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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구조 인원 오보에 폭발 장면도 그대로... 참사마다 반복되는 경쟁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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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직후 언론들 ①구조자 오보
②폭발 장면 방송 ③탑승객 명단 보도
"혼란만 가중...공익, 희생자 보호 뒷전"
민언련 "댓글창 닫자" 제안에도 혐오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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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지난달 31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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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직후 일부 언론이 여객기 폭발 장면을 여과 없이 내보내고 탑승자 명단을 공개해 논란이 일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보도준칙이 만들어지며 재난 보도 문제가 개선돼 왔지만 여전히 공익과 희생자 보호는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①오보 ②폭발 장면 ③탑승객 명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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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전 10시 58분 연합뉴스는 '구조 3명'이라는 오보를 냈다. 연합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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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전 9시 7분쯤 여객기 참사 발생 직후 일부 언론은 구조 인원 오보를 냈다. YTN은 이날 오전 9시 57분 “기장과 승무원 등 6명 구조…부상자 파악 중”이라는 내용의 속보를 내보냈다. 연합뉴스는 같은 날 오전 10시 58분 ‘[속보]여객기 사고 현재 구조 3명·사망 28명’을 보도했다. 전남소방본부가 구조자가 2명이라고 공식 발표하기 전에 낸 기사였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교수는 “재난 보도에서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닌데도 언론이 계속 피해자 수와 사고 원인을 섣불리 추측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며 “이런 기사들이 공익을 위한 것인지 기사 페이지뷰를 올리기 위한 것인지 언론인들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객기 폭발 장면도 여과 없이 방송됐다. MBC는 참사 당일 오전 10시쯤 뉴스특보에서 제보받은 참사 영상을 보도하면서 폭발 장면을 그대로 노출했다. MBC 관계자는 “급박한 특보 초기에 제보 영상을 그대로 송출하는 과정에서 방송이 됐고, 유가족들이 받을 충격 등을 감안해 특보 초반 한 차례 외에는 더 이상 해당 장면을 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영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확산됐다. 2014년 재난보도준칙 제정에 참여했던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처음부터 보도하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MBC가 잘못을 빨리 깨닫고 고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이태원 참사 때도 사건 직후 현장 영상이 무분별하게 나갔지만 방송사들이 금방 바로잡는 등 재난 보도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은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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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지난달 29일 낮 12시 31분 사고가 난 제주항공 탑승객 명단의 영문 이름과 성별을 공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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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피해자 신상정보 노출 사고도 있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9일 낮 12시 31분쯤 ‘[속보]무안공항 폭발 제주항공기 승객 175명 전원 명단’ 기사를 내보냈다. 종이로 출력된 승객 명단을 촬영한 사진 4장을 보도했는데, 승객들의 영문 이름, 성별 등 신상이 그대로 노출됐다. 조선일보는 이날 오후 2시쯤 해당 기사를 삭제했지만, 해당 사진을 재인용한 게시물이 SNS에서 1,000만 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재난보도준칙은 재난 피해자 명단 공개 등은 재난관리당국의 공식 발표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심석태 교수는 “사생활 정보를 입수했다고 그걸 공개하겠다고 판단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공적인 절차가 아닌 언론을 통해 가족 등이 희생자의 탑승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온라인 매체 민들레도 2022년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유가족 동의 없이 공개해 언론윤리 위반으로 비판을 받았다.

무리한 현장 취재, 음모론 확산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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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지난달 31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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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현장에서의 무리한 취재 경쟁도 반복되고 있다. 참사 당일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이 대기하던 무안국제공항에서 언론의 무분별한 촬영에 유가족들은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 이후 유가족 측은 공항 벽면에 ‘재난보도준칙 준수 요청 - 초상권·사생활 침해 금지, 피해자 인터뷰 강요 금지 등’의 문구를 붙이는 등 취재 경쟁을 자제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온라인 기사 댓글도 애도보다는 음모로 얼룩졌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달 30일 “(댓글창에서) 참사 현장의 지역적 특성을 부각하는 혐오표현이나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 등이 제기되고 있다”며 국가 애도기간인 4일까지 여객기 참사 관련 보도의 댓글창을 닫아줄 것을 네이버와 카카오, 언론사에 요청했다. 그러나 포털은 댓글 정책을 바꾸지 않았고, 언론사들도 대부분 댓글창을 닫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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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달 30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보도 관련 댓글창을 일시 중지 해달라고 포털과 언론사에 요청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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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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