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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이우영의 과학 산책] 인류의 쉼 없는 ‘질서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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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우영 고등과학원 HCMC 석학교수


낙서장의 혼란스러운 낙서를 자세히 관찰하면 어떤 글자나 모양이 특정 형태로 자주 나타난다고 한다. 앞 문장의 글자 속에도 받침을 빼고 보면 ‘자’가 네 번 나오는데, 그 순서가 3, 13, 23, 33번째로 간격이 일정하다. 이처럼 아무리 무작위적인 구조라도 큰 구조 속엔 부분적으로 어떤 질서가 존재한다는 이론이 ‘램지 이론’이다. 또한, 어떤 혼돈 상태의 구조라도 오랜 시간 지속하면 부분적으로 특정 패턴에 가까워진다는 것이 ‘카오스(혼돈) 이론’의 한 주장이다. 모두 무질서와 혼돈 속에서 질서의 조각을 찾으려는 20세기 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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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슬러 가보자. 영국 식물학자 로버트 브라운(1773~1858년)이 물에 떠 있는 꽃가루를 살피던 중 꽃가루가 끊임없이 불규칙적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관찰한다. 그 이후로 미세한 입자들의 불규칙한 운동을 ‘브라운 운동’이라 부른다. 1905년, 아인슈타인은 도저히 질서가 있을 것 같지 않은 브라운 운동에서 입자의 이동 거리에 대한 공식을 찾아낸다. 사람들이 기적이라 했다.

시간을 다시 거슬러 가보자. 1890년, 프랑스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1854~1912년)는 한 이론을 발표한다. 어떤 역학계는 충분히 긴 시간이 지나면 현재 상태와 거의 같은 상태로 회귀한다는 주장이다. 회귀는 최상위의 질서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회귀할지 모른다. 회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일까? 학자들은 그 시간까지 계산해냈는데 너무 큰 수여서 이름도 없다. 이른바 푸앵카레 회귀시간. 우주가 멸망과 생성을 수없이 거듭한 후다.

시간을 계속 거슬러 가면, 이 과업은 쉼 없이 역사의 굽이를 거쳐 기원전 6세기에 이른다. 당시 피타고라스는 대장간의 망치질 소리를 듣고 음악에서의 배음의 원리를 발견한다. 무질서하고 예측 불가능한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아내려는 인류의 도전은 가히 필사적이다. 새해 아침 소망해본다. 올 한 해도 질서를 찾아 쉼 없는 도전을.

이우영 고등과학원 HCMC 석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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