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규정 통해 거래처 확보 경쟁 통제
다른 회원 거래처 확보시 배상금 강제
서울의 한 술집 앞에서 주류 도매업체 직원이 맥주 상자를 옮기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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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사인 도매업자들 간의 가격경쟁을 막은 주류협회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는다. 거래처를 더 많이 확보하려 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데다, 다른 회원사 거래처를 확보한 회원사는 배상금까지 내도록 규정에 적시한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위는 1일 서울·인천·경기북부·경기남부지방 종합주류도매업협회의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억4,500만 원을 잠정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수도권에 사업장을 둔 도매업자들로 구성된 해당 협회는 2022년 기준 연간 거래규모가 3조6,000억 원에 달하는 등 국내 시장의 약 55%를 차지하는 사업자단체다.
서울·인천·경기북부·경기남부지방 종합주류도매업협회의 '수도권 거래질서 운영규정' 발췌. 공정거래위원회 |
조사 결과, 협회는 2014년 7월 '수도권 거래질서 운영규정'을 개정해 이른바 '선거래제 원칙'을 위반하는 회원사에 대한 제재 조항을 포함시켰다. 이를 이행하지 않는 회원사 명단은 전 회원사에 공개하고, 국세청에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협회는 이 같은 조항으로 회원사들이 ①기존 도매업자 거래가격보다 유리한 가격을 제시해 거래처를 확보하는 행위 ②다른 도매업자 직원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거래처를 확보하는 행위 ③다른 회원사가 거래약정을 체결한 거래처와 약정기간 내 거래하는 행위 등을 금지했다.
서울·인천·경기북부·경기남부지방 종합주류도매업협회가 회원사들에 받은 서약서. 공정거래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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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에는 한 번 더 운영규정을 개정했는데, 다른 회원사 거래처를 자신의 거래처로 확보한 회원사는 거래처를 잃은 회원사에 직전 2개월 매출액을 배상금으로 지급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아울러 운영규정을 제·개정할 때 회원사들로부터 '규정 위반 시 어떠한 불이익도 감수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협회가 구성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한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내 전체 종합주류도매업 시장의 50%를 초과하는 수도권 시장에서 약 10년에 걸쳐 도매업자들의 거래처 확보 경쟁을 통제했다"며 "적발·시정으로 서민이 즐겨 찾는 소주, 맥주 등에 대한 공급가격 경쟁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세종=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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