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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3년만 버티게 해달라”…기업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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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은커녕 투자도 망설일 수밖에”

대내외 혼란…새해 경영계획 변동 불가피

트럼프 2기 출범부터 초유의 탄핵정국까지

고환율·수출 경쟁력 약화·내수침체 삼중고

헤럴드경제

챗GPT를 이용해 제작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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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은결·한영대 기자] “모든 게 불확실하고 갑갑해요. 결국 변수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느냐 정도가 최선입니다.” 연 매출 50조원대를 올리는 대기업 A사는 미리 짜놓은 새해 경영 계획을 얼마든지 갈아치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2기’ 출범부터 탄핵 정국·원화값 약세 등 복합 변수에, 세계 시장에서 날고 기는 국가대표급 기업조차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2025년 을사년(乙巳年) 새해가 밝은 가운데 경제 현장을 지키는 기업인들은 답답한 심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경제를 뒷받침하기는커녕 혼란으로 몰아 넣은 국정 운영 붕괴, 여기에 미국 신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등이 겹치며 초유의 불확실성에 갇혔다. 안팎에서 고조되는 위기감에 산업계는 한시적인 평안함이라도 간절한 상태다.

“어느때보다 보수적 계획…M&A는커녕 투자도 어렵다”
1일 한 주요 그룹 고위 임원은 “다 모르겠고, 그냥 3년만 기업들이 경영과 사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희망찬 새해가 시작됐지만 기업들은 최대한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내수 침체, 원·달러 환율 상승, 수출 악화 등 ‘삼중고’에 이어 트럼프 재집권, 탄핵 정국 등 메가톤급 현안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왔다. 내부적으로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부터 사업계획 마련은 일찌감치 끝내놨지만, 사업·투자계획과 자금 조달 방안 등은 도무지 확정하기 어렵단 전언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통상적으로 정부 정책 기조를 가늠하며 사업 계획을 짜는데, 자칫하면 새해에 정권 교체가 발생할 수 있으니 난감할 뿐”이라고 했다.

경제적인 상황만 놓고 보면 전시에 버금간다는 게 공통된 인식이다. 또다른 재계 고위 관계자는 “올해 사업 전략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수준에 준하는 위기가 온다는 전제 하에 짜고 있다”며 “그 어느때보다 보수적으로 사업계획을 짜고 있으며, 공격적 인수합병(M&A)는커녕 투자도 망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1기 겪었지만…재집권에 초긴장
기업들이 체감하는 최대 위협은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트럼피즘’이다. 이미 우리 산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1기(2017~2021년) 행정부 시절을 경험했다. 그러나 더 강력해진 자국 우선주의에 출렁일 세계 경제 상황은 예단하기도 어렵다고 보고 있다.

우선 인플레이션감축법(IRA)·반도체지원법(Chips Act) 개정 시 보조금이 축소될 수 있다. 여기에 10~2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의 대미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따른 무역장벽 강화, 빅테크 규제 완화 시 한국의 플랫폼 규제와의 불가피한 통상 마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피즘은 자본시장도 휩쓸고 있다. 달러와 미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쏠리며 ‘킹달러’가 돌아왔다. 수출 경제를 근간으로 한 우리나라 입장에선 큰 위기다.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다보니 제조원가가 오르면 최종 수출품의 경쟁력은 약화된다. 또한 고환율 장기화 시 외국인 자본의 유출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국내 기업이 자금을 조달해 성장하고 일자리를 만들 여건이 더 팍팍해진단 뜻이다. 트럼프 1기 때 한국 증시를 빠져나간 글로벌 자금이 23조원이다.

국내 상황까지…“도와줘야 할 판에”
국내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되는 점도 또다른 대형 악재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잇단 탄핵으로 정국이 안갯속을 헤매며 ‘대외신인도 쇼크’가 우려되고 있다. 재계는 해외 경제단체에 서한을 보내고 내수 진작에 나서며 탄핵 국면이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 막기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입법·사법 현안도 기업 활동에 부담을 더하며 기업 활력은 떨어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정국 혼돈으로 반도체특별법 등 민생법안의 협의가 지연되고 있는데, 야당에선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대법원이 통상임금 개념을 재정립하는 판결을 내놓으며 산업계의 인건비 부담도 급증할 전망이다.

기업의 호소를 경청하지는 못할망정 족쇄를 더 채워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기업들을 도와줘야 할 정부 및 정치권은 규제를 만들기 바쁘다”며 “만약 대선이 진행된다면 공약으로 나올 포퓰리즘 정책이 벌써부터 두렵다”고 말했다.

“초추격 당하는 반도체…신동력 안보여”
더욱 뼈아픈 점은 주력 산업의 성장 엔진은 식어가고 있단 점이다. 대표적인 효자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30%를 넘는데, 이 중 반도체 업계는 인공지능(AI) 시대 패권 확보를 놓고 고전하는 상황이다. 국내에선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골자로 한 반도체특별법 처리가 물 건너간 반면, 중국은 메모리와 파운드리에 이어 반도체 장비에도 정부의 막대한 실탄이 투입되고 있다. 근로환경부터 정부 지원까지 격차가 벌어지며 중국 업체들로부터 ‘초추격’을 받고 있는 양상이란 평가다.

이런 와중에 대내외 불확실성은 특정 산업 의존도를 낮출 차세대 먹거리 발굴에도 먹구름을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한 기업 관계자는 “가령 몇 년 전 미래 먹거리로 꼽히던 배터리 산업도 불황과 트럼프 재집권에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우리나라는 또 다른 미래 동력을 준비해야 하는데, ‘넥스트 반도체’가 잘 보이지 않아 산업계 전체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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