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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6 (월)

느려도 괜찮아, 2025년 완주를 위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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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새해가 밝았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희망과 의욕을 가득 담아 새해 계획을 세우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신년에 세운 목표 중 대부분을 이루지 못하고 일년을 보내버린다는 것을. 2025년은 조금 느린 한 해를 보내보는 건 어떨까. 작심일년(作心一年). 느리지만 꾸준하게, 주위에 휩쓸리지 않고 ‘나’에게 충실한 한 해를 보내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걷고 있지만 뛰고 있습니다
운동초보자를 위한 ‘슬로 조깅’


경향신문

슬로 조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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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체력단련을 다짐한 운동 초보자라면 천천히 뛰는 저강도 운동 ‘슬로 조깅’을 시작해보자. 일본 후쿠오카대 스포츠과학부 다나카 히로아키 명예교수가 고안한 이 운동법은 걷기와 뛰기의 중간 속도(평균 속도 시속 6~7㎞)로 달린다. 보폭을 좁게 하고 평소 걷는 속도보다 약간 빠르게 뛰는 것이 포인트. 관절에 부담이 가지 않아 부상 위험이 거의 없고 체력에 맞게 꾸준히 달릴 수 있어 고령자나 과체중인, 달리기를 처음 시작하는 운동 초보자도 쉽게 시작할 수 있다. 걷는 속도로 달린다니, 과연 운동이 될까 싶지만 슬로 조깅의 운동 효과는 상당하다. 같은 속도여도 걷기보다 뛰기가 에너지 소모량이 두 배가량 많고 근육 개선과 지방 감소, 신체 능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달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발뒤꿈치 대신 앞부분이 먼저 땅에 닿으면서 보폭 10~20㎝ 정도로 ‘종종종’ 달린다. 발뒤꿈치가 아닌 앞꿈치부터 딛는 것을 기억할 것. 이렇게 달리면 체중 부하가 3분의 1로 줄어들어 무릎이나 발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본래 속도보다 느리게 뛰어도 괜찮지만 컨디션이 좋다고 속도를 높였다간 꾸준히 다져온 페이스가 무너질 수 있다. 한국슬로우조깅협회 정라혜 대표는 “슬로 조깅은 누적 운동”이라며 “하루에 10분이라도 운동을 하면 그 효과가 몸속에 누적되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꾸준히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조언한다. 빨리 가겠다는 욕심을 내려두면 오래, 멀리 갈 수 있다. 새해에는 나의 속도로 달리며 기분 좋게 땀 흘리는 기쁨을 만끽해보자.

텍스트힙은 계속된다,
인생 바꿀 독서습관 기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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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읽고 있는 시민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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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한다고 따라 할 필요는 없지만 이것만은 따라 해도 무방하다. 2024년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텍스트힙’ 열풍은 새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평소 책과 친하지 않았다면 올 한 해 몇 권의 책을 읽는 것을 목표로 독서를 시작해보자. 독서는 단순히 정보를 얻는 것을 넘어 두뇌 활동을 촉진할 뿐 아니라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매일 30분씩 독서를 하는 것만으로도 수명 연장 효과가 있다고 하니 독서가 인생을 어떻게 바꿀지 궁금하지 않은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독서를 시작할지 모르겠다면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독서습관 기르는 방법을 실천에 옮겨보자.

①관심 있는 주제나 주변의 추천을 바탕으로 읽고 싶은 책 목록을 만들 것. ②짧은 소설, 에세이, 실용서 등 쉬운 책으로 시작할 것. ③처음부터 많은 양을 읽기보다 하루 10~15분씩 정해진 시간에 소량의 책을 읽을 것. ④외출할 때 책 한 권을 꼭 휴대할 것. ⑤읽다가 흥미 없는 책은 과감히 내려놓을 것. ⑥독서 모임에 참여하거나 가족, 친구들과 읽고 있는 책이나 독서 계획을 공유할 것. ⑦연간 읽을 책 목표를 설정하고 독서일기나 애플리케이션, 계획표 등을 만들어 진행 상황을 시각화할 ㅌ것. 입문자라면 한 달에 한 권씩 1년간 12권, 또는 두 달에 한 권씩 6권도 충분하다. ‘북모리’ ‘북플립’ ‘밀리의서재’ ‘북적북적’ 등 독서를 체계적으로 돕는 다양한 독서 기록 앱도 있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자.

