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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6 (월)

푸에르토리코 주지사 취임식에 한국 대학생 4명이 초대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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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참전용사 위해 봉사활동
미군 신분 파병돼 공로 조명 덜 돼
한국일보

국제청소년연합(IYF) 산하 굿뉴스코 푸에르토리코 해외봉사단 소속 한국 대학생들이 2일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열린 제니퍼 곤잘레스 신임 주지사 취임식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안병욱·서수연·한아희·김한경씨. IYF 푸에르토리코 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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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주지사 취임식에 한국인 대학생 4명이 이례적으로 초청됐다. 6·25전쟁 참전용사들과 가족을 상대로 6년간 현지에서 꾸준히 벌인 대학생 봉사활동이 결실을 맺은 셈이다.

2일(현지시간) 푸에르토리코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열린 제니퍼 곤잘레스 신임 주지사 공식 취임 행사에는 국제청소년연합(IYF) 산하 굿뉴스코 푸에르토리코 해외봉사단 소속 한국인 대학생 4명도 참석했다. 김한경(26·신라대 국어교육과 졸업)씨와 한아희(25·부산외국어대 튀르키예어과 2학년)씨, 안병욱(21·계명대 언론영상학과 1학년)씨, 서수연(21·원광대 식품영양학과 1학년)씨였다. 모두 한복을 차려입었고 곤잘레스 주지사와 기념촬영도 했다.

푸에르토리코는 면적이 제주도의 5배가량인 카리브해 북동부 섬으로, 약 320만 명이 살고 있다. 미국령이지만 자치권이 보장되는 만큼 주지사가 실질적인 국가 수장이다. 주지사 선거도 4년마다 미국 대선과 같은 해에 치러진다. 최은성 IYF 푸에르토리코 지부장은 “다른 나라 대학생이 사실상의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된 것은 푸에르토리코에서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깜짝 초청’은 푸에르토리코인들의 서운한 심경을 잘 어루만져 얻어 낸 결과다. 봉사활동은 △해변 정화 캠페인 △한류 문화 캠프 △현지 청소년을 위한 인성 교육 △고아원 방문 등 다양하다. 그러나 각별히 공을 들이는 활동은 6·25전쟁 참전용사 대상 봉사다. 일회성 방문이나 선물 증정 정도에 머무는 대신 정기적으로 참전용사들 집에 들러 청소를 하거나 음식을 나눠 주고, 보훈병원과 요양센터를 찾아 일을 거들며 한국·푸에르토리코 국기가 새겨진 배지를 달아 주는 식이다. 참전용사 장례식 때 국립묘지를 방문해 유족을 위로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일보

국제청소년연합(IYF) 산하 굿뉴스코 푸에르토리코 해외봉사단 소속 한국 대학생 4명이 2일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신임 주지사 취임식에 참석해 제니퍼 곤잘레스(앞줄 왼쪽 다섯 번째) 주지사와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IYF 푸에르토리코 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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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부터 해 오다 보니 정성이 통하는 듯했다. 호응이 돌아왔다. 푸에르토리코는 6·25전쟁 당시 미국 다음으로 많은 6만1,000여 명을 파병했고 그중 750여 명이 전사했지만, 모두 미군 신분이어서 공식 참전국 명단에 등재되지 못했다. 공로가 제대로 조명받지도 못했다고 한다.

현재 IYF 봉사단원 4명은 지난해 4월부터 9개월째 체류 중인 6기생들이다. 김한경씨는 “참전용사들의 희생에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봉사했더니 주지사님이 감사하게도 뜻깊은 자리에 초청해 주셨다”고 말했다. 단원들을 만난 곤잘레스 주지사는 “조만간 주지사궁에도 초청해 여러분의 얘기를 듣고 감사장도 주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단원들이 전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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