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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6 (월)

[스브수다] '조명가게' 주지훈, 강풀 유니버스에서 광명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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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주지훈은 "배우는 월세살이를 하는 존재"라고 표현했다. 한 작품에 몇 달씩 투신하고, 그 작품이 끝나면 다음 작품으로 옮겨가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주지훈은 그간 집을 보는 안목이 좋았다. 작품이 집이고, 장르가 집의 형태라면 그는 칠할 이상의 성공률로 성공적인 이사를 했고, 배우로서의 성장을 이뤄냈다. 그런 그에게 강풀 유니버스 데뷔는 특별한 도전처럼 보였다.

드라마 '조명가게'의 출연은 연출을 맡은 배우 선배이자 감독인 김희원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주지훈은 "(김)희원이 형이 전화가 와서 '추천할 작품이 있다. 내가 하는 거다. 당장 만나자'고 해서 시작된 작품이다. 무엇보다 대본이 재미있었다. 또한 제가 강풀 작가 팬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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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과 강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조합이다. 주지훈은 이번 작품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상징적 공간인 조명가게 주인 '원영'으로 분했다.

이 인물은 주지훈이 직접 선택한 캐릭터기도 했다. 그는 "처음부터 감독님이 원영 캐릭터를 준 것이 아니라 반 장난으로 '너 하고 싶은 거 골라' 하셨다. 나는 원영을 하겠다고 했다. 제가 볼 때 원영은 감독과 관객의 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룩(LOOK)도 인상적이었다. 총천연색의 조명이 빛을 발하는 가게에서 원영은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손님을 맞는다. 빛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빛을 차단하는 선글라스를 낀 그의 모습은 내내 호기심을 자아낸다. 왕가위 영화 속 금성무가 오버랩되기도 했다. 미스터리하면서 쓸쓸한 분위기였다. 또한 "어디나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겠습니까"라고 건조하게 말하는 대사에서는 달관(達觀)의 정서가 느껴지기도 했다.

"저는 경계를 지키는 사람을 연기해야 했고, 그것에 충실하려고 했다. 배우들끼리는 '현장의 진실'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작가, 감독의 의도라는 게 있다. 그걸 시청자들이 봤을 때 이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걸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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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에겐 '눈'과 '눈빛'이 인물의 감정을 드러내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주지훈은 이번 작품에서 내내 선글라스를 끼고 연기를 해야겠다. 불안함과 두려움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 작품을 보면 배우들의 감정이 세지 않나. 배우의 감정이 세니까 배우가 끌고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후순위다. '조명가게'는 메시지가 중요한 작품이다. 그래서 연기로 하드캐리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배우로서 무기는 잃지만 대신 나와 상대 배우, 공간까지 다 미장센인 것이다. 그 정서를 그대로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배우 라인업이 훌륭하지 않나. 신뢰 가는 배우들이라 믿고 던질 수 있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연출에 도전한 김희원에 대해서도 무한한 신뢰를 드러냈다. 주지훈은 "감독은 정석이다. 모두가 이렇게 해야 한다. 그런데 모두가 저렇게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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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한 정석은 감독으로서의 태도와 자세 그리고 준비성을 말한 것이었다. 주지훈은 "김희원 감독은 프리 프로덕션부터 충실히 하셨다. 처음 작품을 촬영하기 전, 서로 얘기하고 설명한 대로 찍기만 하면 됐다. 정말 감동적인 현장이었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주지훈은 준비된 감독과 믿음직한 동료, 프로페셔널한 스태프까지 더할 나위 없는 현장이라고 거듭 말했다. 연기력을 뽐내는 현장이 아니었다고 했지만 주지훈은 전에 본 적 없는 연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무엇보다 아버지 연기는 첫 도전이었다. 그는 "첫 아버지 연기인 데다 안 겪어본 걸 연기해야 해서 처음엔 좀 막막했다"고 고백했다.

"부녀 관계는 모두가 다 잘 알고 있는 감정인데 저는 자식이 없기 때문에 생소한 감정이었다. 배우가 경험한 것만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 걱정이 되기는 했다. 연기를 오래 하고 작품 수가 많다고 해서 여유롭지 않다. '내가 이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늘 두렵다. 부모와의 관계는 나도 직접 경험한 것이지만 자식이 없어서 내리사랑을 준 적은 없다. 그래서 내가 받았던 감정을 떠올리며 연기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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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은 절절한 부성애를 표현해야 했던 촬영 현장을 떠올리며 "선물 같은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를 구하러 가는 시퀀스에서는 미술 세트가 워낙 잘돼있어 도움을 많았다. 다만 내가 실제 딸이 없으니 내가 표현하고 있는 감정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더라. 그런데 이 가녀리고 어린아이가 그렇게 분장하고 누워있으니 자연스레 감정이 올라왔다. 처음 느껴본 감정이었다. 동료, 스태프들의 도움으로 촬영을 잘 마칠 수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정은과의 진한 감정 연기에 대해서는 "감정을 일부러 만들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이정은 누나 같은 좋은 동료, 훌륭한 배우가 있기에 가능했다. 정은 누나가 가게에 걸어 들어오는 순간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을 느꼈다. 그래서 눈물 연기도 자연스러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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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대한 긍정적 시선, 인간이 뿜어내는 온기로 무장한 강풀의 드라마는 삶이 팍팍한 이들에게 따스한 위안이 된다. 최근 액션, 코미디 등 장르물에서 역량을 뽐내왔던 주지훈에게 강풀 유니버스 편입은 팬에게도 스스로에게도 특별한 선물이었다.

"'조명가게'는 개인적으로 따뜻한 시선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따뜻한 시선이 지금보다 더 많이 존재하는 2025년이 되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도 좀 더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다면 주지훈을 강풀 유니버스에서 계속 볼 수 있을까.

"그건 모르겠다. '조명가게'는 완결이 됐으니까. 다만 이번에 싱가포르에 프로모션 행사에 갔을 때 강풀 작가랑 김희원 감독이랑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는 했다. 왜 착한 사람들만 사후세계에 들어오냐고. 악당들이 와도 재밌지 않을까 하고.(웃음)"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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