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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러시아, 한국과 전쟁 대비 포스코·부산 화학공장 공격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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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2014년쯤 작성 추정 러 기밀문건 입수 보도
"Tu-95 폭격기 동원해 한국·일본 방공망도 시험"
한국일보

2021년 러시아 사라토프의 공군 기지에서 Tu-95 폭격기가 훈련을 위해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사라토프(러시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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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한국·일본과 전쟁을 하는 가상 상황을 대비해 양국 시설을 표적으로 삼은 훈련 계획을 10년 전쯤 수립한 정황이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공격 목표물 중에는 포항제철소(포스코) 등 민간 시설도 포함돼 있었다.

FT가 입수한 러시아군 장교 대상 훈련 기밀 문건에 따르면, 한국·일본과의 잠재적 전쟁 시 러시아의 공격 타깃은 도로와 교량, 공장 등 160곳에 달한다. "작전 지역에서의 병력 재편"을 막는 게 목적으로, 양국의 지역사령부나 레이더 기지 등 군사시설뿐만 아니라 민간 인프라도 공격 대상으로 꼽혔다. 신문은 "한국에서 가장 많이 공격받게 될 민간 시설은 교량이지만, 포항제철소와 부산의 화학공장 등 산업 인프라도 리스트에 올라 있었다"고 전했다. 일본의 경우엔 혼슈·규슈섬을 연결하는 간몬 터널 등 교통 인프라와 원자력발전소, 정유소 등 전력 시설이 거론됐다.

이 같은 목록은 러시아의 Kh-101 순항미사일 능력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언급됐다. 해당 문건의 작성 시기는 2013, 2014년으로 추정되는데, 꽤 구체적인 내용도 담겨 있다. FT는 "러시아가 목표를 선정하는데 매우 신중하게 접근했다"며 한국군 벙커 시설을 예로 들었다. 지휘 벙커 두 곳 공략을 위해 필요한 병력 추정치, 시설 규모 등이 기록돼 있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러시아군이 Tu-95 폭격기를 한일 양국 인근에 보내는 방식으로 두 나라 방공망을 시험한 정황도 드러났다. 2014년 2월 24일 러시아 하바롭스크주(州) 우크라인카에서 이륙한 Tu-95 폭격기가 17시간 동안 태평양과 동해 상공을 비행하며 한국·일본 공군의 대응을 기록한 내용이 해당 문건에 담겨 있었다고 한다. 러시아는 문서에 "비행 중 18번의 요격이 있었고, 총 39대의 항공기가 동원됐지만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한 경우는 7회에 불과했다"고 적었다.

러시아 대통령실은 FT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군비축소 담당자 출신인 윌리엄 알버크 스팀슨 센터 연구원은 이번 문건에 대해 "유럽과 아시아의 전쟁터가 직접 연결돼 있고, 불가분의 관계임을 증명한 것"이라고 평가한 뒤, "아시아는 유럽 내 갈등을 방관할 수 없고, 아시아에서 전쟁이 일어나도 유럽은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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