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K-반도체 위기 요소 대분석
메모리선 중국 추격에 쫓겨…10년 ‘3강구도’ 깨진다
삼성, HBM4 조기 진입 절실…실적 개선 ‘키(key)’
파운드리선 TSMC 쫓아가기 바빠…더 커진 격차
2나노 공정서 승부수…악순환 끊을까
삼성전자 반도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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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2023년 심각한 메모리 시장 불황으로 역대급 한파를 겪은 국내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 상반기 반등에 성공하며 실적 개선의 신호탄을 올렸다. 하지만 PC, 스마트폰 등 IT기기 수요 회복 부진으로 인한 범용 메모리 시장의 침체와 국내외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 반도체 업계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올해는 한국 수출의 기둥 역할을 하던 반도체 산업에 먹구름이 드리우며 K-반도체에게 ‘절체절명’의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예전의 중국 아냐”…턱밑까지 쫓아온 CXMT와 경쟁 ‘원년’
올해는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이 직접적으로 시작되는 원년이다. D램 시장에서 10년째 유지되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의 ‘3강’ 구도가 중국 기업의 참전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중국 메모리 업체들은 정부의 자본 지원과 자국 물량을 등에 업고 생산능력(캐파)를 크게 늘리며, 3위 마이크론의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노무라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CXMT의 웨이퍼 캐파는 월 16만장으로, 전세계 캐파의 10%까지 올라왔다. 이는 마이크론에 이은 4위 수준이다.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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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추격은 더욱 위협적이 될 전망이다. CXMT의 올해 D램 캐파는 30만장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마이크론의 85%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말 기준 CXMT의 전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이 15%까지 오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국 업체들은 사양이 낮은 범용 D램 제품에서 덤핑 전략을 펼치며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다. CXMT의 DDR4 가격은 시중 제품의 절반 정도로 낮다. 전체 시장의 가격 하락을 유도하며 원조 D램 강자 3개사의 실적을 떨어트리고 점유율을 야금야금 뺏고 있다.
중국발 범용D램 가격 하락으로 한국 반도체 수출 전망에는 벌써부터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올 1분기 반도체 EBSI는 64.4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 148.2 ▷3분기 125.2 ▷4분기 135.2 등과 비교하면 반토막 이하로 급락했다. EBSI는 수출 경기에 대한 기업 전망을 수치화한 것으로 100보다 낮으면 수출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는 의미다.
중국 업체들이 현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공개한 32G 용량의 DDR5 D램. 상품 설명 페이지에는 ‘국산(중국) 메모리, 거침없는 혁신으로 앞으로 나아가다’는 문구를 사용해 자국산 메모리 칩을 사용했음을 암시했다. [킹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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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MT는 최근 고사양 D램에 속하는 DDR5까지 내놔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내수용이고 성능면에서는 아직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제품과 큰 차이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중국의 기술력 발전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HBM만이 살 길…6세대로 ‘역전드라마’ 쓸까
치열한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AI서버용 메모리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범용 D램 시장 변동에도 AI서버 및 데이터센터용 고부가가치 메모리 수요는 견고하기 때문이다.
올해 반도체 시장의 최대 화두는 5세대 제품인 HBM3E와 6세대 HBM4가 될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올 상반기 중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B200)과 이를 기반으로 한 AI 가속기 ‘GB200’을 출시한다. B200과 GB200에는 8단 HBM3E가 탑재된다. 현재까지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두 회사가 이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SK AI 서밋에 전시된 SK하이닉스 HBM3E[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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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버전인 ‘B300’도 연내 출시가 유력하다. 여기엔 12단 HBM3E가 공급되는데, SK하이닉스가 초기 물량을 독점 공급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는 최근 12단 HBM3E 양산에 돌입하고, 더 나아가 올 초에는 16단 HBM3E의 샘플을 공급하겠단 목표를 세웠다. HBM 공급 부족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발짝 빠른 개발 및 양산으로 시장 선두를 공고히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HBM 시장에서 갖가지 고초를 겪은 삼성전자는 올해는 반드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포부다. 지난해 HBM3E 성능 논란에 휩싸이며 1년 가까이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조만간 8단 HBM3E과 12단 HBM3E의 공급 본격화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6세대인 HBM4 시장에 조기 진입해야 반등의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HBM4는 엔비디아의 차차세대 AI 가속기인 ‘루빈’ 시스템에 탑재될 제품이다. 루빈에는 HBM4가 최대 12개 탑재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연내 HBM4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 역시 2026년 초 HBM4 양산을 시작하겠다는 방침이다.
TSMC·삼성 ‘2나노’ 양산…추격 ‘발판’ 기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는 TSMC의 독주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최근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2023년 59%에 이어 지난해 6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에는 66%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세계 2위 삼성전자는 TSMC와의 격차가 매년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9.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TSMC(64.9%)와 55.6%포인트 차이가 났다. 집계를 시작한 2021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8%대에 달했다. 그러나 계속 우하향해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올해 파운드리 시장의 관건은 2나노 공정이다. 현재 양산되고 있는 최선단 공정은 3나노다. 삼성전자는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 기반 양산에 성공했지만, 수율 개선에 난항을 겪으며 대형 고객사 확보에서 TSMC에 밀렸다.
SEDEX 2024 부스에 놓인 TSMC 간판[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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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는 올상반기 중 2나노 공정 양산에 돌입한다. 안정적인 대량 양산에 필요한 수율 60%를 최근 달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첫 고객사는 애플이며, 인텔과 AMD 등 다른 빅테크 기업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기반으로 2나노에서 기술력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GAA는 기존 핀펫(FinFET)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고 전력 효율이 높은 차세대 기술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는 3나노부터 GAA 기술을 도입한 반면, TSMC는 2나노 공정에 GAA를 처음 도입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2나노에서 TSMC와의 기술 격차를 다소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은 파운드리사업부에 한진만 전 미주총괄(DSA)를 선임하고 사업부 내 사장급 CTO를 신임하는 등 수율 향상 및 고객사 확보에 총력을 가하고 있다. 한진만 사장은 최근 취임 후 임직원에게 보낸 첫 메시지에서 2나노 공정의 빠른 생산력 증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기회의 창이 닫혀 다음 노드에서 또 다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밝혔다. 2나노에서 확실한 수율 안정을 빠르게 달성해 역전의 기회로 삼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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