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 못 치른 채 나흘 만에 사고지점서 '차례'
무안공항 둘러싼 추모 물결…희생자 20명 가족 품으로
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유가족들이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공동취재) 2025.1.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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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뉴스1) 최성국 박지현 이강 기자 =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이 새해 첫날에도 여전히 참사 현장인 무안국제공항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유족들은 참사 나흘 만에 사고지점을 찾아 아직 장례식도 치르지 못한 희생자들에게 떡국을 올리고 큰절을 올리며 비통함을 짓눌러야 했다.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새해부터 무안국제공항을 거대한 대기줄을 형성한 추모물결만이 유가족들에 한줄기 위안이 됐다.
희망찬 새해 대신 비통함만 가득한 무안 공항
지난달 29일 벌어진 참사 직후부터 나흘째 무안공항에 머물고 있는 700여 유가족들은 새해를 비극적인 현장에서 맞아야만 했다.
여객기 파손 현장은 참사 수습과 사고 원인 조사를 위해 출입이 통제돼 왔으나 유족들은 이날 수습당국과 협의해 사고 지점을 찾을 수 있었다.
유가족들은 사고 지점임을 알리는 폴리스라인 앞에 떡국과 국화로 간단한 참배대를 차렸다. 참배대 앞으론 꼬리만 남고 전체 파손된 기체의 처참함이 보존되고 있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유족들의 통곡소리는 취재진이 대기하는 1㎞ 밖에까지 들릴 정도로 활주로를 가득 메웠다.
참배를 마치고 다시 공항으로 복귀하는 유족들은 한참을 남은 가족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며 슬픔을 달랬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 나흘째인 1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제주항공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은 참배객들의 행렬이 공항 외부까지 길게 늘어서 있다.(공동취재)2025.1.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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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슬픔 조금이나마 위로한 수많은 추모 물결
새해 첫날 무안국제공항에는 1만 명이 훌쩍 넘는 추모 인파가 몰렸다. 공항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 앞은 삽시간에 대기줄이 형성됐다.
삽시간에 형성된 참배 대기줄은 내부 합동분향소부터 공항 외벽까지 1㎞를 넘겨 공항을 둘러쌀 정도로 길어졌다. 추모객들은 희생자 추모를 위해 2시간이 넘는 대기줄도 마다치 않았다.
자원봉사자들은 '조문객 질서를 유지해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질서 유지에 도움을 줬다. 이날까지 무안국제공항을 찾아온 누적 자원봉사자 수는 2000명을 넘겼다.
전남도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무안합동분향소에 8863명, 무안공항 합동분향소에 4167명을 포함해 2만 6230명이 전남 내 각 분향소를 찾아온 것으로 집계했다.
광주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도 오후 3시 기준 누적 참배객이 1만 523명에 달했다.
무안군과 전남도는 안전문자를 통해 "무안국제공항 분향소는 유족 중심으로 이용하니, 일반 조문객은 무안종합스포츠파크 합동분향소를 이용 바란다"고 안내했다.
공항 내부 계단 손잡이에는 희생자들의 영면을 기원하는 추모글과 닿지 못할 유가족들의 절절한 속마음이 포스트잇으로 빼곡히 붙었다.
한 유가족은 동생에게 '후회된다, 화해 못 하고 가서. 늦었지만 보고 싶었다, 많이'라는 뒤늦은 진심을 눌러 담았다. 그 옆에는 '여보 너무 많이 보고 싶어요'라는 애절한 마음이 담긴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 인근 철조망에도 희생자를 추모하려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철조망에 걸린 노란 끈에는 희생자들을 향한 유가족들의 메시지가 바람이 나부끼고 있었다.
철조망 일대 200m는 희생자들을 위한 간식거리와 술, 음료부터 핫팩과 국화꽃이 빼곡히 들어섰다.
쪽지에는 '누군가에게 한없이 소중한 이들에게 원한과 슬픔을 나눠 가질 터이니 부디 좋은 길로 인도하소서', '안타까운 희생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부디 편하게 영면하세요' 등의 내용이 적혔다.
추모객들은 하나같이 "대한민국은 너무나 비슷한 참사를 많이 겪어왔다. 새해는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기를, 희생자가 영면하기를, 유가족들의 부디 이겨내기를 바란다"고 염원했다.
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메시지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공동취재) 2025.1.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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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만에 희생자 179명 신원 확인…20명 가족 품으로
이날 오후 5시 기준 희생자 179명 중 20명이 시신 수습과 검시 등 관련 절차를 마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국토부와 경찰 등 수습당국은 "전체 희생자 가운데 20명이 장례절차를 밟게 됐다"면서 "추가로 DNA 최종 확인된 44명도 가족 동의가 있으면 시신을 인도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희생자 중 32명도 DNA 최종 확인을 받았다. 다만 DNA 확인이 끝난 희생자들도 추가적인 유해 수습 가능성이 있어 시신 인도와 장례절차는 유가족 선택에 맡겨졌다.
참사 여객기 희생자 179명에 대한 1차적인 신원 확인 절차는 이날 모두 확인됐다. 참사가 발생한 지 나흘 만이다.
수습당국은 "국과수에서 추가로 DNA 대조 결과가 나오는 분들에 대해서도 유가족들의 선택에 따라 인도절차가 가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고지점에선 희생자 유류품 수거도 일정 부분 진행됐다. 당국은 희생자들의 휴대전화 등은 유가족들의 입회 아래 포렌식 조사를 진행, 수사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한편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여객기는 지난 29일 오전 9시 3분쯤 무안국제공항에서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로컬라이저와 공항 외벽을 들이받고 폭발했다.
해당 여객기에는 181명이 탑승해 있었고 179명이 사망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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