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면 2년 이상, 상승폭 60~80%
IT버블·금융위기·긴축전환 때만 하락
유동성 위축 없다면 새해에도 오를듯
2025년에도 ‘국장’(한국증시)은 틀렸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대한민국 상황을 보면 경제가 외환위기 수준의 큰 고난을 겪지 않으면 다행일 듯하다. 달리 말하면 원화 자산의 위기라는 뜻이다. 반면 최근 높은 수익률을 안겨준 ‘미장’(미국증시)은 여러모로 새해에도 더 오를 여지가 높아 보인다. 1500원에 가까워진 원/달러 환율이 부담은 되지만 더 떨어질 원화 자산에 발목이 잡히는 것보다는 그래도 값이 계속 오를 확률이 높은 달러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게 나은 선택일 듯 싶다.
▶ S&P500 3년 연속 상승 가능성 높아
2024년 S&P500은 24% 올랐다. 무려 57회나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3년(24.23%)까지 합하면 2년간 상승폭은 53.3%에 달한다. 2년 연속 상승률로는 1997년~1998년(65.9%)에 이어 가장 높다. 가격 수준인 주가수익비율(PER)도 22배로 최근 10년 평균인 18.5배를 크게 웃돈다. 많이 올랐지만 최근 30년간 S&P500의 기록들을 보면 랠리가 멈추기 보다는 계속될 확률이 더 높아 보인다. 1995년 이후 미국 증시가 3년 연속 오른 것은 4차례다. 인터넷 혁명이 이뤄졌던 1995년~1999년 5년간 220% 폭등한 게 최고다. 인터넷 버블 붕괴에서 벗어나고 중국의 글로벌 경제 동참이 본격화된 2003년~2007년에도 5년간 67% 가까이 급등했다. 모바일 혁명이 일어난 2012년~2014년에도 3년간 63% 넘게 상승했다. 코로나19로 현금이 살포된 2019년~2021년에도 3년간 92%나 치솟았다. 기술 혁신이 이뤄질 때마다 장기 랠리가 이어졌다. 2022년 말 시작된 인공지능(AI) 랠리 역시 기술 혁신이 동력이라 할 만하다.
S&P500은 30년 동안 24번 오르고 6번 내렸다. 평균 변동폭은 상승 때 80% 올랐고, 내릴 때 40%였다. 인터넷 버블 붕괴 때 3년에 걸쳐 40% 하락했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에는 한 해에만 38.5% 미끄러졌다. 고강도 긴축이 이뤄진 2022년 낙폭은 19.44%였다. 21세기 들어서는 2년 연속 하락한 적도 없었다. 1995~1999년 주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인터넷 기업들이 충분한 이익을 내지 못했다. 높은 가치(고PER)가 결국 거품으로 판명되며 2000~2002년 주가가 폭락했다. 2008년은 마구잡이 부실 대출이 일으킨 주택 시장 거품이 커지면서 발발했다. 버블이 붕괴나 통화정책의 대반전이 아니고서는 S&P500은 계속 상승했다.
* 30년간 26번 오르고 4번 내림. 3년 연속 상승한 게 4차례. |
▶ 기업이익 성장 지속…통화・재정정책 돌발 변수 적어
2025년에는 어떨까? 주가에 거품이 끼었다는 판정을 내리려면 기업이익 성장세가 높은 PER을 뒷받침하지 못해야 한다. 팩트세트(Factset)자료를 보면 새해 S&P500 기업들의 이익증가율은 15%로 2024년(9.5%)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S&P500 시가총액 상승 분의 53%를 차지하는 ‘매그니피선트(Magnificent)7’(알파벳・ 아마존・애플・메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테슬라)은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자랑하는데 이익 성장률 전망도 시장 평균을 웃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2025년 말 S&P500 지수 전망도 대부분 현재보다 10% 높은 6500 이상이다. 전문가들의 전망이 엉터리만 아니라면 2025년 미국 증시의 버블 붕괴 가능성은 아주 낮다.
이익 외에 주가를 결정하는 요인은 유동성이다. 유동성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영향을 받는다.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내리는 추세다. 경제상황에 따라 힘을 달라지겠지만 제동을 걸기 보다는 가속을 붙이는 입장이다. 유동성을 줄이는 쪽은 아니라는 뜻이다.
결국 남는 것은 재정정책이다. 미국 증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고점을 불과 5년만에 넘어선다. 양적완화 덕분인데 달리 표현하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고 정부가 발행한 국채까지 사들여 시중에 싼 값에 돈을 푼다는 뜻이다. 미국의 정부 부채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를 겪으며 폭발적으로 높아진다. 미국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 추이는 S&P500 흐름과도 궤를 같이 한다.
코로나19에도 잘 나가던 미국 증시는 2022년 긴축 충격으로 급락했는데 이해 4월부터 9월까지 통화량(M2)이 1조600억 달러(4.9%) 줄어든다. 비슷한 시간 GDP 대비 정부 부채비율도 최고 132.8%(6월말)에서 115.8%(2023년 3월말)까지 하락한다. 2023년 하반기부터 연준의 금리인상이 멈추자 부채비율도 다시 높아지고 증시도 반등하기 시작한다. 금리인하가 시작된 2024년 9월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120.73%다. 액수로는 2024년 9월말 35조4647억 달러로 증시와 함께 사상 최고치 행진을 함께 이어가고 있다.
* M2는 계절조정. 부채비율은 계절미조정. 미국 루이지에나 연방준비은행 자료. |
▶ 트럼프 행정부 정책 강 달러 지지 … 경기・재정 두 마리 토끼 잡을 지
관건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재정정책 방향이다. 재정적자를 감수하고 지출을 확대할지, 건전재정을 위해 지출을 통제할 지다. 트럼프 당선자의 세금 정책은 내국인 부담은 줄이고 외국의 부담은 늘리는 방향이다. 감세로 인한 세수 부족을 관세와 국방예산 축소 등으로 메워 재정 악화를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세수는 유지하되 세출은 줄이는 방향이기도 하다. 성공한다면 재정에 긍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관세 부담이 지나쳐 물가를 끌어올리고 그 결과 경기가 위축돼 감세 효과까지 상쇄된다면 재정에는 부정적일 수 있다. 다만 꽤 확실한 점은 달러 강세다. 높은 관세에도 물가를 안정되려면 달러 강세가 중요하다. 관세로 미국의 무역적자가 줄어들면 그 역시 달러 강세다. 미국 경기가 견조하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도 어려워진다.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달러 강세가 계속되기 쉽다.
미국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달러 강세까지 계속된다면 미국 채권과 주식 자산의 상대적 투자매력은 높아질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엉망이 되지 않는다면 재정 문제로 미국 증시가 큰 충격을 받을 가능성 역시 크지 않다는 뜻이다.
이달 취임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윤곽이 대부분 드러났다. 1월 시장 반응을 잘 살필 필요가 있다. 1950년 이후 S&P500이 1월에 상승하면 그해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할 확률은 무려 84%다. 1월에 2% 이상 상승했을 때 연평균 수익률은 13.5%였다. 연말의 ‘산타 랠리’, 1월 첫 5거래일의 상승, 그리고 1월 전체의 상승이 모두 발생하는 ‘1월 삼중주’ 때에는 17.2% 수익률을 거둘 확률이 90%나 됐다. 과거가 미래에도 그대로 재현되지는 않겠지만 투자심리는 시장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투자는 확률 게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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