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서민의 정치 구충제]
이화영 ‘연어회유설’로 본
민주당의 재판 유린
일러스트=유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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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이날을 기다렸고, 다른 누군가는 이날을 두려워했다. 2024년 11월 29일은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의 2심 판결이 선고되는 날이었다. 대북 송금 사건, 즉 2019년 쌍방울이 800만달러를 북한에 보낸 사건에서 관심 있게 볼 것은 다음 세 개였다. 첫째, 대북 송금 과정에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인 이화영이 관여했는지, 둘째, 이것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이 맞는지, 마지막으로 이화영이 대북 송금 사실을 이재명 지사에게 보고했는지.
1심은 혐의 사실 대부분을 인정해 이화영에게 9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했지만, 세상이 이번 2심을 특히 주목한 이유는 1심 재판이 끝나기 직전 이화영이 다음과 같은 황당한 주장을 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술과 연어를 주면서 내 진술을 회유했다!” 실제로 이화영은 재판이 한창이던 2023년 6월, 그간의 입장을 번복하고 ‘대북 송금에 관해 이재명에게 보고했다’고 검찰에 진술한다. 재판 과정을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갖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이화영의 아내가 등장해 남편더러 “정신 차려라” 고함을 질렀고, 민주당 의원들이 수원지검을 찾아가 연좌 농성을 했다. 이화영 편에서 변론하던 변호사들이 해임되고, “네가 다 뒤집어써!”라고 강요하는 변호사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하이라이트는 이재명이 갑작스럽게 단식에 돌입한 것. 이재명은 후쿠시마 오염수 등을 단식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오염수 방류가 계속되는데도 이에 관해 언급이 없는 걸 보면, 그 단식은 역시 대북 송금 물타기용이 아니었나 싶다.
변호인이, 민주당이, 심지어 마누라마저 “네가 다 뒤집어써!”를 외치는데 이화영이 버틸 재간이 있었을까? 결국 이화영은 자신이 이재명에게 쌍방울의 방북 비용 대납을 보고했다는 언론 보도가 “사실이 아니다”라는 옥중 편지를 쓰며 항복을 선언한다. 그런데 ‘그분’이 보시기에 이 정도로는 모양새가 안 좋았던 것 같다. 왠지 이화영이 진실을 말했다가 압력에 의해 진술을 바꾼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그래서 나온 게 바로 2024년 4월 4일 이화영이 주장한 ‘연어 회유설’이다. 내용 자체도 황당하지만, 이 엄청난 얘기를 재판 내내 하지 않다가 1심이 끝날 무렵에 하는 건 또 뭔가? 이화영의 폭탄선언을 ‘오마’로 시작되는 언론사를 제외하곤 아무도 보도하지 않은 이유는 이 때문이었다.
북한 리종혁(가운데) 조선아태위 부위원장이 2018년 11월 ‘제1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 대회’참석을 위해 경기도를 방문해 당시 이재명(왼쪽) 경기지사, 이화영(오른쪽)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기념 촬영을 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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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대한민국은 입법부의 권력이 지나치게 강한 나라. 총선에서 175석을 얻어 1당이 된 민주당은 이제 자신들이 무엇이든 할 수 있음을 알았다. 그들은 본격적으로 연어 회유설을 띄웠고, 대북 송금을 담당한 박상용 검사를 탄핵하기까지 했다. 민주당의 이런 노력에도 1심은 이화영에게 중형을 선고했지만, 상관없었다. 이화영이 연어 몇 점에 회유돼서 이재명을 팔아넘겼다고 국민이 믿게 하는 것, 그거면 충분했으니까.
10월 2일, 민주당이 구속 수감 중이던 이화영을 국회 법사위에 불러 생중계를 동반한 모의재판을 벌이게 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피고인 역할을 한 이화영은 시종일관 검찰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짜고 사건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김성태씨가 짜장면이 먹고 싶다 하면 짜장면이 제공되고, 연어가 먹고 싶다 하면 연어가 제공됐다. 그런 것들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이씨의 주장보다는 “언론에서 많이 봤는데,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초등학생도 아니고, 짜장면 사준다고 진술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라는 김성태의 반박이 더 상식에 부합했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개딸들은 상식보다는 ‘믿음’을 선택한 이들이니까. 재판관을 자처한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다. “(이 사건은) 이재명 대표를 엮으려 했던 전형적인 검찰의 조작이다. 땅땅땅.”
모의재판은 축제 분위기에서 끝났지만, 민주당도 아주 바보가 아니기에, 돌아오는 11월 29일이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연어 회유 폭로가 1심 막판에 나왔기에 선고에 별반 영향을 주지 않았다 쳐도, 재판 전략 자체가 ‘연어 회유’였던 2심에서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문재인 정권을 거치면서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긴 했지만, 민주당의 일방적인 주장보다는 판사의 판결이 국민, 특히 개딸을 제외한 중도층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터였다. 게다가 이화영이 항소심까지 유죄가 나온다면, 대북 송금과 관련된 이재명의 3자 뇌물죄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11월 15일 공직선거법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민주당 대선 후보 교체는 필연이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해 10월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법제처·감사원·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헌법재판소·대법원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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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안타까운 일이 생겼다. 이화영 항소심 선고를 이틀 앞두고 재판부가 선고를 12월 19일로 미뤄 버린 것. 수원고법 관계자는 “정확한 사유는 알 수 없지만 통상 재판부가 선고 전 심리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선고 기일을 연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일 정도 재판이 미뤄지는 거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뒤늦게 이 결정에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건, 그로부터 4일 후인 12월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해서다. 44 년 만의 계엄은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대통령은 탄핵안 통과로 직무 정지는 물론이고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고, 제 세상을 만난 민주당은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대행까지 탄핵시키는 등 본격적인 칼춤을 추고 있다.
12월 19일, 이화영의 항소심이 선고됐다. 형량을 조금 깎아주긴 했지만, 이화영의 혐의는 모조리 인정됐다. 쌍방울 대북 송금이 이재명의 방북 대가가 맞으며, 연어 술파티가 실제로 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그리고 이화영의 경력과 나이로 보아 연어 몇 점에 회유됐을 것 같지 않다는 것. 그간 민주당이 했던 주장이 모조리 배척된 것이다. 하지만 이 재판 결과는 계엄 이슈에 묻혀 별반 조명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이재명은 자신의 재판을 담당한 신진우 부장판사를 기피 신청했고, 이게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진 덕분에 이재명의 3자 뇌물죄 재판은 공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중단됐다. 또한 이재명은 공직선거법 2심 접수 통지서를 주소 불명으로 수령 거부하고, 변호인 선임을 하지 않는 등등 다른 재판에서도 집요하게 지연 전략을 쓰고 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잘못된 행위다. 그로 인해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그래도 중대 범죄를 저지른 데다 시종일관 ‘난 모른다’고 거짓말을 하고, 재판까지 지연시키는 법꾸라지가 차기 대통령이 되는 게 맞는가? 그래서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쳐본다. “그래도 이재명은 좀.”
그래픽=이철원 |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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