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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6 (월)

음악을 그리고 그림을 노래하다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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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음악과 이미지 회화와 기보에 깃든 선율들 박찬이 지음, 풍월당, 6만5000원


청각에 의지하는 음악과 시각 기반인 미술은 같은 예술로서 통하는 바도 없지 않다. 겨울 밤 눈 내리는 모습을 먼 곳 여인의 옷 벗는 소리로 옮긴 김광균 시 ‘설야’의 공감각적 표현은 그 한 증거라 하겠다. 미술 및 음악 칼럼니스트 박찬이가 쓴 이 책은 그런 공감각적 경험에서 출발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수집한 엘피 음반 표지들을 늘어놓고 음악을 듣노라면 “음색과 음향에 따라 다채로운 색채와 형상이 눈앞에서 부유하듯 펼쳐졌다.” 하프시코드의 향판(소리 울림 장치)에 그려진 꽃과 새 그림을 보고 있으면 “향기가 훅 끼쳐오고, 귀에서 새소리가 제멋대로 울려 퍼졌다.”

‘음악과 이미지’는 악기들에 새겨진 그림과 악기들이 등장하는 회화 작품, 다채로운 형상과 기능을 지닌 악보들, 음악가들의 초상화 등 음악과 미술의 관계를 파고든다. 하프시코드 향판에 새겨진 꽃과 새 그림은 “꽃과 같이 금세 시드는 삶의 유한함”이라는 바니타스화의 주제를 나타낸다. 현악기 류트와 시턴을 연주하는 부부의 그림이 이상적인 사랑과 가정에 대한 신실함을 담았다면, 다른 많은 그림들에서 류트는 청춘의 방탕과 무절제를 상징하는 장치로 쓰였다. 영국 왕가를 찬미한 붉은 장미의 원형 악보와 미로 및 하프 모양 악보, 아버지 바흐의 초상화 등 수백 점의 초상화가 놓인 방에서 곡을 쓰고 악기를 연주한 카를 필립 에마누엘 바흐의 이야기 등이 두루 흥미롭다. 400점이 넘는 도판과 추천 음반은 독자에게도 공감각적 체험을 제공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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