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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송파 세모녀 비극 11년···여성가장의 새해는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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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정보원, 여성가구주 분석 보니

20% 비경제활동···고용형태도 불안

남성가구주 대비 임금도 10~30%↓

“기본소득·양육위한 정책 지원 필요”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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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부촌인 서울 송파구에서 세 모녀가 전 재산 70만 원을 집세와 공과금이라며 유서를 남기고 떠난 지 올해로 11년째다. 2019년에는 서울 성북구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네 모녀가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이들처럼 여성 홀로 생계를 책임지고 아이를 키우기 가정 상당수는 저임금 굴레 속에서 ‘새해’를 기다린다.

1일 한국고용정보원은 최근 ‘고용동향브리프’를 통해 여성가구주에 대한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여성가구주는 홀로 가족의 생계와 양육을 맡은 여성이다. 여성가장과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이 분석은 여성가구주의 어려움을 더 구체적으로 보기 위해 미혼 여성가구주를 제외하고 연령은 연금 수령을 고려해 64세까지로 한정했다.

여성가구주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08년 20만4435명에서 2013년 23만4835명으로 약 3만 명 증가했다. 작년 기준으로는 전체 가구주의 약 22%다.

하지만 여성가구주의 경제활동은 남성가구주에 비해 활발하지 않다. 남성가구주 가운데 약 92%는 경제활동자인 반면, 여성가구주는 이 비율이 약 73%에 그쳤다. 나머지 비경제활동자는 생계 유지가 어렵다는 의미다.

여성가구주 상당수가 고용시장에서 남성가구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 여성가구주의 연령대를 보면 45세 이상이 약 70%를 차지했다. 학력 수준을 보면 약 66%는 고졸 이하다.

이 상황은 불안한 고용 형태를 만들었다. 남성가구주의 경우 이들 중 임시근로자 비중이 약 6%인 반면, 여성가구주는 이 비율이 남성 보다 3배 이상 높은 약 21%다. 게다가 남성가구주와 달리 여성가구주는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일하는 비중이 낮았다.

특히 여성가구주는 대부분 업종에서 남성가구주에 비해 임금 수준이 낮았다. 일례로 여성가구주 비중이 높은 산업인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을 보면 여성가구주의 임금 중위값은 연 2826만5000원이다. 그런데 이 산업에서 남성가구주의 중위값은 3962만2000원으로 1000만 원 이상 높았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남성 임금의 약 71%만 받는다는 얘기다. 여성가구주는 가장 많이 일하는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도 임금중위값이 2777만 원으로 남성(3209만4000원)의 약 86%였다.

이 분석을 한 이지민 고용정보원 고용동향조사분석팀 책임연구원은 “여성가구주가 계속 늘고 있지만, 이들 일자리의 근로조건과 질이 남성가구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며 “여성가구주를 위한 기본적인 소득, 안정적 고용, 자녀양육을 위한 사회보장 등 여러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양종곤 고용노동전문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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