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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시조가 있는 아침] (259) 세월이 얼풋 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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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유자효 시인


세월이 얼풋 가니

백경현(1792∼1846)

세월이 얼풋 가니 남은 나이 긔 얼마오

빈발(鬢髮)이 한 번 희니 다시 검기 어렵도다

일찍이 학신선(學神仙) 못한 줄을 못내 한탄하노라

-동가선(東歌選) 도남본(陶南本)

슬프고 또 슬프다

조선 순조 때의 중인 시인 오재(悟齋) 백경현(白景炫)이 편찬한 시조집에 실려 있는 아홉 편 중의 하나다.

세월이 얼핏 가니 남은 나이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겠는가? 귀밑털과 머리털이 한번 허옇게 세니 다시 검어지기가 어렵구나.

어김없이 새해는 왔고, 나이는 공평하게 한 살씩 더 얹어 주었다. 그러나 오늘이 여생의 가장 젊은 날인 것 또한 분명하다. 이 위험한 세상에서, 늙은 나이까지 살 수 있었다는 것은 행운이다. 옛 가객은 신선술을 배우지 못한 것을 후회했지만, 오늘의 우리는 눈부시게 변하는 세상을 따라가기도 버겁다.

그런데 사사건건 반대하는 거대 야당을 일거에 잡으려던 대통령과 이에 맞선 탄핵의 연속이 국민을 불안하게 하더니 엄청난 항공기 사고로 기어이 곡성(哭聲)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슬프고 또 슬프고, 후회하고 또 후회한다. 내가 백성 노릇을 잘못하고 있는 탓은 아닌가?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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