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 |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백악관과 행정부의 주요 보직에 대한 인선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되면서 자동차 산업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트럼프 1기 정부 시절 미·중 갈등이 격화했다면 트럼프 2기 정부에서는 더 강경한 미국의 자국 이익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1999년 중국 내 자동차 판매는 미국의 14%에 불과한 183만 대였다. 하지만 2023년에는 중국 시장 판매가 3000만 대를 넘어서 미국보다 1955만 대 많았다. 올해 전기차 내수시장 규모는 중국이 1280만 대로 미국의 130만 대를 압도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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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차, 미 소비자 후생 큰 기여
불공정 무역 없었음을 설명하고
의회·행정부에 홍보도 강화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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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분야를 봐도 중국은 레벨4 수준의 시험 주행을 허용했으나, 미국은 레벨3 수준이다. 중국이 성큼 앞서가고 있다. 이처럼 중국이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하자 미국은 중국산 자동차의 미국 시장 진입을 원천봉쇄하면서 중국 기업의 혁신 역량 강화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미 전 세계 전기동력차 관련 누적 투자가 약 900조원이나 되면서 전기동력차 상용화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완성차 업체를 대변하는 미국자동차혁신연합(AAI)은 환경 규제 완화를 요구하며 전기차 세액 공제 유지와 자율주행차 기술 혁신에 대한 지원을 촉구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은 전기차 구매 보조금과 충전 하부구조 구축 보조금 폐지, 보편 관세 부과, 자동차 연비 규제 완화, 재생에너지 발전 축소 등 전기동력차 보급 확산에 제동을 걸고 있다. 다만 미국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희망하고 있고, 전통적인 화석연료 공급업체들도 전동화에 동조하고 있어서 실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정책 변화도 예상된다.
대한민국이 이러한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산·관·학·연이 협력해 미국 의회와 행정부에 대한 홍보와 로비를 강화해야 한다. 우선, 한국이 2007년 미국 공화당 부시 행정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이후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와 협상해 FTA를 재개정했다는 사실을 강조해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보다 먼저 FTA를 체결한 멕시코산 자동차 수입에 대해 10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어서 걱정이 앞선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444억 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은 완성차(MTI 741) 교역에서 289억6000만 달러, 부품(MTI 742) 교역에서 77억5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자동차 산업에서 기록한 흑자가 전체 대미 흑자의 83.3%를 차지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불균형이 양국 소비자의 상이한 취향과 공급 구조에 따른 결과이지 불공정 무역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미국 측에 인식시켜야 한다.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점유율이 2022년 10%를 돌파해 증가했으나 올해는 소폭 하락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에도 그런 전례가 있다.
당시 현대·기아차는 미국 GM의 파산으로 인한 공급 공백을 메워 소비자 후생에 기여했다. 한국산 자동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신차 구매에 어려움을 겪은 미국 저소득층의 자동차 구매 부담을 낮춰주고 이동의 안전성·편의성을 높여 준 사실도 알려줘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트럼프 2기 정부가 무리하게 높은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 지지층인 미국 저소득 가정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음도 강조해야 한다. 한국에서 생산 활동 중인 한국GM의 대미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 GM의 경영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상기시켜야 한다.
자동차산업의 지역화는 마스트리흐트조약으로 1993년 유럽연합(EU)이 출범한 이후 심화해 왔다. 한국 자동차업계는 세계 주요 시장 또는 인접 국가에 직접 투자해 현지 생산공장을 구축하며 대응해 왔다. 이러한 글로벌 공급망 구축은 한국 부품업계의 수출 증대에도 기여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2기 정부의 고관세 정책은 지역주의 이상의 부정적 영향을 한국 자동차산업에 줄 수 있다. 수출 급감과 국내 산업의 공동화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지고 있지만 지나친 걱정보다는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위기 속에도 기회는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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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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