스마트폰에 빼앗겼던 집중력 찾아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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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과 멀어지면 의미 없이 할애했던 시간이 고스란히 나에게로 돌아올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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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2024년 올해의 단어로 ‘뇌 썩음’(Brain rot)을 선정했다. 스마트폰 사용량이 급증함에 따라 과도한 온라인 콘텐츠 소비가 현대인에게 미칠 악영향을 경고한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 알림을 확인하거나 스마트폰 배터리가 부족할 때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가. 매일 밤 잠들기 직전까지 유튜브 쇼츠(Shorts)를 무한시청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확인하느라 일 또는 공부에 집중하지 못한 적이 있다면 새해엔 디지털 디톡스로 빼앗겼던 집중력을 되찾아보자.

‘스마트폰 감옥’은 말 그대로 스마트폰을 케이스에 넣어두고 설정한 시간 동안 사용하지 못하도록 잠가두는 제품이다. 1만~5만 원대 다양한 제품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데 수험생이나 회사원, 주부 등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효과를 봤다는 사람이 많다. 휴대폰을 쓰지 않기 위해 돈까지 써야 할까 싶지만 “집안 풍경이 달라졌다” “처음엔 힘들었는데 금방 적응이 된다” “스마트폰 사용을 강제로 줄이니 일도 빨리 끝내고 하루가 여유로워졌다” 등등 사용자들의 후기가 넘쳐난다. 고령자들을 위한 ‘효도폰’으로 여겨졌던 폴더폰과 피처폰도 스마트폰 중독자들을 위한 ‘해독템’이다. 지난해 미국과 유럽에선 인터넷 연결 기능 없이 전화와 문자 등 최소한의 기능만을 갖춘 피처폰이 일명 ‘바보폰’(덤폰, Dumb phone)으로 불리며 주목받았다. 스마트폰에 지친 이들이 자신의 정신건강을 위해 단순한 기능만 탑재한 피처폰을 다시 찾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과 영국에서 덤폰 판매가 늘어나며 ‘노키아’로 잘 알려진 HMD 글로벌은 단종된 모델을 재출시했고, ‘하이네켄 보링폰’ ‘무디타 퓨어’ 등 미니멀하고 힙한 디자인으로 소유욕을 자극하는 바보폰도 속속 출시됐다.

유튜브 중독에서 벗어나는 보다 간단한 방법도 있다. 유튜브 설정 전체 기록관리 탭에서 모든 데이터 삭제를 실행하면 끊임없이 다음 영상을 보게 했던 알고리즘을 단번에 끊어낼 수 있다. 실제 이 방법으로 쇼츠 중독에서 탈출했다는 사람이 많으니 새해에 과감히 시도해보자. 의미 없이 스마트폰에 할애했던 시간이 고스란히 나에게로 돌아올 것이다.

번아웃 없는 한 해, 느리게 일 잘하는 ‘슬로 워커’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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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뉴포트는 느리게 일하는 방식이 깊은 집중과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생산성을 추구하는 방법이라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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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나라 한국에서 ‘느리게 일 잘하기’가 가능할까? MIT 출신 공학자이자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칼 뉴포트는 그의 저서 <슬로 워크>(Slow Work)에서 느리게 일하는 방식이 단순히 속도를 늦추는 것이 아니라 깊은 집중과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생산성을 추구하는 방법이라고 제안한다. 현대사회는 단순히 일하는 시간을 늘릴수록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아닌데도 과거와 같은 업무수행 방식을 고집해 많은 직장인을 과부하와 번아웃에 빠지게 한다는 것이다. 새해 업무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뉴포트가 제안하는 몇 가지 실천 방법을 참고해보자.

