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 조직 이슬람국가(IS)에 경도돼 새해 첫날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차량 돌진으로 14명을 살해한 용의자를 단독범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같은 날 일어난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테슬라 차량 폭발 사건과의 연관 가능성이 낮아졌다.
<AP> 통신,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을 보면 2일(이하 현지시간) 크리스토퍼 라이아 FBI 대테러국 부국장은 전날 뉴올리언스 프렌치쿼터 버번스트리트에서 발생한 차량 테러 수사 진행 상황을 브리핑하며 현 시점에선 용의자 샴수드 딘 자바르(42)가 공범 없이 단독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라이아 부국장은 용의자의 통화 기록, 전자 기기 등을 조사한 결과 "용의자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이 공격을 저질렀다는 것을 가리키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앞서 수사 당국이 공범 가능성에 무게를 뒀던 것에서 판단이 바뀐 것이다. 전날 사건 발생 장소 인근에서 별도의 폭발물이 발견되며 공범 가능성이 대두됐다. 라이아 부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프렌치쿼터에서 아이스박스에 담긴 채 발견된 별도의 폭발물 또한 자바르가 설치한 모습이 감시 영상에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감시 영상에 찍힌 아이스박스 폭발물 인근에 있던 다른 인물들은 테러와 "어떤 식으로도" 연관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발견된 2개의 폭발물들은 안전하게 처리됐다.
라이아 부국장은 이 공격으로 인해 14명이 죽고 3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발표된 사망자 수보다 1명 적다. 14명 외에 용의자도 경찰과 총격전을 벌인 끝에 현장에서 사망했다.
1일 새벽 3시15분께 새해 맞이 행사로 들뜬 군중으로 가득했던 번화가 버번스트리트에 자바르가 운전한 차량이 고속으로 돌진해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차량에선 IS 깃발, 자가 제조 폭발물, 무기가 발견됐다. FBI는 사건 발생 당일부터 이를 "테러 행위"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라이아 부국장은 자바르가 IS에 "100%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하며 "이는 테러 행위였고 사전에 계획된 악랄한 행위였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자바르가 IS와 직접 접촉했는지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FBI가 자바르의 소셜미디어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자바르는 처음엔 가족과 친구들을 해칠 생각이었지만 이 경우 보도의 초점이 그가 의도한 "신자와 불신자 간의 전쟁"에 맞춰지지 않을 것을 우려해 목표물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라이아 부국장은 자바르의 목표물 선정 이유는 여전히 조사 중이지만 버번스트리트에 인파가 몰려 이곳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FBI는 자바르가 지난 여름 전에 IS에 가입했고 유언장 또한 작성했다고 덧붙였다.
자바르는 텍사스주에서 태어나 자란 미국인으로 미 육군에 따르면 2007~2015년 현역으로, 2020년까지는 예비군으로 복무했다. 2009년~2010년엔 1년간 아프가니스탄에 배치되기도 했다.
수사 당국이 자바르를 단독범으로 판단함에 따라 같은 날 일어난 라스베이거스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앞 테슬라 차량 폭발 사건과의 연계 가능성은 낮아졌다. 라이아 국장은 두 사건 사이에 현재로선 "확실한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다.
두 사건은 새해 첫날 몇 시간 간격으로 발생했고 차량을 이용해 민간인에 피해를 입혔다는 점, 같은 차량 대여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했다는 점 등의 유사성으로 인해 연관성에 대한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다만 2일 라스베이거스 폭발 차량 운전자의 신원이 미군으로 드러나며 두 사건의 표면적 유사성은 늘었다.
2일 라스베이거스 경찰국 보안관 케빈 맥마힐은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차량 내부에서 심하게 탄 주검으로 발견된 운전자의 신원이 콜로라도주 콜로라도스프링스 출신 매튜 리벨스버거(37)라는 상당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운전자가 차량 폭발 전 이미 스스로에게 총을 쏴 숨졌다고 설명했다. 운전자의 발 밑에선 부분적으로 녹은 반자동 총기가 발견됐다. 운전자는 이 사건의 유일한 사망자다. 차량에 동승한 다른 이는 없었다. 차량 폭발로 7명이 부상을 입었다.
