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마존 베스트셀러 ‘레드 헬리콥터’ 저자 제임스 리
제임스 리 하버드대 법학/ 하버드대 로스쿨 졸업/ 애슐리스튜어트 회장 겸 초대 CEO(2013~2020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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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망해가는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했다고 생각해보자. 당장 어떤 조치를 취하겠는가. 아마 대다수는 ‘구조조정’ ‘인건비 절감’ 등을 외칠 것이다. 숫자로 나타나는 부진을 해결하는 게 급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산 직전 기업을 인수한 경영인 상당수가 정리 해고, 원가 절감 등 방식을 선택한다.
‘눈에 보이는 숫자’만 바라보는 기존 관념에 전면으로 반기를 든 이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한국계 미국인 제임스 리. 사모펀드 매니저였던 제임스 리는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 대신 상생과 협력을 앞세워 미국 대형 패션 회사 ‘애슐리스튜어트’를 살려냈다. 그가 한국 특유의 ‘정’ 문화를 녹여내 기업을 부활시킨 과정을 담아낸 책 ‘레드 헬리콥터’는 아마존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며 미국 전역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애슐리스튜어트는 흑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빅사이즈 의류 브랜드다. 탄탄한 브랜드였으나 수십 년이 지나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2010년과 2014년 2번이나 파산 신청을 기록할 정도로 사세가 기울었다.
애슐리스튜어트를 인수한 사모펀드는 제임스 리를 CEO에 임명했다. 그는 비용 절감만이 ‘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전, 일단 회사 구성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애슐리스튜어트의 강점은 회복력, 정직함, 고객의 충성심 그리고 지역 사회와 밀착한 판매점 등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정’이라 불리는 개념과 비슷합니다. 전통적인 재무제표에서는 전혀 측정되지 않는 지표입니다.”
제임스 리는 근로자를 해고하는 대신, 강점을 살려 함께 가는 방안을 택했다. 대화를 나누고 북돋아주면서 직원들이 본인 능력을 100% 발휘하도록 도왔다. 물론, 과도한 물류비 등 회계 장부상에 드러나는 문제도 함께 해결했다. 바뀐 CEO의 정책에 호응한 직원들은 과거 영광을 되찾자는 목표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회사는 빠르게 정상 궤도로 올라섰다.
“애슐리스튜어트 직원들은 지역 사회에서 자신만의 탄탄한 ‘영업망’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갖춘 영업망은 사회적, 재정적 가치가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가치는 주류 언론과 금융 시장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근로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저는 그들의 가치를 인정하고, 함께 회사 미래를 고민했습니다. 성공이라는 목표 아래 ‘정’을 나눈 셈이죠.”
제임스 리는 ‘약탈적 자본’이라는 비판을 듣는 사모펀드 업계를 향한 조언도 남겼다.
“대형 연기금 운영자를 만날 때마다, 왜 단기적인 수익만 추구하고 사회나 국가에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펀드 운용사(GP)에 계속 투자하는지 질문을 던진 적이 있죠. 상생 대신 ‘수익’만 추구하는 사모펀드는 앞으로 어려움에 처할 확률이 큽니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1호 (2025.01.01~2025.01.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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