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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화)

한국행 선택한 우간다 스타트업…"메이드 인 코리아로 글로벌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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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클럽]아나톨리 키리그와조 융가테크놀로지 대표

IoT 기반 보안 시스템 개발…한국서 기술 고도화 목표

뉴스1

아나톨리 키리그와조 융가테크놀로지 대표가 서울시 강남구 글로벌 스타트업 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2024.12.19 ⓒ뉴스1 이정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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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이역만리 타국 땅인 한국에서 '제2의 도약'을 준비하는 우간다 스타트업이 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프리카 내 신흥 강국이나 유럽을 제쳐두고 한국을 선택한 '융가테크놀로지'의 이야기다.

아나톨리 키리그와조(Anatoli Kirigwajjo) 융가테크놀로지 대표는 "한국은 제조업이 강력한 나라"라며 "이곳에서 사업을 고도화해 아프리카로 수출을 실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달 법무부로부터 '스타트업 코리아 특별비자'를 받은 아나톨리 대표는 올해 2월 한국으로 본사 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나톨리 대표의 이야기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글로벌 스타트업 센터'에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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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가테크놀로지의 모바일 앱 서비스 화면(융가테크놀로지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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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초에 한 번씩 침입 발생…기술로 해결 다짐"

아나톨리 대표는 우간다의 마케레레 대학교를 졸업하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2년이 지났을 때인 어느 날 아나톨리 대표의 집에 도둑이 침입했다.

약 2000달러(약 300만 원) 규모의 재산 피해를 본 아나톨리 대표는 낙담에 빠졌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큰 금액이 아닐 수 있지만 우간다에서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3개월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었기 때문이다.

아나톨리 대표는 "내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데 기술로 이 문제를 풀 수 없을지 스스로에게 물었다"며 "아프리카에서는 30초에 한 번씩 침입이 발생하는데 이를 기술로 해결해 보고자 창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창업 직후에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시장 조사가 미비했던 초기 모바일 앱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실패했다. 이후 아나톨리 대표는 네덜란드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받고 서비스를 고도화했다.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융가' 서비스다. 융가는 침입이 발생해도 경찰이 빠르게 도착할 수 없는 우간다의 환경을 반영한 사물인터넷(IoT) 기반 커뮤니티 보안 서비스다.

마을 주민들이 각자의 집에 융가를 설치한 뒤, 누군가가 응급 상황에 버튼을 누르면 서로에게 알람이 공유되는 방식이다. 알람을 받은 주민들은 문제가 발생한 집에 모여 침입자를 잡는 등 협력할 수 있다.

시골 지역의 보안 문제를 해결한 융가테크놀로지는 2023년 아프리카 혁신기업 발표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는 등 성과를 보였다. 누적 판매액도 약 40만 달러(약 6억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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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가테크놀로지가 서비스하는 보안 시스템 기기(융가테크놀로지 홈페이지 갈무리)


기술로 지역 문제를 해결한 융가테크놀로지는 기술 고도화가 필요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남아프리카공화국부터 네덜란드와 영국의 런던 등을 방문해 이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우연히 방문한 한국의 IoT와 제조업 기술이 훨씬 뛰어났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정부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다른 나라들보다 뛰어나면서 제조 기반을 한국에 마련하는 것도 고민하게 됐다.

"2023년에 한국을 방문했는데 여러 시설을 둘러보면서 한국에서 사업을 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한국 사업을 통해 향후 5년간 100만 개를 판매하겠다는 목표가 가능할 거라고 믿고 있어요."

한국 진출 과정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인바운드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운영하는 'K-스카우터' 사업 운영사 벤처포트가 도움을 줬다. 아나톨리 대표는 "재능과 잠재력만 보고 성장을 도와주는 K-스카우터가 한국을 선택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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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톨리 키리그와조 융가테크놀로지 대표와 박완성 벤처포트 대표가 글로벌 스타트업 센터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2024.12.19 ⓒ뉴스 1이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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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가테크놀로지는 한국에서 두 가지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다. 핵심은 한국에 제품을 판매하는 직접 판매하는 게 아닌, 한국을 통해 기술 고도화를 이루는 방향이다.

아나톨리 대표는 "기술 수준이 높은 한국의 파트너 중소기업을 통해 우리의 기기를 업그레이드하려고 한다"며 "또 다른 방법은 제조부터 생산까지 지원하는 스타트업 지원 허브에서 자체 R&D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계획을 공유했다.

현재 융가는 중국제 부품을 조립해 제조·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고객 경험 측면에서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게 아나톨리 대표의 판단이다. 이를 한국의 기술력이 담긴 제품으로 극복해 보겠다는 게 융가테크놀로지의 한국 진출 목표인 셈이다.

한국에서 기술 고도화를 완료한 뒤에는 르완다, 케냐, 남아공, 콩고,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5개국에 지사를 설립할 계획도 갖고 있다.

날씨와 음식, 문화가 모두 다른 한국에서의 새로운 도전이 낯설지는 않을까. 아나톨리 대표는 활짝 웃는 얼굴로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기업가정신으로 적응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한국어도 꾸준히 배울 거고요. 무엇보다 한국 사람들이 정말 친절합니다. 아마 저는 2년 뒤에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거예요."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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