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2기 정부 20일 출범…대미 협상력 시험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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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탄핵 국면에서 '1인 4역'을 소화하고 있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 트럼프 신정부라는 난제를 맞닥뜨리게 됐다. 최근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하는 강수를 두면서 국내 정치의 급한 불은 껐지만, 출범까지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트럼프 정부와의 본격적인 외교전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5일 정부에 따르면 최 권한대행은 지난달 27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로 권한대행을 이어받은 지 이날로 10일 차를 맞았다. 최 권한대행은 앞서 탄핵소추된 대통령, 국무총리 역할에 최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을 맡아 수습을 지휘했다. 경제·금융수장 4명이 참석하는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Finance 4)에 차관이 대참할 정도로 숨 가쁜 일정 속에서 첫 10일은 대내외 불안 등 정국 혼란을 줄이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첫 시험대는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였다. 당시 최 권한대행은 여당 지도부가 반대한 헌법재판관(조한창·정계선)을 임명함으로써 장기 6인 체제였던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헌법재판 심리정족수는 재판관 7명 이상이다.
헌법재판관 임명 배경에 대해 최 권한대행은 "하루라도 빨리 정치적 불확실성과 사회 갈등을 종식시켜 경제와 민생 위기 가능성 차단이 필요하다는 절박함에 임명을 결정했다"고 했다. 역대급 불확실성에 2009년 글로벌 외환위기 이래 처음으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80원을 찍은 고환율 상황에서 신속한 시장 안정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F4도 매주 주재하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F4는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이 참석했지만 3일 회의는 최 권한대행이 복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어려운 정국에서 최 권한대행이 국정운영을 합리적으로 하고 있다는 평가가 외부에서도 많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다음 시험대는 20일(현지시간) 출범하는 미국 신정부를 상대로 불안정한 '대대행 체제' 정부가 어느 수준의 외교·협상력을 발휘하느냐다.
앞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공약이 현실화하면 한국 총수출이 약 222억~448억 달러 감소하고 실질국내총생산(GDP)이 0.29~0.67%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 권한대행은 계엄·탄핵 국면에 접어들기 전인 지난해 11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강조한 정책기조가 현실화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특히 이번 트럼프 2기 정부는 집권 1기 때와 달리 내각 인선을 당선 한 달여 만에 충성파 위주로 신속하게 매듭지으면서 핵심 정책에 속도가 붙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통상환경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최 권한대행이 주재하는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매주 가동할 계획이다. 트럼프 정부 출범까지 남은 2주간 미국 동향을 주시하며 대미 대책 점검 및 구체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내각과 협력 채널을 다각도로 구축하면서 민간 대외협력 역량도 활용해 실질 협력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는 정부의 선제 대응보다 미 정책 발표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종덕 KIEP 무역통상안보실장은 "6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차기 대통령의 승리를 인정하는 발표를 하게 되면 본격적으로 새 정부의 공식적인 발언들이 나올 것"이라며 "정부가 조급해하지 말고 준비한 것을 이슈별로 차례대로 대응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새롭게 뭔가 내세워서 하기보다는 물밑의 조용한 대응이 필요한 때"라며 "궁극적으로 (정상회담 등) 대통령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투데이/세종=정호영 기자 (moonris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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