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024년 말부터 2025년까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의장국을 맡게 되는 지금,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대륙 간 무역이 수세기에 걸쳐 가져다준 수많은 혜택을 되돌아볼 시점이다.
한국·필리핀 간 최초의 무역 관련 기록은 필리핀 식민지 이전과 조선시대인 14세기 말 그리고 15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필리핀에서는 진주·거북 등껍질·열대 과일이 한국으로, 한국에서는 도자기·직물·인삼이 필리핀으로 전해졌다. 세부 내용이 문서로 만들어지진 않았지만 무역 해상 루트를 통한 교류를 시사하며, 양국의 인적·상업 교류 초기 사례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16세기에는 마닐라-아카풀코 갤리온 무역이 등장하면서 무역 교류가 더욱 활발해졌다. 이는 마치 APEC의 초기 형태라고 할 수 있는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과 필리핀을 간접 연결한 것이었다.
이러한 교류는 당시 직접적 상업 교류 부재에도, 양국 간 상호 이해와 교류의 토대를 마련했다. 공식 외교 관계는 20세기 중반에야 이뤄졌지만, 이 같은 역사적 교역의 흐름은 양국이 아태 지역의 활발한 무역 시스템에 함께 참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는 양국 간 공식적인 무역 관계가 일반화되고, 경제적 교류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한국은 필리핀의 5대 교역국이며, 양국 무역 규모는 약 120억2000만달러 수준이다.
이 수치는 적지 않은 듯하지만, 동시에 양국 무역 관계의 업그레이드 필요성을 반영해 한국·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을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 2023년 9월 최종 서명이 이뤄지고, 2024년 말 발효된 양국 간 FTA는 무역 격차 해소 및 경제적 교류 확대를 목표로 한다.
양국은 필리핀의 한국으로의 수출 중 94.8%, 한국의 필리핀으로의 수출 중 96.5%에 대한 관세 철폐를 통해 이러한 목표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필리핀은 한국과 최소 3개의 주요 자유무역협정(한·아세안 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한국·필리핀 FTA)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통과된 필리핀 정부의 국내외 투자 유치 법인 '크리에이트 모어 법(CREATE MORE Act)'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스트럭처 프로젝트 '빌드 베터 모어(Build Better More·BBM)' 프로그램이 보완적 역할을 한다.
이번 FTA는 다양한 상품에 대한 세금을 인하하고, 시장 접근을 개선하며, 기술·보건·창조 산업·에너지·자원·스마트 농업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촉진할 것이다. 또한 무역장벽 제거를 통해 중소기업의 국제 무역 참여를 확대하고, 경제적 성장과 혁신 그리고 글로벌 가치사슬에서의 입지 확보 기회를 제공하기도 할 것이다.
이에 더해 한국이 필리핀의 주요 투자국으로서 특히 에너지, 인프라, 그리고 제조 부문 주요 투자국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지난해 한국·필리핀 수교 75주년에 이어 FTA가 발효되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자리를 잡았으며, 향후 APEC과 아세안에서의 교류가 예정돼 있다. 양국은 앞으로도 미래 지향적이고 지속적인 파트너십으로 전진해 갈 것이다.
[마리아 테레사 B 디존데베가 주한 필리핀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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