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
최근 구독서비스(subscription service)가 유행한다. 나이 지긋한 분은 매일 집으로 오는 신문이나 우유의 배달서비스 정도를 떠올리겠지만 정해진 금액을 주기적으로 지불하면 원하는 상품(서비스)을 받아보는 구독서비스의 대상이 무척 많음에 놀랄 것이다. 휴대폰이나 인터넷의 통신서비스는 물론 영화·음악·소프트웨어 등 디지털 콘텐츠, 자동차·가전제품 등 고가제품, 식품·의류 등 생필품 등 거의 모든 상품(서비스)이 구독서비스의 대상에 들어간다.
농식품산업에서도 구독서비스가 활발한데 음식배달 플랫폼에서 구독서비스를 신청하면 추가 할인혜택을 주고 대형마트에선 일정 횟수 내에서 다양한 종류의 고기를 유리한 조건으로 구매할 수 있는 '고기쿠폰'을 구독하도록 하며 커피전문점에선 구독자에게 할인쿠폰 등을 매달 지급하는 등 다양한 구독서비스가 있다. 또한 가격할인 등의 구매조건 이점 외에 구독자에게 꾸러미 농산물을 알아서 만들어 집으로 보내주거나 전국 유명 전통주를 선정해 구독자가 집에서 맛보도록 해주는 서비스처럼 전문가가 구독자의 상품검색 및 선택 등에 소요하는 시간과 고민을 대신하는 서비스도 늘고 있다.
구독서비스 시장이 활성화한 것은 소비자와 업계의 이해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구독서비스에 가입만 하면 정기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매번 구매를 위해 고민할 필요가 없어지는 편리함과 단발성으로 구매하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상품(서비스)을 계속 이용할 수 있는 비용절감의 장점이 있다. 또한 구독서비스 운영업체가 구독자의 경험과 취향을 분석해 개별 구독자에게 적합한 상품(서비스)을 제공하고 개별 소비자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신상품이나 희소성이 높은 상품 등을 공급하는 등 소비자의 개별 수요에 맞춤형으로 대응해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업체 또한 구독서비스를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는데 기본적으로 고정고객을 일정 기간 유지할 수 있어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제공하는 상품(서비스)의 수요규모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어 계획된 사업운영을 통해 비용과 위험(risk)을 줄일 수 있다.
물론 구독서비스가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서비스)을 편하고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독서비스 기간이 길어지면 누적되는 서비스 비용이 생각보다 크게 증가해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또한 한 번에 부담하는 구독료가 크지 않아 필요 없는 구매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구독업체가 서비스 가격을 올리거나 품질을 떨어트려도 바로 서비스를 해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독서비스는 상품(서비스)이 넘쳐나는 요즘 '선택의 어려움'과 '비용절감'에 관심 있는 소비자에게 인기를 얻고 있어 생산자가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높은 진입장벽을 가진 유통시장과 마주한 농식품 생산자는 앞서 보여준 꾸러미 농산물이나 전통주의 사례처럼 자신 있는 농식품을 고정 구매하는 소비자를 확보하기 유리한 구독서비스 시장을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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