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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화)

[글로벌 바이오워치]커지는 중국의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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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제약사 기술거래 소식 잇따라
韓 계엄사태 등 바이오업계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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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새해 첫날 글로벌 바이오업계에 '빅딜(대형 거래)'이 이뤄졌습니다. 주인공은 중국계 신약개발사인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 글로벌 제약사인 로슈는 이날 이노벤트의 ADC(항체약물접합체) 후보물질을 총 계약금 10억달러(1조460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습니다.

이 소식이 알려진 이후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또 중국이냐"는 우려 섞인 탄식이 터져 나옵니다. 최근 들어 글로벌 무대에서 중국계 신약개발사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죠.

지난달 머크는 중국계 한서제약으로부터 20억달러(2조9000억원)에 비만 후보물질을 도입합니다. 같은 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듀얼리티 바이오로직스의 ADC 후보물질을 10억달러에 사들이죠. 이보다 한 달 앞서 바이오엔텍은 바이오테우스를 아예 8억달러(1조17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중국계 바이오텍과 글로벌 제약사 간의 기술거래 규모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중국 혁신신약의 기술거래 건수는 총 42건으로 전체 거래금액은 전년동기대비 80% 증가했습니다.

한때 의료산업 후진국으로 평가받던 중국이 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된 배경에는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이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2010년 바이오산업을 '전략적 신흥산업'으로 선정해 세제혜택, 규제완화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주요 경제정책 방향을 담은 정부업무보고에는 바이오산업이 상업용 우주비행, 저고도 경제와 함께 신성장엔진으로 거론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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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가 중국계 생명공학기업의 미국시장 진출을 제한하는 생물보안법을 발의했지만 이 여파는 CDMO(위탁개발생산)에 한정될 뿐 신약개발 분야는 타깃에서 벗어나있습니다. 오히려 생물보안법으로 글로벌 빅파마와 중국계 바이오텍 간의 인수합병이나 기술거래가 늘어났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지정학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 중국계 바이오텍과 공동연구개발 등의 협업을 하기보다 아예 이들의 약물을 사들이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습니다.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가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에서 허가를 받았습니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는 두 자릿수의 매출 성장을 나타내며 2029년 연 매출 1조원 달성을 자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중국계 바이오텍의 성과에 못 미치는 게 사실입니다. 이런 가운데 비상계엄, 탄핵 사태로 바이오산업을 지원하는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마비되면서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데요.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민관이 참여하는 국가바이오위원회는 지난달 예정된 출범이 계엄사태로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지난 2023년 출범한 바이오헬스 혁신위원회는 위원장인 국무총리가 최근 탄핵당하면서 사실상 업무 연속성이 끊긴 상황이죠.

이미 반도체, 2차전지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약진으로 산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바이오마저 중국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규제완화 등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첨단전략산업 기업 43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바이오기업 83.6%는 현행 규제 이행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는데요. 이는 전체 업종 중 가장 높은 수치였습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첨단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정상화되기 위해 계엄·탄핵 사태가 시급히 해결되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바이오산업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업계의 의견을 반영한 규제완화가 절실하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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