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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엄마 어떻게 살라고” “날 두고 어떻게 가” 유족들 통곡...눈물의 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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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3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조문하고 있다. 2024.12.31 [공동취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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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내 새끼 왜 저기 가 있어. 엄마 어떻게 살라고! 말도 안 돼”.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무안 공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가 유족과 조문객의 흐느낌으로 가득 찼다.

31일 무안 공항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가 운영에 들어간 가운데, 올 해의 마지막 날을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보내게 된 유가족들은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이날 자식을 먼저 보낸 한 어머니는 분향을 마치고도 자리를 뜨지 못한 채 다시 분향대로 돌아갔다. 그는 다시 만질 수 없게 된 자식의 얼굴 대신 분향대만 붙잡고 통곡했다. 그는 “네가 날 두고 어떻게 가, 뭣 하러 갔냐”며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다른 노인은 아들의 이름만 목놓아 불렀다. 울고 울어 목소리는 이미 쇳소리가 됐다. 그는 결국 가족들의 부축을 받고서야 가까스로 분향소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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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179명의 이름이 적힌 위패가 20여m 길이의 헌화대를 따라 놓여있는 가운데 합동분향소가 열린지 이틀째인 31일도 시민들의 추모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무안=김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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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의 분향이 끝난 뒤 일반 시민들의 분향 행렬도 길게 이어졌다.

이가운데는 이태원 참사 때 친구를 잃은 고등학생도 있었다. 공항에서 전남도자원봉사센터 소속으로 봉사 중인 고등학생 김모(17)군은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한 또 다른 사고가 발생했다는 생각에 안타까워 평택에서 왔다”며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 이곳에서 봉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전북 완주에서 스님과 함께 왔다는 소기룡(67)씨는 “세 살배기 아이가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비슷한 나이의 손주가 있는 나로서는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며 “무안스포츠파크 합동분향소로 가려다가 이곳이 고인들 시신이 있는 곳과 더 가까워 여기로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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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조문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2024.12.31 [공동취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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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자녀들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일가족의 발길도 눈길을 끌었다.

초등학생 딸과 세 살배기 아들, 남편과 함께 온 광주시민 박상미(41)씨는 분향대에 직접 챙겨온 자동차 장난감을 올려두고 나왔다. 박씨는 “최연소 희생자가 아들과 비슷한 나이길래 아이가 못다 한 장난감 놀이를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장난감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월호 때도 갓난아기였던 첫째를 데리고 참사 현장에 갔었는데, 이후로 또 이런 참사가 터지니까 너무 마음이 힘들다”며 “나도 이렇게 마음이 괴롭고 힘든데 가족분들은 얼마나 더 비참할까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무안 공항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는 유가족 요청에 따라 이날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희생자 179명의 위패와 영정을 모셔놓은 분향소는 24시간 운영되며 누구나 조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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