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겸재 정선의 명작 ‘통천문암’. 올해 4월 삼성미술관 리움과 간송미술관이 공동 개최하는 ‘겸재 정선’전에 출품될 대표작들 가운데 하나다.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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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이 뿌옇다.
2025년 새해에 한국 미술 동네의 분위기는 무겁다. 가장 단적으로 미술판을 실제로 움직이는 화랑과 국제장터(아트페어) 등의 작품 시장은 지난해보다 훨씬 열악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라 나온다.
12·3 내란사태로 비롯된 국내 정국 불안에 따라 환율이 급등하면서 화랑들의 국외 거래나 아트페어 참가 등에 차질이 예상된다. 한국 미술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서구권 작가들의 작품 반입 거래와 다국적 화랑들로 대표되는 서구 미술 자본의 투자 등도 위축돼 하향세를 기록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로, 영국 프리즈 아트페어와 한국화랑협회가 9월3~7일 열 예정인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는 3~4월께 참여 화랑과 출품 규모 등에 대한 기본적인 윤곽을 마무리하는데, 탄핵 정국 영향으로 준비에 상당한 진통과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정치적 불안정과 격변으로 주요 화랑 전시의 흥행 동력도 떨어질 것이 분명해 보이는 만큼, 작가들의 개인전을 취소하거나 일정을 조정하는 사례도 지난 연말부터 나타나고 있다. 일본이 봄철 열렸던 자국의 국제아트페어 ‘도쿄 겐다이’를 한국의 프리즈·키아프 행사 기간 바로 직후인 9월 중순께로 옮기면서 미술 시장에서 한-일 대결도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시의 경우 시장의 주축인 현대미술보다 고미술 전시회들이 초강세를 보이는 현상이 지난해에 이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초로 간송미술문화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이 손잡고 진행하는 호암미술관의 특별기획전 ‘겸재 정선’(4~6월)과 국립중앙박물관의 서울 용산 이전 20주년 기획특별전 ‘조선전기미술’(6~8월),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민화대전’(3~7월), 대구 간송미술관의 화조화 기획전(4월)이 올해 미술판을 대표하는 중량급 전시들로 손꼽힌다.
현대미술 전시회로는 호암미술관의 현대미술 거장 루이즈 부르주아전(8월부터), 삼성미술관 리움의 이불 개인전(9월)이 단연 주목된다. 이 밖에 국립현대미술관은 덕수궁관의 ‘초현실주의와 한국근대미술’전(4월), 서울관의 김창열 개인전(8월) 등을 열 예정이다. 대체로 시간과 돈이 들어가는 기획전보다 대가들의 개인전을 좇는 전시 트렌드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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