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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시민 저항이 세상을 바꾼다 비폭력 평화시위 성공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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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우리의 싸움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프리데만 카릭 지음, 김희상 옮김 원더박스 펴냄, 1만6800원


시민 불복종은 민주주의 질서에 속한 정치 참여 방편이다. 미국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19세기 중반에 정립한 개념으로, 부당한 명령이나 법을 거부하는 것도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봤다.

훗날 인도의 비폭력 해방운동을 이끈 간디, 인종차별에 저항한 마틴 루서 킹 등에게도 영향을 줬다.

1982년생인 독일의 베스트셀러 논픽션 작가는 저항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후 변화와 생태계 파괴, 경제적 불평등, 집단 간 혐오 등 거대 담론이 우리를 짓누르고 있지만, 분명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폭주 기관차에서 해야 할 일은 말도 안 되는 속도에 적응하거나 뛰어내리는 게 아니라 과감히 비상 제동 장치를 작동시키는 일이다.

이에 책은 정치, 철학, 역사의 지식을 동원해 '비폭력 평화 시위 성공법'을 다룬다. 지난달 느닷없는 계엄 사태 이후 저마다 촛불, 응원봉을 들고 한겨울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물론 집회에 냉소적인 이들에게도 시사점이 많다. 예컨대 저자는 집회·시위가 감정의 분출이 아닌 전략과 법칙의 산물이라고 본다.

가령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자인 에리카 체노웨스 등의 연구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3.5% 이상이 참여하는 운동은 근본적 혁신을 이뤄낸다. '혁명의 3.5% 법칙'이다.

불복종이 정당화될 수 있는 목적과 수단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흔히 시위의 한 방편으로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공공시설 점거, 문화재·예술품에 위해를 가하는 방식은 역풍을 맞곤 한다. 이런 방식이 당장 여론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할지 몰라도, 결국엔 저항의 메시지가 도덕적·사회적으로 공감을 사야 한다는 점을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목적의 정당성은 어떤가. 극우 시위도 저항의 일부라고 볼 수 있을까. 최근 몇 년 사이 미국·독일 등에서 벌어진 의회 습격, 코로나19 때 음모론을 주장하며 벌어진 '노 마스크' 시위 등에 저자는 '퇴행적 저항'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아직 그런 움직임이 사회의 기둥을 흔든 사례는 없다. 다만 저자는 "그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사회 전반의 말과 행동도 빠르게 극우 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거리에서 목소리 큰 쪽이 이긴다는 그릇된 인식을 낳는다"고 우려한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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