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업계, 국경 초월 ‘횡종연합’…시장 재편 속도 가속
현대차·기아, 美 수출 비중 절대적, 관세 리스크↑
배터리 업계, 美 정부 소재 관세 부담까지 ‘이중고’
우치다 마코토(왼쪽) 닛산 대표이사 사장과 미베 토시히로 혼다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2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합병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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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생존 전략을 모색하려는 자동차·배터리 업계의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한 모양새다.
반(反) 전기차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트럼프 당선인이 배터리 소재에까지 관세 부과를 검토하는 등 나날이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국정운영 시계가 멈춰버리면서 대미협상에도 비상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망설일 시간도 없어”…‘적과의 동침’ 마다치 않는 車 업계
글로벌 자동차 시장 판도는 최근 몇 년 새 180도 달라졌다. 내연기관차 시대에서 전기차로 전환기를 맞으면서 미국과 독일과 일본 등 이른바 ‘자동차 강국’들이 중국 업체들과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빠르게 영향력을 넓히면서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EU)까지 대규모 관세 카드를 꺼내 들면서 국가 간 무역분쟁 위기감도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 글로벌 업체 간 합종연횡이 본격화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 7, 8위이자 일본 2, 3위 완성차 업체인 혼다와 닛산 간 합병 발표 소식이 대표적인 사례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오는 2026년 8월 상장회사로서 새로 설립할 지주회사 산하에 들어가는 형태로 경영 통합을 추진할 계획이다. 양사는 지주사의 자회사가 되며 각각 상장도 폐지할 계획이다. 협상은 올해 6월 최종 합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혼다와 닛산은 2024년도 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기준 각각 380만대와 340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업체가 합쳐질 합산 판매량은 720만대에 이른다.
여기에다 닛산이 최대 주주인 미쓰비시까지 통합될 경우 총판매량은 800만대에 달한다. 730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한 현대자동차그룹을 넘어서는 규모다.
이들의 합병은 전동화 전환에 대응하고, ‘규모의 경제’를 이뤄 원가 및 연구·개발(R&D) 비용 등을 줄이고, 시장 내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양사 합병 시너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글로벌 업체 간 합종연횡 움직임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수출 대기 중인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현대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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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완성차 업계, ‘SUV·하이브리드’ 앞세워 수출 다변화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판매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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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와 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특히,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 비중은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트럼프 2기 체제 아래 달라질 수출 환경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실제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11월까지 미국 시장에서 모두 154만8333대를 팔았다. 이는 양사 전체 글로벌 시장 판매량(665만6584대)의 23.3% 수준으로 지난 1988년(28.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양사의 미국 판매량은 지난 2021년을 기점으로 국내 판매량을 넘어섰고, 두 시장 간 격차도 매년 조금씩 벌어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얼마전 발간한 ‘국내외 자동차 산업 현황 및 2025년 전망’ 보고서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보편 관세 부과 공약 등을 제시했다. 한국 자동차 수출의 대미국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단기간 내 관세를 부과하면 수출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그룹은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하이브리드차 중심의 고부가차량 위주로 수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차는 전년 대비 85.8% 늘어난 2만4296대가 팔리며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트럼프 당선인이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만큼 내연기관과 더불어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에 집중해 시장 내 영향력을 넓혀가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전기차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차량도 생산할 수 있도록 공장 설계를 유연하게 변경했다.
2024년 1∼10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전년 동기 3.5%포인트 줄어든 20.2%를 기록했다. [각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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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에 관세 리스크까지…배터리 업계 생존법 찾기 난항
국내 배터리 업계의 경우 전기차 캐즘 여파로 글로벌 점유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관세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3.5%포인트 줄어든 20.2%를 기록했다.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2021년 1∼10월 31.7%에서 3년 만에 20.2%까지 내려앉았다. 반면, 중국 기업은 자국의 강력한 지원책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며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실제로 같은 가간 중국 CATL과 BYD의 합산 점유율은 39.7%에서 53.6%로 상승했다.
중국 업체들이 주력으로 삼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대비 30%가량 싼 가격과 높은 열안전성으로 수요가 매년 늘어난 것이 이 같은 점유율 변화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업체들도 서둘러 LFP 양산 준비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 기업의 공급망에서 틈새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이 전기차 소비 보조금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배터리 소재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도 부담이다. 최근 로이터는 트럼프 당선인 인수팀 내부 문건을 인용해 “세계 모든 배터리 소재에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하고, 이후 동맹국들과는 개별적인 협상을 통해 관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권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국 배터리 기업은 대부분 미국에 대규모 배터리 셀 공장을 짓고,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양극재 등 소재를 확보하는 모델을 구축 중이었다. 만일 미국의 배터리 소재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트럼프 신정부가 바이든 행정부가 오는 2026년까지 유예한 중국산 흑연에 대한 세액공제를 취소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국의 중국산 천연흑연 수입 의존도는 90%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정부의 외교 지원 필요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탄핵정국 여파에 따른 외교 공백 장기화로 민관 협력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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