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에 차량이 돌진해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작업을 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18분에 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 후문에서 70대 남성 A씨가 운전하던 에쿠스 차량 1대가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 해 1만~2만 명의 치매 환자의 운전면허가 취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진단을 받고 건강보험공단에서 노인 장기요양보험 등급을 받은 환자들이다. 다만 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 70대 운전자 같은 요양등급을 신청하지 않은 치매 환자 중 적지 않은 고령자가 운전면허를 소지하고 있어 이들의 관리 문제가 과제로 떠올랐다.
도로교통공단이 3일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에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치매 환자 중 운전면허를 보유한 사람이 1만 6642명이고, 이 중 1만 5876명이 면허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법률에는 건강보험공단은 장기요양보험 신청자 중 등급(1~6급)을 받았고 운전면허를 보유한 치매 환자의 명단을 경찰청에 통보하게 돼 있다. 이들은 전문의의 정밀 진단을 거쳐야 한다. 도로교통공단이 이들에게 석 달 내에 전문의 진단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한다. 이어 운전적성판정위원회에서 운전 가능 여부를 결정한다. 위원회는 운전면허시험장의 장과 신경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교통 전문가 등 5~7명으로 구성한다. 운전면허시험장 별로 매달 위원회를 연다.
2023년 새로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치매 환자 중 운전면허가 있는 1만 6642명이 경찰청에 통보됐다. 이 중 469명이 '면허 유지' 결정이 나왔고 297명은 판정 유예(1년 후 재검사), 41명은 '면허 취소' 판정이 나왔다. 1만 5876명은 정밀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1차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재차 제출을 요구한다. 여기까지 9개월 걸리고 1개월 지나면 자동으로 면허가 취소된다. 10개월 만에 취소되는 것이다. 면허 유지와 유예 766명을 제외한 95.4%가 취소됐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밀 진단을 받으면 '운전 불가능'으로 나올 것 같아서 대부분 신청을 포기하는 것 같다. 위험성을 고려해 가족이 운전을 못하게 권고한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1~6월 건보공단이 경찰청에 통보한 치매 환자는 9206명이다. 2022년 4762명, 2021년 1만964명이다. 최근 3년 반 새 약 4만 명이 취소됐다. 통보된 사람의 96%이다.
초고령자의 운전 능력을 심사하는 장치가 또 있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7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는 3년(65~74세는 5년)마다 면허를 갱신하고 인지능력검사(치매검사)를 받아야 한다. 1단계 선별검사, 2단계 기초인지진단을 통과해야 한다.
종합하면 두 가지 문제가 나온다.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치매 환자라고 해도 면허 취소까지 최소 10개월 걸린다는 점이다. 75세 초고령자의 적성 검사도 형식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더 큰 문제는 장기요양등급을 신청하지 않은 75세 미만 치매 환자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 사고 운전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초기 치매 환자가 장기요양등급을 신청하면 대개 6등급(인지지원등급)을 받기 때문에 신청만 하면 면허 관리 대상에 들어간다. 김기웅 교수는 "운전면허가 있는 75세 미만 치매 환자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며 "다만 초기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는 운전에 큰 문제가 없을 수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위험 집단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보건복지부나 건강보험공단이 장기요양보험 신청을 하지 않은 치매 환자를 경찰청에 통보해서 정밀 진단을 받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리 쉽지 않다. 치매 진단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위해 '추정 진단' 환자를 치매 질병 코드로 입력한다. 이런 환자 중에서 최종적으로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을 골라내야 한다.
김기웅 교수는 "운전면허 관리를 위해 이런 절차를 거쳐야 할지, 개인의 질병 정보를 이런 목적에 사용해도 될지 등을 섬세하게 따져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며 "만약 (장기요양등급을 받지 않은) 치매 환자를 모두 경찰청에 통보하게 되면 치매 진단을 회피하러 들 것"이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다른 나라도 치매 환자의 운전을 완벽하게 금지하지 않는다. 인권 침해 문제에 부닥치기 때문이다. 차분하게 논의해서 개선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3년 주기 면허 갱신 연령을 75세 이전으로 당길지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건강수명이 올라가는 추세인데, 이런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늦춰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 나이를 당기려면 치매가 많이 발생하는 연령이 75세 이전인지 등을 따져야 한다. 이 역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