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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탄핵정국에 여객기 참사까지… 얼어붙은 골목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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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소비심리 ‘꽁꽁’

국가애도기간 따라 행사 줄취소

시민들 송년모임 등 자제 분위기

상인 “평년比 매출 30~40% 줄어”

제주 관광객 급감 등 특수 사라져

12·3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에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연말연시 소비심리가 급격히 움츠러들면서 지역경제가 얼어붙었다. 정부가 4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면서 전국에 예정됐던 해넘이·해맞이 행사 등이 줄줄이 취소됐고, 송년모임도 자제하는 분위기여서 골목상권이 위축되고 있다.

세계일보

30일 서울 시내의 한 음식점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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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오후 7시쯤 찾은 부산 부산진구 서면의 한 고깃집. 평소 손님들로 넘쳐났던 식당은 한산했다. 20여개의 테이블 중 서너 군데만 손님들이 앉았고, 나머지는 텅 비어 있었다. 50대 주인 A씨는 “평소 연말이면 단체손님들로 예약이 줄을 이었는데 올해는 탄핵이다 뭐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예약했던 손님들마저 취소하고 있다”며 “정치가 국민들을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해줘야지, 매일 자기들끼리 싸움판을 벌이는 통에 국민들은 죽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부산시 연제구 연산동의 한 유명 횟집도 사정이 비슷했다. 유리창에 붙은 ‘겨울 특미 대방어 입고’란 안내 문구가 무색하게 횟집 내부는 텅 비었다. 횟집 주인 B씨는 “한 달 가까이 탄핵 여파로 단체회식이 자취를 감추었는데, 엊그제 여객기 참사에 따른 추모분위기로 연말 장사는 물 건너갔다”고 했다.

경북 예천군 경북도청신도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40대 김모씨는 전날 오후 9시쯤 식당 문을 닫았다. 원래는 오후 11시까지 장사를 하지만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긴 탓이다. 가장 바빠야 할 연말이지만, 12월 매출은 평년보다 30∼40% 줄었다고 김씨는 전했다. 그는 “아무리 ‘힘들다 힘들다’ 해도 올해 들어 요즘처럼 장사가 안 된 적은 없었다”면서 “이번 달은 월세와 아르바이트비를 내주고 나면 정말 마이너스일 것 같다. 언제 숨통이 트일지 걱정이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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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 ‘부르는 게 값’으로 대목을 맞았던 대리운전 업계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인천지역의 한 기사는 “연말연시면 콜을 골라서 선택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고요하기까지 하다. 시국에 더해 소비 위축 등으로 이용자들이 계속 줄어 특수는 옛말”이라고 하소연했다.

제주 관광객도 크게 줄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1월1일까지 이어지는 닷새 동안 항공과 선박을 이용해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하루 3만3000~3만7000여명씩 모두 16만4000여명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9만2300여명에 비해 14.7% 줄어든 것이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탄핵 정국 여파가 계속돼 연말연시 분위기가 침체하는 가운데 이번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연말연시 특수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제주도청의 한 공무원은 “탄핵정국 여파로 얼어붙은 서민경제 회복을 위해 송년회 등의 연말 모임과 축제·행사 등을 권장했다가 여객기 사고로 연말 모임·행사를 자제하자는 분위기로 바뀌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전국종합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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