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아파트 매매 물량 약 8.6만
2022년 동기 대비 94% 늘어…“매물 적체”
지난해 말 서울아파트 매매가 41주만에 꺾여
매수 심리 위축되며 공인중개사 줄폐업도
서울 인왕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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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새해에도 주택시장 위축이 예상되는 가운데 ‘새 주인’을 기다리는 서울아파트의 물량이 지난해 대비 1만건 넘게 증가하며 매물 적체가 심화하고 있다. 연초라는 특성을 고려해도 3년 전 동기 대비 약2배에 이르는 수준으로 당분간 거래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4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서울아파트 매매 물량은 8만6141건으로 3년 전 같은 날(4만4259건) 대비 95% 늘었다. 늘어난 물량은 4만1882건으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손꼽히는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가구)의 3.5배에 달하는 물량이다.
서울아파트 매매 물량은 1년 전과 대비했을 때도 1만3099건 늘었다. 반면 전세 물량은 3만1053건으로 지난해 동기(3만4364건) 대비 약3300건 줄어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 드러난다. 비아파트 전세사기 우려 및 부동산 시장 관망세가 짙어지며 임대차 거래 시장 수요가 높아진 영향으로 읽힌다.
매수우위지수 표. [KB부동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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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및 정국 불안 등으로 매수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연초에도 거래 절벽이 계속되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달 30일 기준 0%를 기록하며 9개월여(41주) 만에 꺾였다. 지난해 7~8월 0.3%을 넘었던 것과는 대비된다.
시장 심리를 보여주는 지수 중 하나인 매수우위지수는 지난해 상승하다 9월부터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2024년 12월) 매수우위지수는 36.8로 약4개월 전인 8월 68.8 대비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 시장 전체를 보았을 때 집을 사려는 사람이 유리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매수우위지수는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가 많음을, 100 미만일수록 매도자가 많음을 의미한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관망세로 접어든 시장에서 거래가 멈춰 기존 매물들이 소화되지 않는 것”이라며 “거래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전월세 시장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매물 물량의 증가가 가격 하락과 직접적인 연관관계를 가진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내렸던 과거의 부동산 거래 방식과는 다르게 서울 내에서도 단지별, 지역별 양극화가 커졌기 때문이다.
매물 물량에서도 이 같은 차이는 드러난다. 아실에 따르면 3일 기준 서울 서초구(31.6%), 강북구(30.3%), 강남구(25.8%)는 1년 전 대비 매매 물량이 상승했지만 반대로 영등포구(-0.5%), 성동구(0.5%), 종로구(1.3%)는 물량 변화가 미미하다.
윤지해 부동산R114 팀장은 “시장에 물건이 쌓여있으면 원래는 가격이 내려야 하지만 지난해 서울 핵심지 위주로는 가격 회복 및 신고가를 기록한 곳도 있다”면서 “해당 지역의 평균 아파트 가격과 나온 물건들의 가격을 비교한 매물 해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매매 물량이 증가하면서 거래량도 덩달아 높아진 게 사실이다. 국토교통부의 월간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누적 서울아파트 거래건수는 5만4626건으로 전년 대비 57.7% 증가했다. 이는 동기간 수도권 아파트(33.1%)와 전국 아파트(18.9%)의 전년 대비 증가율보다 눈에 띄게 높은 수치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 거래량 증가 속에서도 부동산의 폐업은 심화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의 개업 공인중개사 수는 11만2321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2022년 6월(11만8952명) 대비 6631명 감소했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1~11월 기준 2343명이 신규개업했지만 이보다 약 20% 많은 2854명이 문을 닫았다.
서울 용산구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오래 이 동네를 지켜보며 이사를 고민하던 분이 계셨는데 결국 살던 집이 나가지를 않아서 지난해 거래를 포기했다”면서 “저희도 전례없이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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