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관계자들을 비롯한 한미합동조사단이 기체와 방위각 시설의 콘크리트 둔덕 등을 살펴보고 있다. 무안=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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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일어난 무안국제공항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콘크리트 구조물(둔덕)에 대한 국토교통부 해명이 오락가락이다. 로컬라이저는 항공기가 활주로에 착륙할 때 정확한 방향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안전장치다. 당초 정부는 방위각 시설 콘크리트 구조물이 관련 규정에 맞게 설치돼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해외사례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사고 당시 피해가 커진 건 항공기가 동체 착륙 후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한 영향이 크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국토부는 뒤늦게 “규정에 맞는지 다시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당국이 스스로 혼란을 가중시킨 꼴이다.
처음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규정상 부러지기 쉽게 설치돼야 하는 방위각 시설이 콘크리트 둔덕으로 건설된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밖에 설치되는 만큼 안전구역 안에 적용되는 예규(항공장애물 관리 세부지침)를 따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또 다른 국토부 고시인 ‘공항시설 이착륙장 설치기준’은 안전구역을 방위각 시설이 설치되는 지점까지 연장토록 하고 있다. 모두 국토부 스스로 정한 예규와 고시인데 서로 모순되는 것도 문제지만 주무 부처가 마치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듯한 모습을 보여준 건 실망이 아닐 수 없다.
지금 급한 건 정확한 사고 원인과 과정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밝히는 것이다. 방위각 시설을 안전구역 안의 규정으로 판단할지 여부를 두고 논란을 벌이거나, 법적 책임을 따지는 건 중요한 게 아니다. 현 규정상 법적 하자는 없더라도 사고가 난 이상 관련 규정을 전면 재검토해 개선할 게 있으면 속히 바꾸는 게 당연하다. 과거의 기준에 매달려 각주구검의 우를 범해선 안 된다. 국토부는 이제야 전국의 공항 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다른 공항의 콘크리트 둔덕을 제거하는 것도 미루지 않길 바란다. 확실한 대책을 강구해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게 그나마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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