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패럴림픽 은메달리스트 유수영. /대한장애인체육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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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패럴림픽 배드민턴 은메달리스트 유수영(23·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일본에서 화제에 올랐다. 생면부지 한 아이에게 작은 선행을 선사한 일이 감동을 불렀다. 그는 지난해 파리 패럴림픽 배드민턴 남자 복식(WH1·2등급)에서 은메달을 땄다. 정재군(48·울산중구청)과 함께 복식 결승에서 중국 조에 졌지만 “나이 차를 뛰어넘는 호흡과 투혼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천적으로 오른쪽 다리를 사용할 수 없었던 그는 노력과 남다른 승부욕으로 패럴림픽 첫 메달을 일궜다.
지난달 28일 유수영은 일본 도쿄 애니메이션 성지로 불리는 아키하바라를 찾았다. 평소 애니메이션과 관련 장난감을 모으는 게 취미였다. 우연히 매장에서 한 아이와 그 가족을 봤다. 이 아이가 매대에 진열된 13300엔(약 13만원) 일본 전대(戰隊)물인 ‘가면라이더’ 장난감을 가리키자, 아이 아버지는 “너무 비싸다”면서 난색을 표했다. 아이는 아쉬운 표정으로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그는 어렸을 때 갖고 싶던 장난감을 살 수 없었던 때를 떠올리며 그 아이와 자신의 유년 시절이 겹쳐 보였다고 했다. 자기 여비도 넉넉하지 않았지만 이 장난감을 사서 아이 손에 쥐여줬다. 아이 아버지는 당황하면서 거절 의사를 밝혔지만 유수영은 “드리고 싶어서 샀다”면서 손을 잡았다. 아이가 기뻐하면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거듭 전하는 표정을 뒤로하고 그는 매장을 떠났다.
장애인 배드민턴 대표팀 유수영(오른쪽)과 정재군이 지난해 9월 1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배드민턴 남자 복식 WH1, 2 등급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파리=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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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연은 아이 부모가 X(옛 트위터)에 내용을 올리면서 퍼졌다. 아이 부모는 “목발을 짚은 한국 패럴림픽 은메달리스트가 장난감을 선물했다”며 “아이가 너무나 기뻐하며 장난감을 끌어안고 잤다. 우리 가족은 평생 그의 팬이 될 것이다”라고 썼다. 이 글은 3일 현재 2000만 넘는 조회 수에 18만여 개 ‘좋아요’를 받았다. 국내 온라인까지 전해져 찬사를 받고 있다.
유수영은 본지 통화에서 “가면라이더의 주인공이라면 그랬을 거라고 생각했다. 가면라이더를 좋아하는 아이를 보며 같은 팬으로서 돕고 싶었다. 어렸을 때 같은 상황이라면 누군가 그렇게 해줬으면 정말 기뻤을 거다”라고 말했다. 아이 부모가 이상한 사람 취급할까 봐 자기가 패럴림픽 선수라고 밝혔고 아이 부모가 인터넷을 검색해 이름을 확인하면서 유수영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는 이제 내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패러게임 배드민턴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세계 1위 가지와라 다이키(24·일본)를 넘어서는 게 목표다. 그는 “가지와라는 세계 최고 선수지만, 그를 넘어서야만 더 성장할 수 있다. 그랜드 슬램 달성을 저지하고 싶다”면서 “패럴림픽 은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보다, 한 아이 마음을 채워줬다는 사실이 더 기쁘다. 이번 소식을 듣고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양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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