맥마힐 보안관은 이 사건이 "그 직후 일어난 폭발을 동반한 자살"이라고 규정했다. 동기는 여전히 조사 중이며 운전자에게 자기 자신의 목숨을 넘어 더 큰 피해를 유발할 의도가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
맥마힐 보안관은 리벨스버거는 휴가 중이었던 미 육군 현역 군인으로, 2009년 아프가니스탄에 배치돼 자바르와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시기와 겹치지만 다른 지역, 별도의 부대에서 근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 용의자가 노스캐롤라이나주 육군 기지 포트리버티(옛 명칭 포트브래그)에 배치된 적 있지만 복무 시기와 소속 부대가 달랐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는 군 당국자를 인용해 국방부 당국자들이 자바르와 리벨스버거의 복무 이력을 비교한 결과 둘 사이에 어떤 접점도 찾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맥마힐 보안관은 두 용의자 사이에 "매우 이상한 유사성"이 있다며 "현재로선 어떤 것도 단정하거나 배제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뉴올리언스 테러 용의자가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미국인임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반이민 선동을 이어갔다. 트럼프 당선자는 2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바이든(미 대통령)의 '국경 개방 정책'과 함께 미국에서 급진적 이슬람 테러리즘과 다른 형태의 폭력 범죄가 극심해질 것이라고 집회 등에서 여러 차례 말한 바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자는 앞서 이 테러에 관해 "내가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범죄자들이 우리나라에 있는 범죄자들보다 훨씬 더 나쁘다고 말했을 때 민주당과 가짜뉴스 매체는 이를 지속적으로 반박했지만, 이는 사실로 밝혀졌다"는 거짓 주장을 펴기도 했다.
뉴올리언스 공격이 IS에 영감을 받은 자생적 테러로 판단되며 가자지구 전쟁으로 촉발된 중동 정세 불안을 틈타 IS가 재기를 꾀하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때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영국 크기의 면적을 장악했던 IS는 서방의 합동 퇴치 작전으로 2019년 초엔 영토를 거의 잃었지만 사라지지는 않았다.
특히 2023년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뒤 중동 정세가 극히 불안해지며 혼란 틈에 IS가 재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경계가 높아졌다. 실제로 지난해 1월과 3월 이란과 러시아에서 IS가 배후를 자처한 테러 공격으로 각 100명, 140명 이상이 숨지는 등 큰 피해를 낳은 공격이 이어졌다.
지난달 시리아 반군이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뒤집은 것은 또 다른 변수다. 미국은 시리아 북동부의 쿠르드족 무장 단체와 협력해 IS 퇴치 작전을 펼쳐 왔는데, 알아사드 정권 전복을 주도한 반군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HTS)을 지원한 튀르키예(터키)는 시리아 쿠르드를 자국이 테러 단체로 지정한 분리주의 무장 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연계된 것으로 간주한다. 알아사드 정부 전복과 함께 튀르키예 지원 무장 세력과 시리아 쿠르드 무장 단체 간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 싱크탱크 수판센터 선임연구원 콜린 클라크는 미 NBC 방송에 "뉴올리언스 테러 공격은 지난 1년간 대테러 커뮤니티의 많은 사람들이 말해 온 것, IS가 여전히 제거하기 어렵고 끈질긴 위협이며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 줬다"고 분석했다. 그는 IS가 당장 시리아의 정치 및 안보 공백을 이용해 "입지를 다지고 선전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IS가 "서방 내 공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포함해 작전 속도를 높일 가능성"을 우려했다.
▲2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프렌치쿼터 버번스트리트에 마련된 추모 공간 앞에서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있다. 전날 새해 축하 인파가 몰린 버번스트리트에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 이슬람국가(IS)에 경도된 미국 태생 샴수드 딘 자바르(42)가 차량 돌진 테러를 가해 14명이 숨졌다. ⓒAF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 Copyrights ©PRESSia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