①반복적이고 단순한 작업은 자동화하거나 위임해 업무량을 줄인다. ②멀티태스킹을 지양하고 한 번에 하나의 작업에만 집중한다. ③필요 없는 알람은 꺼놓고 하루에 특정 시간만 e메일이나 메시지에 응답하는 루틴을 만든다. ④수행한 작업의 양보다 질에 초점을 맞춘다. ‘얼마나 많이 했는가’보다 ‘얼마나 의미 있는 결과를 냈는가’에 집착하라. ⑤새로운 기술이나 지식을 익힐 때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느리게, 그러나 깊게 파고든다. ⑥작업 시간 동안 강도 높은 집중을 유지하되 일정한 간격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작업 중간에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은 심리적 긴장을 완화하고 재충전에 도움을 준다.

슬로 워크는 느림을 통해 깊이 있는 일에 대한 몰입을 강화하고 결과적으로 성과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작업환경을 최적화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되새기고 집중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의욕 넘치는 새해, 출발선상에 선 스프린터처럼 전속력으로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면 잠시 심호흡하고 장거리 완주를 목표로 속도를 재설정해보자.

옷장도, 통장도, 지구도 행복한 ‘슬로 패션’ 실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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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옷들은 대부분 재활용이 어렵고 금방 썩지 않아 그대로 환경오염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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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을 가득 채운 옷들을 보며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왜 나는 비슷한 옷을 매년 사는 걸까. 입는 옷은 정해져 있는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사들인 ‘신상’들과 언제 구매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패션 제품들에 회의를 느낀다면 올 한 해 슬로 패션을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

슬로 패션(Slow Fashion)은 트렌드에 맞춰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생산되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좋은 소재와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오래 착용할 수 있는 의류 제품을 뜻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좋은 옷을 적게 구매해 오래 입는 패션 소비 방식이다. 우리가 쉽게 사서 입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의 이면에는 싸게 사서 한철 입고 버려지는 옷들이 있다. 그렇게 버려진 옷의 90% 이상이 개발도상국에 수출되는데, 대부분 재활용이 어렵고 금방 썩지 않아 그대로 환경오염으로 이어진다. 슬로 패션은 환경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나의 옷장과 통장에도 여유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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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패션을 실천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옷을 구매할 때는 시간이 지나도 트렌드에 휘둘리지 않을 클래식한 디자인을 고르고 소재, 봉제 상태 등 제품의 내구성을 확인해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선택한다. 공정무역 인증이나 친환경 인증을 받은 제품을 고르는 것도 좋다. 옷장에 있는 옷을 정리해 이미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필요한 옷과 필요 없는 옷을 파악하고 있으면 충동구매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고 의류나 빈티지 가게를 활용하고 입지 않는 옷은 기부하거나 교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비영리 스타트업 ‘다시입다연구소’에서는 안 입는 옷을 물물 교환하는 ‘21%파티’를 운영하니 참여해보자. 슬로 패션을 위해서는 관리가 필수다. 옷을 바르게 세탁, 수선, 관리하면 옷의 수명을 늘리고 오래 입을 수 있다. 같은 옷과 신발을 매일 입고 신으면 옷과 신발의 수명이 줄어든다. 요즘 필수 가전이 된 건조기 역시 빠르고 편리하긴 하지만 옷을 빨리 닳게 하므로 되도록 건조대에 말리는 게 좋다.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쓴 프랑스 철학자 피에르 상소는 “느리게 산다는 것은 무능력이나 게으름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재촉에 떠밀리지 않으면서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했다. 조금은 느리더라도 나의 속도로, 꾸준함의 힘을 믿어보자. 2025년을 가뿐히 완주할 수 있을 것이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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