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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사설]어물쩍 넘길 일 아닌 LCCㆍ지방공항의 안전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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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명의 인명 피해를 낳은 무안 제주항공 참사에 대한 원인 규명 작업이 시작되면서 저비용항공사(LCC)와 지방공항의 안전 위협 요인들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LCC들은 고속 성장을 하면서도 항공기 정비사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는 등 안전 투자를 소홀히 했음이 지적되고 있다. 이번 참사의 인명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활주로 끝 콘크리트 둔덕이 지목되는 등 지방공항 안전시설의 문제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모두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을 항공 분야에서 다시 확인시켜준 셈이다.

항공기 1대당 정비사 수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17명과 16명인 데 비해 LCC들은 11명 이하다. 참사를 일으킨 제주항공의 경우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항공기 1대당 월평균 운항 시간이 418시간으로 대한항공의 355시간과 아시아나항공의 335시간보다 훨씬 길다. 그럼에도 항공기 1대당 정비사 수는 11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제주항공 정비사들이 빠듯한 시간에 쫓기며 정비 업무를 수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사들이 “고속버스 점검보다 더 짧은 시간에 항공기 점검을 마쳐야 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등의 불만을 쏟아낼 정도였다고 한다.

무안공항에서는 활주로 끝에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세우고 그 위에 로컬라이저(착륙유도장치)를 설치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사고 항공기가 동체착륙 후 활주로를 미끄러져 가다가 그 콘크리트 구조물에 부닥쳐 파괴됐다. 이런 시설은 항공기 제동에 필요한 거리를 넉넉히 두고 멀찍이 설치돼야 하고 그 재질도 부서지기 쉬운 것이어야 한다는 공항 설계의 기본 상식이 무시된 것이다. “콘크리트 구조물만 없었어도 대부분의 탑승객이 생존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말이 뼈아프다. 또한 사고 원인 가운데 하나인 조류 충돌 대비도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안전 불감증에서는 다른 LCC와 지방공항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소관 중앙부서인 국토교통부가 전수조사에 나섰다고 하니 철저히 조사해서 모든 안전 위협 요인을 제거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관련 안전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조류 충돌 대비가 지방공항 건설과 운영에서 충분히 고려되도록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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