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실질적 대응책 없는 데다 여론도 부담…野도 당장 탄핵 추진 안 할 듯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25년 을사년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위해 국무위원들과 현충탑으로 향하고 있다. 2025.01.01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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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당 차원의 추가적 대응은 하지 않기로 했다. 현실적으로 여당이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는 데다 헌법재판관 임명을 마냥 미룰 수 없다는 국민 다수의 여론을 고려할 때 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으로 인한 내홍은 미풍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일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해 사전에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이미 결정난 사항에 대해 사전 논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헌법은 국무회의 심의권을 보장하고 있다. 국무회의에서 충분히 논의한 다음 최 권한대행이 결정을 했으면 부합했을 것"이라며 "그런 과정을 생략하고 본인 의사를 밝힌 건 독단적 결정으로 보이고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다만 국정은 안정돼야 하고 민생과 경제를 챙겨야 하는 만큼 그 부분에서는 정부와 당이 충분히 협의하며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임명된 헌법재판관에 대한 추가 대응 계획'을 묻는 질문엔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최 권한대행을 향해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지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헌법재판관 임명은 '국가 원수로서의' 대통령 권한에 해당하는 만큼 최소한의 직무만 대행하는 권한대행의 권한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헌법재판관 6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현재 6인 체제인 헌법재판소 구성을 고려하면 추가 재판관 임명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불리해지는 점도 고려한 주문이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25년 을사년(乙巳年) 첫 날인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현안 관련 비공개 회의를 마치고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1/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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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주문과 달리 최 권한대행은 2024년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국회 추천 몫 재판관 3명 중 2명을 임명하기로 결정했다. 경제 관료 출신으로서 민생안정을 위해 여야가 극한대립 중인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에 나름의 타협안을 제시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인한 국가적 재난 상황과 이로 인한 실물경제 악화 흐름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탄핵정국에 대한 여당의 대응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고 이틀 연속 유감 표명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정진석 비서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장호진 외교안보특보를 비롯해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 전원이 최 권한대행에게 사실상 항의의 표시로 사의를 표명하고,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여권에서 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에 따른 여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같은 반발은 국민이 볼 때 설득력을 갖기 어렵단 지적이다. 경향신문이 지난달 28~29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20명을 상대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56%는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 동의안을 임명해야 한다"고 답했다. "임명해선 안 된다"는 33%였다. 중도 응답자, 무당층에선 각각 61%, 47%가 "임명해야 한다"고 했고, 지역별로도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권역에서 "임명해야 한다"가 "임명해선 안 된다"보다 높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여권 대권주자들 중에서도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 상당수가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안 의원은 이날 "지금은 최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국정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헌법재판소를 정상화해 헌법과 법치주의를 바로세워야 한다"고 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025년 을사년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 참배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최진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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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관 임명 찬성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최 권한대행에 대한 국민의힘의 반발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 권한대행이 탄핵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권한대행을 맡도록 촉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도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나"라면서도 "경고를 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야당도 최 권한대행의 이번 결정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지만 당장 탄핵을 추진하진 않을 전망이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최 권한대행이 마은혁 후보를 제외한 2명의 후보만을 임명한 결정을 두고 "해괴하고 기이한 결정"이라면서도 "탄핵 사유는 차고 넘치지만 인내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최 권한대행의 소신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나름의 절묘한 묘수를 생각해냈다고 본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여론이 국민의힘을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에 최 권한대행의 이번 결정에 대한 반발을 오래 이어갈 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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