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경찰청이 공개한 사진에서 권도형씨가 눈이 가려진 채 경찰에 호송되고 있다. 몬테네그로경찰청 |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돼 범죄인 인도 재판을 받아온 가상통화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씨의 신병이 결국 미국으로 넘겨졌다.
31일(현지시간) 현지 일간지 비예스티, 포베다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경찰청은 이날 “오늘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권씨의 신병을 미국 사법당국 관계자와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게 인계했다”고 밝혔다. 몬테네그로 경찰청은 수갑을 찬 권씨가 눈이 가려진 채 경찰에 호송되는 사진을 공개했다.
권씨가 미국으로 인도된 것은 지난해 3월23일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체포된 지 약 1년 9개월 만이다.
권씨는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약 50조원에 달하는 피해를 초래한 테라폼랩스의 공동 창업자다. 폭락 사태 직전 싱가포르로 출국한 후 잠적했으며,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에 입국하는 등 도피 생활을 해왔다.
2023년 3월 몬테네그로 공항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해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돼 4개월간 수감됐고, 형기를 마친 뒤에는 외국인수용소로 이송됐다. 한국과 미국 사법당국은 권씨가 체포되자마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는 등 신병 확보 경쟁을 벌여 왔다.
몬테네그로 하급심은 한국의 범죄인 인도 청구가 미국보다 조금 더 빨랐다는 결론을 내리고 권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했지만 대법원은 복수의 국가가 경합하는 경우, 범죄인 인도국 결정은 법무부 장관의 권한이라며 하급심의 결정을 무효로 했다. 지난 4월 열린 파기 환송심에서 하급심이 다시 한 번 권씨를 한국으로 송환해야 한다고 결정하자, 9월 대법원은 재차 이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 자체를 법무부로 이관했다.
이에 권씨 측은 헌법소원까지 제기했지만 헌법재판소는 2개월이 넘는 심리 끝에 이를 기각했다. 헌재의 기각 결정 이후 사흘 만인 지난 27일 보얀 보조비치 법무장관은 권씨를 미국으로 인도한다는 명령에 서명했다.
권씨는 보조비치 장관의 미국 인도 결정에 맞서 한국으로 송환되기 위해 법적인 수단을 총동원해왔으나 결국 미국으로 신병이 넘겨졌다. 그가 경제범죄 형량이 높은 미국으로 인도될 경우 사실상 무기징역에 가까운 강력한 처벌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고, 권씨 측도 한국행을 희망해 왔다. 미국은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여서 100년 이상 징역형도 가능하지만,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40년이다.
권씨의 미국 인도 소식이 전해진 뒤 한국 법무부는 입장문을 통해 “앞으로도 미국 측과 긴밀히 협력해 권씨가 양국에서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도록 하고, 권씨가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얻은 범죄수익 역시 철저히 환수하고 피해자들의 피해가 회복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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