울분, 열망이 우리에 대한 지지로 온 것 같다.
기자 : 김형수 지회장은 페이스북에 '윤석열로 묻힌 투쟁을 남태령 노동자 민중이 다시 살려냈다'고 적었다
김형수 : 처음에는 우리 목소리가 계엄 정국에 완전히 묻히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국회를 지켰듯이 우리의 투쟁도 되살리고 있다. 기쁘고 감사하다. 그래, 뭔가 다시 올라오는구나. 우리가 하고 있는 이 투쟁이 시민들이 봤을 때 ‘자신들이 바라고자 하는 세상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구나’라고 느꼈구나. 후원금 입금자 명단을 보면, ‘남태령에서 온 소녀’, ‘조선공의 딸’, ‘싸우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싸우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이 있다.
우리의 투쟁에 동의하는 사람들이란 의미가 내포돼 있는 것 같았다. 아, 저항하고 싶었던 사람들이구나. 윤석열을 상대로 저항하고 싶었던 사람들, 그들이 윤석열과의 대척점에서 가장 강하게 투쟁하고 있는 우리를 응원해 준 것이라고 본다. 그들이 후원하는 이유는 단순히 윤석열 탄핵만이 아닌, 새로운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열정 때문이었다고 본다. 탄핵에 그치지 않고 노동자, 농민, 성소수자 등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 우리와 같은 마음들이 그날 남태령에 모였던 것 같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강인석 : 우선 하청 노동자들에 대해서 관심과 애정 보내주셔서 정말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내년에는 노동 중심의 새로운 대한민국이 열릴 것이라고 본다. 확신한다. 그런 마음으로 기꺼이 단식도 열심히 이어가겠다. 이번 윤석열 탄핵 집회에서 거론되는 새로운 세상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핍박받고, 인간 대접 못 받는 그런 세상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가 열심히 투쟁할 테니 지금처럼 내년에도 하청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다.
김형수 : 나는 내년에 달라질 것 같지 않은데?(웃음) 달라졌으면 좋겠지만, 세상 쉽게 안 변하더라. 그래도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니 조금은 변하지 않을까 싶다. 내년에는 원청과 교섭하고 싶다.
2024년 마지막 날인 오늘까지도 원청 한화오션은 교섭장에 나오지 않았다. 하청업체와의 교섭은 지난 27일 중단됐다. 강인석 부지회장은 42일째 곡기를 끊은 채 한화오션 농성장에서 새해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타파 홍여진 sarang@newstapa.org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